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E.T.>(1984)를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한다. 소년 엘리엇과의 만남부터 헤어짐,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 등이 대표 이미지로 떠오르지만 이티의 우스꽝스럽고 엉뚱한 행동이 나오는 장면도 흥미롭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 소년 엘리엇과 이티. 이티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니 학교에 간 엘리엇도 취한 듯 비틀거리는 모습이나 엘리엇 여동생, 거티가 입혀 준 드레스를 입고 뒤뚱거리는 장면에서 한참 웃었던 것도. 소년의 마음으로 인간과 외계인을 그린 감독의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영화였다.
그에 반해 <PROJECT HAIL MARY>(영화화된다는 소식을 접했다)의 로키는 지구인 라일랜드처럼 소년의 호기심과 엉뚱함을 간직한 성인 버전의 외계인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유머스러운 말투는 로키를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든다. 주인공 라일랜드와 농담하듯 옥신각신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피식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 오늘 읽었던 부분 중에 나의 시선을 끌었던 티키타카의 장면을 가져왔다.
"가장 중요한 문제야. 궤도 이탈까지 얼마나 걸리지?"
나는 눈을 깜박일 뿐이었다.
"그게, 잘... 모르겠는데."
"빨리 계산해."
"알았어. 우선 컴퓨터가 켜질 때까지 좀 기다리고."
나는 화면을 가리킨다.
"서두르라니까."
"알았다고, 빨리 기다릴게."
"(지구인이) 빈정대긴."
P. 365/PROJECT HAIL MARY
갑자기 우주선이 정전되어 난리가 난 장면이었다. 비상 파워를 찾느라 정신이 없는 라일랜드와 옆에서 닦달하는 로키. 풍자를 이해하는 외계인과 최선을 다하고 있는 라일랜드의 인간미는 공허할 수 있는 우주 소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양념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로키는 끊임없이 라일랜드를 다그치고 라일랜드는 참다못해 모순 어법으로 받아친다.'빨리 작업할게(I'll work faster)'가 아닌 '빨리 기다릴게 (I'll wait faster)'라는 대답은 새로운 언어유희인 동시에 긴장을 완화시키는 현명한 대처법으로 느껴졌다. 현실이라면 서로 얼굴을 붉히며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 재치 있는 말로 훨씬 부드러운 해결로 변신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처럼, 버디 무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들의 대화로 새벽 독서가 좀 더 즐거워졌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내게 요즘 건강한 각성제가 되어 주고 있는 책이다. 이 장면에 이어 이들의 티키타카는 멈추지 않았으나 이미 너무 많은 수다를 늘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두 번째 아웅다웅 대화는 다음 기회에 다뤄야겠다.
참고로 어휘 몇 개도 복습해 본다.
go south 일이 말리다, 상황이 악화되다
headrest 머리 받침대
breach 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다, 위반하다(법), 깨뜨리다, 돌파하다/틈, 구멍
apogee 원지점(달이 행성에서 가장 멀리서 공전하는 지점)
perigee 근지점(천체)
unadulterated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from p.317~/vocab. Project Hail M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