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 1, 충격이었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이런 게임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게임이 존재하는 드라마는 우리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었다. 잔인했으나 참신했다. 특히 빈부격차에서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잔인한 장면은 보기 힘들었지만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어떤 영웅보다 위대해 보였다.
시즌 2, 시즌 1을 넘는 작품을 보기는 확률적으로 쉽지 않다. 내 기억으로는 '에일리언' 시리즈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많은 사람이 증언하듯 다수결의 폐해와 같은 민주주의의 맹점과 비극을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단 한 명이라도 많은 쪽의 의견으로 결정되는 것이 꼭 최선(最善)이거나 정의롭지는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성하게 하는 주제가 의미심장했다. 단, 예상할 수 있는 전개 상황이 있어서인지 시즌 1의 신선한 느낌이나 참신성이 비교적 떨어진 건 있었다. 정치 풍자의 요소가 있는 만큼 캐릭터들의 언행을 통해 비꼰 듯한 장면은 좋았다. 프런트맨의 게임 참가라는 드라마적 장치가 돋보였으나 납득이 갈 만한 마무리 없이 툭 끊어진 듯한 시즌 처리가 아쉬웠다.
시즌 3. (스포 있어요) 시즌 2와 3에 비해서 한국의 게임 수가 적어서 아쉬웠다. 술래잡기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피의 향연이라 잔인했고 외국 시청자에게 어필할 만한 한국의 놀이는 '줄넘기'만 눈에 띄었다. 새로운 시즌보다는 시즌 2의 결말을 매듭짓는 것처럼 보였고 기발한 재치와 해학이 드러난 장면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다. 단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곳곳에 있어 흥미로웠기도 했지만 워낙 유명한 스타 배우들이 많이 참여해서인지 분량을 챙겨주는 듯한 뉘앙스도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몇몇 캐릭터의 죽음은 너무 허망하기도 하고 급하게 처리하는 듯한 인상도 받았다.
시즌 1과 2에 비해서 사회나 환경보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본질을 탐구하며 선과 악에 대한 고찰을 캐릭터를 통해 투시한 것으로 보인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속으로 단 한 명의 승자를 결정해야 한다면 누가 될 것인지 예상이 되었고 그 예상은 맞았다. 결국 456번의 운명은 타인의 의지든, 자발적 선택이든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선은 절대선이 아니고 악은 절대악이 아니라는 모호함도 감지되었다. 선의 대변자일 것만 같은 성기훈은 어떤 노력에도 사람들을 구하거나 변화시킬 수 없음에 좌절과 절망 사이에서 빛을 잃어간다. 자신을 따르다 죽은 희생자들을 위해, 혹은 살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할머니의 부탁으로 아기와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둘 다 구하지는 못한다. 그와 반대로 악의 화신일 것만 같은 프런트맨은 선을 행하기도 한다. 가령 승자로 남은 아기를 데려가 동생에게 맡기기 전까지 6개월간 돌본다든지, 성기훈의 유일한 딸을 찾아가 이전에 받은 상금 전부를 전달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부하를 시킬 수도 있는 일을 굳이 직접 혼자 가서 처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성기훈에 대한 예의였을까. 자신이 그랬듯 이기적인 선택을 할 거라고, 목숨을 부지하라고 한 제안을 뿌리친 기훈에 대한 마지막 헌사였을까. 그나마 남아 있는 죄의식에 대한 보속 행위였을까.
성기훈의 선택, 프런트맨의 언행, 세상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에 힘을 보탤 수 있었던 후반부의 한 장면이 깊게 자리 잡았다.
"아저씨, 그러지 마.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
죽음을 맞이하게 된 소녀, 새벽의 대사다. 기훈은 새벽이 건넨 이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자신의 손에 들린 칼의 힘을 뿌리칠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신파극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 원리에 억지로 시즌을 늘린 자본주의 비판 드리마라고 할 수도 있다. 1 시즌을 뛰어넘지 못했어도 분명, 2 시즌과 3 시즌 속에 녹아든 작가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 울림을 준다. 세상은 변하는데 사람들의 본성은 그대로인 듯 보이기도 한다. 소위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세상이 아무리 타협하며 살아가라고 사람을 몰아 갈지라도 개인의 선을 향한 선택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기훈의 모습을 닮은 작가의 심지가 느껴진다.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방식과 더 자극적인 연출을 버리고 대중적 요구와 투자자 사이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예술혼을 조금이라도 경험할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팽팽히 갈리고 논쟁거리가 된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그만큼 다양한 의견을 불러일으킬 만큼 인생은 복잡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대한 한 소시민의 소수 의견이라 여겨주길...
출처: 네이버 뉴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