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파 영어 학도로서 낯익은 의미를 지닌 낯선 단어를 만나면 멈추는 버릇이 생겼다. 유난히 기억하고 싶은 어휘와 함께 따로 기록하여 좀 더 기억하려고 한다. 좋은 느낌의 사람을 만나면 비록 역사가 없어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처럼.
jettison 버리다
media blackout 언론 통제, 보도 금지
look dour 우울해 보이다
wobble 주저하다, 흔들리다
a nose-to-tail 모든 부분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있는
time to hit the lab 실험실에 가서 일할 시간
My legs don't approve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intrepid 용감한
sabotage 방해하다
frog-walk 강제로 끌고 가다
* 나의 주관적 관점에서 좀 더 살펴보기
jettison '버리다' 뜻의 영단어를 떠올릴 때 throw를 떠올린다. 하지만 영어는 목적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의 관계를 끊으려고 버리는 것은 dump를 쓰기도 한다. 단순히 휴지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에는 litter를 쓰기도 한다. 소설에서 jettison을 쓴 이유는 특별해 보인다. 우주선에 문제가 생겼고 무게를 줄여야 할 상황이었다. jettison the bad tanks의 경우처럼 항공기나 선박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무언가를 버릴 때 특히 이 단어를 쓴다고 한다.
blackout: 잠시 의식을 잃거나 정전이 일어난 경우 blackout을 쓴다. media blackout을 접하고 나서 blackout이라는 단어에 정부나 경찰에 의한 보도 통제나 정지의 뜻이 있음을 발견했다. media control이라는 공식어를 쓸 수도 있지만 media blackout 이란 실생활 용어 또한 마음에 확 꽂힌다.
dour: '우울한'의 뜻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gloomy나 depressed이다. look dour라는 표현도 있어 내 마음의 사전에 추가로 집어넣었다.
wobble: 애증의 상사 '스트랫'(소설 속 인물)의 표정을 묘사한 장면에서 나왔다. 'her lip wobbled a bit' 즉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순간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어휘 같다.
nose-to-tail: 위의 설명처럼 모든 부위를 나타내는 뜻으로 기본 의미가 설정되어 있다. a nose-to-tail teacher라고 한다면 완벽한 선생님,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문가 선생님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말로 '팔방미인'이라는 느낌도 있으나 번역본에 넣으면 너무 한국적이라 좀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My legs don't approve: approve는 '승인하다', '찬성하다, 괜찮다고 생각하다'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좀 이상하다. '내 다리가 찬성하지 않는다'니까. 결국 의역을 할 수밖에 없다. 다리가 너무 힘들다. 아프다. 말을 듣지 않는다 정도.
time to hit the lab: 사전에 확실히 나오지 않는다. hit the road는 나온다. 먼 길을 떠날 때 쓰는 구어 표현이다. 이 표현이 연상될 정도로 비슷한 상황이기에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실험실을 때릴 시간이 아니라 실험실에 갈 시간, 그곳에서 할 일을 할 시간이다.
intrepid : 철저히 외국인의 시각에서 '용감한'을 위해 brave를 썼을 것 같다. intrepid는 용감무쌍한,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을 표현하면서도 유머 뉘앙스가 있는 단어라고 한다. 소설 속 라일랜드가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이 단어를 썼다.
sabotage: '방해하다' bother나 destroy로 좀 더 심하게 표현할 것 같다. sabotage는 고의로 방해하면서도 항의의 표시라는 특별성이 있다고 한다. 자신을 우주로 보내면 프로젝트를 망칠 거라는 라일랜드(주인공)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frog-walk: 이날 가장 재미있는 표현이었다. 이 표현 역시 사전에서 찾기 힘들다. 소설 속에서 스트랫(상사)의 명령에 따라 한 군인이 라일랜드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끌고 가는 장면에서 나온 표현이다. 문맥으로 보건대 개구리가 네 다리를 사방에 뻗은 것처럼 항복의 자세로 끌려나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He frog-walked me down the path."
*정리하며:
단어처럼 사람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그저 편하고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우연히 시간 한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떠나 더욱 아쉽고 귀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연도 인연 나름이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서로 알아갈수록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 처음이 아니지만 나와 조금 안 맞을 수도 있고 생경할 수도 있다. 과거의 나라면 이런 논리를 핑계 삼아 1단계에서 그저 그치곤 했다. 소설 <프로젝트 헤일 메리>의 라일랜드의 과거처럼 상처받기 싫어 시작조차 안 했던 적이 얼마나 많던가.
결국 두려움이다. 어릴 적 귀신만 두려운 게 아니다. 실패만 두려운 게 아니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나는 여전히 망설여지는 순간을 만나지만 그래도 조금씩 용기 내 보려 한다. 설사 상처를 받고 오해를 받을지라도 먼저 손을 내밀거나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상대가 불편하다면 그때 그만두면 된다. 그렇게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고 익어가고 싶다.
Project Hail Mary저자앤디 위어출판Penguin UK발매2022.09.29.(출처: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