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냐, 친구냐 그것이 문제로다

(PROJECT HAIL MARY)중에서

by 애니마리아


우주의 악당, 아스트로파지 생명체를 제어할 슈퍼 타우메바를 확보했다. 이제 각자의 별, 아니 행성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로키는 에리드(Erid) 행성으로, 라일랜드는 지구가 있는 태양계를 향해 가야 한다. 둘은 아쉬운 작별을 하고 각자의 우주선을 출발했다.



지구까지 4년여의 시간(상대성 이론의 시간 확장 time dilation과 빛에 가까운 속도로)을 가야 한다. 죽 같은 음식이 간당간당하게 남아 있지만 희망은 있다. 하지만 소설은 이대로 해피엔딩이 아니다. 비행 도중에 라일랜드는 타우메바가 유출됨을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지만 로키가 걱정이다. 슈퍼 타우메바가 강력한 금속 제노나이트(xenonite)를 통과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로키는 그의 행성에 가기도 전에 죽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라일랜드는 최고의 난이도이자 최악의 선택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때 헤일 메리 호를 타고 자살 미션을 가네, 마네 하는 상황은 이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때는 타인(상사 스트랫)의 강요와 설득이 있었다. 그때 자신은 죽기 싫다고, 원래 약한 사람이라도 호소라도 할 수 있었다.



(스포 주의)


그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Option 1: Go home a hero and save all of humanity.
Option 2: Go to Erid, save an alien species, and starve to death shortly after.
하나, (지금 그대로) 지구로 돌아가 영웅이 되고 인류를 구한다.
둘, 에리드(로키가 사는 행성)로 되돌아가서 외계 종족을 구하고 자신은 굶어 죽는다.

p. 455/Project Hail Mary


선택지만 보면 누가 봐도 첫 번째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가. 라일랜드는 지구인이다. 그가 우주비행사로 뽑힌 이유는 그가 아스트로파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며 우수한 DNA 유전자 보유자로 코마 상태 비행을 견딜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료와 기술 부족으로 그는 애당초 우주 한가운데서 죽을 운명이었다. 상황이 바뀌어 임무를 다하고 지구로 돌아가는 도중이다. 4년의 세월과 고독을 견디면 지구로 돌아가 그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구할 수 있다. 영웅이 될 수 있다. 영웅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다. 원래 그는 이 임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았고 학생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기적과 같은 귀갓길을 마다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프로젝트 헤일 메리는 애당초 자살 미션이었다.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정보만 알아내고 삶을 마감해야 하는 희생 미션이었다. 현재 지구의 기술과 연료 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주 식량도 왕복이 아닌 편도 기준으로 준비한 것이다. 라일랜드도 이를 알고 있었다.



단, 라일랜드가 그대로 지구로 돌아간다면 타우메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로키는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죽게 될 것이다. 라일랜드가 지구로 귀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건 로키가 연료, 아스트로파지를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두 번째 옵션에서 드러나듯 혹여 로키에게 돌아간다면 로키와 그의 행성을 구할 수 있을지언정 식량부족으로 라일랜드는 굶어 죽어야 한다. 로키의 행성은 평균 섭씨 300도에 이르고 이산화탄소(CO₂) 기반에 고압이고 금속 물질이다. 라일랜드가 먹을 수 있겠는가, 살 수 있겠는가.



라일랜드는 이미 지구에서 함께 온 동료 두 명을 잃었다. 코마 상태에서 눈을 뜬 라일랜드와 달리 두 동료는 뭔가 잘못되어 시체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라일랜드가 지구로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최소한 지구까지 돌아갈 연료와 음식은 남아 있다. 코마 상태로 우주여행을 지속할 수도 있다. 반대의 선택을 한다면 로키를 다시 찾는 것도 문제지만 찾는다 해도 굶어 죽어야 한다. 죽기에 얼마나 고통스러운 방법인가. 그럼에도 선택해야 하다니.



이제 한 챕터만 남아 있다. 이 끈질긴 문젯거리와 선택의 기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라일랜드의 운명이 안타깝다. 동시에 헤어진 지 3개월이 지나 이미 멀어진 로키와 우주선이 처한 비극도 우려된다. 뭔가 끝이 좋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도 든다. 디스토피아 소설이 대부분 그렇지 않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소설 속 그들의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희망과 긍정의 불씨를 찾고 싶다. 잠시 진정하자. 후반부에서 위기가 끊이지 않는다. 해결된 듯한 위기는 늘 반등하며 지치지도 않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다. 오히려 그들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독자인 내가 숨이 찰 때가 있다. 그래도 이 이야기의 끝을 함께 해야겠다.



' 프로젝트 헤일 메리, 기다려! 라일랜드, 어떻게 할 거야? 로키, 살아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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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Hail Mary저자앤디 위어출판 Del Rey Books발매 2021.05.04./네이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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