『 WE FOUND A HAT 』

가질 수 없어 차라리 포기하는 마음 3

by 애니마리아


부제: 모자 시리즈 3

* Title: 『 WE FOUND A HAT 』(번역서: 모자를 보았어)

* Author: JON KLASSEN(존 클라센)

* PRINTED IN: 2016

* Publisher: WALKER BOOKS



존 클라센의 모자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을 읽었다. 앞의 두 작품('I WANT MY HAT BACK', ' THIS IS NOT MY HAT')에서 감지되는 잔인한 결말을 읽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가 뭘까. 또 다른 잔혹동화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일까. 어떤 이는 공포 영화 같은 장면을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실눈을 뜨면서까지 그다음을 알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 세 작품은 모자라는 소재가 나올 뿐 각기 다른 캐릭터와 내용으로 이루어진 독립된 작품이다. 공통적인 요소만 나올 뿐 작품 사이의 인과 관계는 없다고 봐야 한다.


파트 1 모자를 찾아서

파트 2 해넘이를 지켜보며

파트 3 잠을 청하며



거북이 두 마리는 길가에 놓인 모자를 발견한다. 누구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정말 멋진 모자다. 한 거북이가 모자를 써 본다. 다른 거북이가 그 모습을 보고 참 잘 어울린다고 칭찬한다. 이번에는 다른 거북이가 그 모자를 써 본다. 역시 잘 어울린다고 처음 거북이가 말해준다. 두 거북이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모자다. 문제는? 모자가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한 거북이가 말한다. 어느 한 거북이가 이 모자를 차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차라리 모자를 그대로 두고 가자고 말이다. 그렇게 모자를 길 위에 다시 돌려놓은 채 길을 떠나는 거북이들. 과연 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을까. 너무나 잘 어울린 멋진 모자를 잊을 수 있을까.




There is only one thing to do. We must leave the hat here and forget that we found it.
한 가지 방법뿐이야. 모자는 여기에 그대로 두고 모자를 발견한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거지.

본문 중에서/We Found a Hat







거북이들은 모자에 대해 잊으려 노력하며 길을 떠난다. 하지만 독자는 안다. 멀어져 가는 거북이의 시선이 자꾸 모자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는 것을. 서로의 우정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포기한 모자를 속으로는 보낼 수 없는 미련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그들이 형제인지, 친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서로를 아끼고 뭐든지 함께하려는 사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갈등과 분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서운한 감정을 남기기보다는 차라리 문제가 될 소지를 아예 없애려는 마음을. 이들이 마주한 문제가 인간의 현실에서는 어떻게 풀렸을까. 어린 친구들일수록 양보보다는 최소한 실랑이나 작은 싸움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혹여 한쪽이 좀 더 착하고 배려심이 있다 하더라도 좋은 물건을 차지한 쪽은 감사한 마음과 별개로 소유의 기쁨에 빠지는 걸 택하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그것이 강요든, 자발적이든 마음속으로는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 들거나 본의 아니게 원망하는 마음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거짓과 안하무인의 태도를 비판하는 듯한 타 작품에 비해 이 책은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아려오기도 했다. 우정을 위해 포기를 한 후 진짜 속마음에 자리 잡은 욕심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우화에 나타난 그들의 언행과 마음은 곧 인간의 본성과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기에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상상을 통해 알려 준 전의 두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은 구성적으로나 결말, 메시지가 확연히 다르다. 두 거북이의 공감과 평화를 중시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부정적인 마음까지 보듬어 더 큰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은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다.



세 작품을 연달아 읽다 보니 작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헌사 부분이다. 원서에는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바친다'와 같은 문구로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I WANT MY HAT BACK'에서는 '윌과 저스틴에게'(For Will and Justin)
'THIS IS NOT MY HAT에서는 '또 월과 저스틴에게'(For Will and Justin, again)

이번 작품에서는 '언제나 윌과 저스틴에게'(For Will and Justin, always)라는 헌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윌과 저스틴이 작가의 아이들이지 않을까 추측했다. 검색 결과는 좀 달랐는데 사실 윌과 저스틴은 아이가 아닌 저자의 형제들이라고 한다. 그의 인터뷰 가운데 자신의 형제 중 한 명을 모델로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The good turtle in the third book is based on my middle brother, Will. All three books are dedicated to my brothers, Justin and Will."(Jon Klassen, Read Brightly)
세 번째 작품의 착한 거북이는 중간 동생인 윌을 두고 썼어요. 세 작품 모두 남동생들을 위해 바친 거지요./
존 클라센, 리드 브라이트 웹사이트와 인터뷰에서







착한 형제의 성품을 알아보고 따뜻한 동화로 표현한 작가와 그분의 형제의 이야기가 더욱 빛나 보인다. 우리가 이들의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세상의 많은 분쟁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품은 두 번째 작품이지만 내게는 세 번째 작품 <We Found a Hat>이 가장 아름답다. 화려한 그림은 아니지만 글과 그림, 메시지의 완성도가 가장 높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울림이 강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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