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가 울다가, 어쩌나

(PROJECT HAIL MARY)

by 애니마리아


"인간은 줄줄 새. 징그러워 (Human leak! Gross)"(421쪽)



고된 일 끝에 목이 마른 지구인 라일랜드가 물을 마시자 외계인 로키가 말한다. 라일랜드도 반격의 말을 내뱉는다. 에리디언(로키 종족 지칭)도 물이 필요하지 않냐고. 로키에 의하면 인간과 달라서 그들은 닫힌 시스템이며 물의 형태가 아닌 음식으로만 섭취한다. 로키 입장에서 전혀 다른 인간의 물과 음식 섭취 후 땀, 눈물, 침, 피, 콧물과 같은 현상은 혐오스러울 정도로 징그러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관계의 상대성 현상이 드러난다.

이 둘을 엿보는 독자로서 '그럴 수 있지'라고 웃어넘기려 했으나 그들의 티키타카는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라일랜드: 지구에는 무섭고 치명적일 수도 있는 거미가 살거든. 너 꼭 걔네처럼 생겼어.

로키: 그래! 뿌듯한걸! 난 무서운 우주 괴물이구나. 넌 줄줄 새는(땀, 침 등) 우주 덩어리인 주제에.

421쪽/Project Hail Mary



평균 수명은 다르지만 지구와 에리드 행성에서 각각 생물학자와 엔지니어인 성인 개체로서 이 둘의 농담은 그저 유치하기만 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십 광년도 더 떨어진 황량한 우주에서 각자의 민족을 위해 목숨 건 미션을 행하고 있다. 수없는 난관과 고난, 희생의 순간을 보내는 두 캐릭터의 말다툼 정도는 애잔한 활력소와 같다. 연료 부족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살 미션을 다시 생존 미션으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키는 너무 귀엽고 기특하다. 그의 말대로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스포 주의!)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로키

한편 질소에 취약한 타우메바(아스트로 파지 생명체를 죽이는)를 개량하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는 라일랜드. 마침내 수십 번의 생물학 실험과 반복으로 원하는 수준의 슈퍼 타우메바를 생성하는 데에 성공한다.



실험 성공으로 서로가 기뻐서 제노나이트(xenonite 지구에 없는 특수 물질, 에리디언 행성에 존재) 물질 사이로 '주먹 맞대기(일종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라일랜드와 로키의 모습에 또 한 번 웃었다. 기쁨을 나누는 감정을 나누는 둘의 케미가 보기 좋으면서도 매번 신기함을 느낀다. 아무리 상상이지만 생김새, 습성, 환경 등 모든 게 다른 외계인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농담을 하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고 점점 이들의 매력에 빠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둘의 자축 장면은 더 가관이다. 특히 평소와 다르게 자축하기 위해서 라일랜드는 죽은 동료가 남긴 보드카 술을 꺼내고 로키는 평소와 다르게 특별한 의상을 입었다. 손이자 발이 다섯 개에 시력도 없는 외계인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축하 의상을 입고 나타난 장면에서는 실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체에 부드러운 천을 두르고 보석 같은 물질을 달았으며 주먹에는 장갑과 같은 특이한 물질을 낀 로키의 모습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구현될까 정말 궁금하다. 이러한 로키가 이제는 사랑스럽다. 나를 웃겼으니 이 또한 애교로 봐주어야겠다 싶다.



* 이별의 시간, 로키가 가장 인간다운 말을 전하다

'타우메바 82.5(Taumoeba-82.5)라는 성공적인 결과물'. 이것은 두 외계인(서로)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자 이 긴 여정, 희생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제 각자의 행성으로 돌아갈 시간. 기쁘지만 슬픈 순간이다. 로키는 말한다.



"너는 내가 보고 싶을 거냐, 질문? 나는 네가 보고 싶을 거다. 너는 내 친구."

(425쪽)



이토록 인간적인 외계인이라니. 만약 외계인인 있다면 이런 외계인이었으면 좋겠다. 이 장면을 읽는 순간만큼은 인간의 일방적인 상상력이니, 말도 안 된다니 하는 논리는 펼치고 싶지 않다. 웃음기는 사라지고 나 또한 점점 마음이 침잠해진다. 이별의 순간 마침내 라일랜드와 작별 인사를 나누다가 문득 로키가 말한다.


"너 얼굴에서 물이 새어 나와." (427쪽)



독자는 알 것이다. 라일랜드 얼굴에서 흐르는 액체의 정체를, 그 의미를. 설명이 없이 보기만 해도 우리의 감정은 요동을 친다. 때로는 기뻐서, 때로는 슬퍼서, 때로는 화가 나서, 혹은 너무 웃겨서. 때로는 아파서, 마음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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