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평화를 빕니다 2

by 애니마리아


올해 5월 8일 새 교황님(레오 14세 Pope Leo XIV)은 평화를 빈다는 말을 건네며 직무를 시작하셨다. 5월 24일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가 보낸 드론과 미사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평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평온하고 화목한 상태. 혹은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표준국어 대사전)








역사적으로 세상에서 전쟁이 전혀 없던 시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잠시 평온한 상태는 있을지언정 늘 갈등과 문제로 시끄러웠다는 것이다. 북한과 남한은 이 기준에 따르면 완전한 평화가 아닌 잠시 소강상태 정도 되는 것 같다. 적어도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화목하지는 않은 상태. 전쟁 중은 아니지만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



얼마 전 대선을 치른 남한은 일상을 보내며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여전히 북한과 긴장 상태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대북 확성기 방송을 1년 만에 중지하니 북한 역시 대남 방송을 중단했다는 소식(6월 12일 자 뉴스 기준/KBS 뉴스)이 들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그렇게 상대를 존중하는 것,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 완벽하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평화를 좋아하고 그 어떤 민족보다 평화로이 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언제까지 평화가 아닌 불안한 긴장 상태로 살아가야 할까. 때로는 바쁜 일상에 휴전선 저편을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 길어지는 휴전 기간에 통일이 어렵다면 최소한 전쟁의 긴장을 풀고 서로의 응어리를 치유하면서 친구처럼 교류하는 사이만 되어도 좋겠다. 그러면 아들을 군대에 보낸다 해도 걱정과 불안이 지금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5월의 어느 주일, 부활 6주일을 맞아 미사 중에 평화에 대한 신부님의 강론이 있었다. 가톨릭에서는 '평화를 빕니다'라는 인사를 많이 한다. 미사 중에, 신자끼리, 혹은 기도 중에도. 그렇다고 해서 성당을 다니는 이들만의 언어는 아니다. 다른 나라의 인사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신부님은 몇몇 나라의 인사법에 대한 예시로 운을 떼셨다.



"인도의 인사말, '나마스테'는 당신의 신께 존경을 표한다는 뜻이죠. 이는 오랫동안 존재한 다신교의 특성상 서로 조화로이 살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인사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흔한 인사말은 '안녕하세요'지요. 간밤에 안녕한지, 건강한지, 별일은 없었는지 걱정하고 확인하는 마음이 담겨 있죠. 전쟁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의 인사, 샬롬은 어떤가요. 이 역시 '평화를 기원한다'는 뜻입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그들도 분쟁과 역사 속 아픔이 많았고 여전히 전쟁 중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의 평화는 세상이 말하는 평화와 다르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은 소위 연좌제에 걸려 잔인한 죽음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요한복음 14, 23-29






사람들은 흔히 '평화는 영원한 숙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숙제라는 말이 너무 가혹하다. 숙제는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는 의무와 강요의 억지스러움이 배어나고 힘들기만 한 이상을 뜻하는 것 같아서다. 모든 곳에서 항상 평화, 세상의 평화는 없었지만 우리는 늘 평화를 갈구하고 평화를 기원한다. 평화는 영원한 숙제가 아니라 영원한 소망이다. 전쟁 속에서도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갈등 속에서도 지켜나가야 할 불이자 빛이다. 이 불을 지키고 실천해 나갈 수만 있다면 불안함 속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두려워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가 말하는 평화는 바로 혼탁함 속의 평온, 중용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국가 간의 분쟁이 아니어도, 우리는 각자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인과, 친구와, 가족끼리도 갈등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흔들리는 관계 속에서도 평온함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정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평화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움과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서 평화를 찾고 싶다. 아프지만, 힘들지만 나와 타인에게 인사하고 싶다.


'힘드시죠? 그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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