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기록의 시작(공간 인간 2)

by 애니마리아


오늘은 '2장 동굴 벽화: 상상의 공간이 되다(p. 45~55)'의 인상 깊은 구절을 다시 짚어 볼까 한다.



불을 사용하게 된 인간은 드디어 동굴에서도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불이 없었다면 무슨 수로 햇빛은커녕 달빛조차 들어가지 못한 공간에 거주할 수 있었겠는가.


모닥불로 외부에서 공간의 구심점을 형성한 인간은 동굴 실내에 그림을 그리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 그림은 유일무이한 최고의 의사소통 도구였을 테니까.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가 언급했듯 상상할 줄 알았던 인류는 공통의 이야기를 믿었기에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다른 종까지도 지배하며 번성할 수 있었다. 동굴에 그린 그림은 영구적으로 타인과 후대에 전달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이자 예술, 종교가 되었다.


작가는 역사가와 자신의 건축학적 공간 개념을 프리즘으로 초기의 역사를 설명한다. 공통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면 그 '이야기꾼'이 권력자(54쪽)가 되었을 거라고. 이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주장을 펼쳐놓았다. 고대에 흔히 권력이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나타나 제사장이 된 게 아니라 그림, 즉 상상의 기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가 자연히 제사장과 같은 리더의 역할을 했다는 논리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제사장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릴 줄 알아서 제사장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시대든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 주는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55쪽/<공간 인간> 중에서




그림은 수천 년 후의 지금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수많은 단체나 회사가 로고를 만들어 대중 혹은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일반인은 소셜 네트워크에 이모티콘을 이용해 자아를 표현하고 기분을 표출하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십자가는 기독교를 뜻하고 하트는 '좋아요'라는 공감의 의견을 전달한다.



상상을 그리고 그림을 다시 현실로 이끌어내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조금 색다른 예를 들어 볼까 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K Pop Demon Hunters, 2025)'애니메이션이 최근 화제였다. 팬들이 열광한 것은 스토리와 함께 한국의 이미지, 전통 무늬, 의상과 같은 디자인에서 느끼는 희열이 주는 힘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고대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기원전 35000년), 르네상스 시대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현대의 할리우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작가의 말처럼 양식이 변할 뿐 본질은 그대로인 듯하다.(55쪽) 상상하면 남기고 기록하며 모여드는 우리들.







53526737335.20250318090115.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간 빅뱅은 모닥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