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와 독도
6월 말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한 독도 탐사 여행'에 참여하게 된 글로리아.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인 우리도 덩달아 설렌 여행이었다. 비록 우리는 함께 가지 못하는 여정이었지만 아이만이라도 그곳에 갈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아이는 친한 친구와 함께 갈 수 있었고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기대와 설렘의 표정이 드러났다.
예정된 일정을 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밤 12시에 광화문에서 집결해서 버스를 탄다. 아이는 서울로 가서 친구와 미리 만나 함께 있다가 집결지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밤새 울진 후포항을 향해 갔다. 밤 12시가 너무 늦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드물게 있는 배 시간을 고려해서 짠 스케줄이라고 했다. 아무튼 울진 후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야 했으나 대기 시간이 있었다. 중간에 휴식 및 식사 시간도 있고 중간에 거쳐야 할 안내소도 있었다고 한다. 주의 사항 등 안내 및 교육도 있었을 것이고 서로 인사하며 소개하고 알아가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울릉도로 여객선을 타고 크루즈 여행이라.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제주도는 몇 번 가보았어도 울릉도나 독도는 가기 힘든 이유는 뭘까. 유난히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이지 싶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위험할 수 있기에 결항이 잦은 편이라고 했다. 제주도 등 다른 섬에 비해 파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갈 기회가 적다고 한다. 겨울 11월에서 3월, 여름은 7월에서 9월에 항해가 힘들다는 것이다.
일정이 잡힌 날, 마침 비 소식이 있었지만 양이 많지 않아 웬만하면 그대로 진행된다는 말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아이도 이동 중간에 사진을 보내며 현지의 생동감 있는 소식을 전해왔다.
작은 섬 사이의 다리 풍경, 흐리지만 태고의 분위기를 풍기는 하늘과 바다, 일몰 순간의 노을, 크루즈 여객선의 캐릭터 사진 등을 보니 함께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안드레아는 이런 심정을 듣더니 하나도 안 부럽다며 손사래를 친다. 아, 맞다. 남편은 뱃멀미가 심하다. 첫째는 좀 덜 하지만 아빠를 닮았는지 역시 배와 친하지 않다. 반면에 나와 둘째 아이는 뱃멀미를 안 한다. 어쩜 뱃멀미도 남자 대 여자, 반반씩 나뉘었는지 모르겠다. 전혀 의도한 건 아닌데 말이다.
여정의 하이라이트이자 최종 목적지인 독도 투어는 그다음 날 예정되어 있었다. 아이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항구에 도착해 독도행 여객선에 올라 탑승 신호를 기다린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드디어 아이가 독도 지킴이나 독도 새우를 보게 되나 보다 기대하는 찰나 전화가 왔다.
"독도 일정 취소래. 안개가 너무 심해서 출항할 수 없다고. 다들 한숨 쉬며 내려왔어."
아, 이게 무슨 일인가. 독도 여행을 가서 독도를 못하고 그냥 와야 한다니. 폭풍은 아니지만 시야를 가릴 만큼 짙은 안개도 역시 위험하다고 한다. 아이는 크게 실망하였고 독도 탐사는 울릉도 탐사에 그치며 등산으로 일정이 바뀌었다. 정해진 배 시간이 있어 울릉도에서 바로 귀가할 수도 없었다. 오후 세 시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했고 더운 여름 낯선 곳에서 일행은 한동안 방황했다고 한다. 울릉도에서 다시 울진으로 울진에서 잠시 쉬고 다시 서울로, 서울에서 집으로 오려면 출발과 마찬가지로 밤 12시가 넘을 수밖에 없었다. 전철도, 버스도 끊겨 택시를 타고 겨우 집에 온 아이는 가방에서 꾸러미를 내놓았다.
그나마 아이는 둘째 날 울릉도에 있는 독도 박물관에서 미리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보냈고 주변의 시장도 구경했다. 이때 울릉도산 돌미역과 오징어를 산 모양이다. 우리 부부는 그냥 간식이나 사 먹지 뭘 그런 걸 사 왔냐고 했으나 막상 아이가 사 온 이 선물들을 보니 기분은 좋았다. 평소 일방적으로만 흐른다고 여겼던 사랑이 아이의 마음을 타고 기념품 속에 숨어 다시 내게 전달된 느낌이었다.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여행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지만 뜻밖의 즐거움이나 추억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도 종종 여행에 비유되는가 보다.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도 갑자기 들이닥치는 변수에 막히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며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이번 여행은 주인공 독도를 가지 못해 다소 김이 빠졌지만 미래에 언젠가는 100퍼센트 아이가 스스로 원해서 가는 독도 투어가 되길 바란다. 쉽게 가지 못하는 곳이니만큼 더욱 소중하고 귀한 섬으로 마음속에 저장해해 두기를.
오늘따라 아이가 어릴 적 율동과 함께 부른 '독도는 우리 땅'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