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HAIL MARY)
"투덜이. 분노쟁이. 잠을 잔 지 얼마나 됐냐, 물음표?"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잘 모르겠는데. 번식 탱크랑 연료 구역에 신경 쓰느라... 언제 잤는지 기억이 안 나."
"너는 잠을 자. 나, 지켜본다."
418쪽/<PROJECT HAIL MARY>
문제의 생명체 '아스트로 파지 Astrophage'의 천적, '타우메바Taumoeba'를 발견한 기쁨도 잠시. 실험실에서 빠져나온 타우메바 생명체가 아스트로파지 연료를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연이어 터지는 건 비단 지구에서만의 일은 아닌가 보다.
하긴 이 두꺼운 소설이 생존하려면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야 할 테고 지구인 '라일랜드'와 외계인 '로키'는 그에 따라 분투해야 할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독자로서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장면에서 잠도 잊고 실험에 몰두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인물, 라일랜드는 점점 스트레스를 받으며 예민해지고 있다. 질소에 취약한 타우메바를 강하게 만드는 생물학자의 실험 중에 로키는 라일랜드의 변화를 알아채고 이 모든 게 잠이 부족해서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둘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자기 고유의 언어 형태로 의사소통을 한다. 라일랜드는 모국어인 영어로, 로키는 시력이 없기에 음성과 진동으로 라일랜드를 이해한다. 이는 로키의 말을 위에서처럼 어색한 말투를 붙여 부자연스러운 문법과 어법으로 번역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위 인용구에서 로키가 음파로 말한 첫 문장을 두고 라일랜드가 통역, 이해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Grumpy. Angry. Stupid. How long since last sleep, question?"
지구에서 아드리안 행성으로 오는 기간은 3.9년이나 돌아갈 때는 중력과 효율 진로를 감안해서 5.6년이 걸린다. 애당초 라일랜드의 임무는 자살 미션이었기에 돌아갈 수 없음을 감안하여 편도행만을 위한 음식이 있을 뿐이다. 음식마저 고갈될 위험에 처한 그의 문제는 이토록 심각하다. 그 와중에도 농담하듯 라일랜드를 혼내는 로키의 모습과 말투가 웃음을 자아낸다.
문득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 두려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시구가 떠오른다. 엄마처럼 잔소리하면서도 츤데레 정신으로 라일랜드를 지켜주는 로키가 오늘따라 사랑스럽다. 이들의 유머스러운 장면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세계관도 엿보인다. 힘든 삶, 어렵고 지루하고 때로는 버거운 삶의 무게 속에서도 노래하기를 즐겼던 '혹부리 영감'처럼 모든 이가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