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빅뱅은 모닥불부터

(공간 인간-1장)

by 애니마리아


이번 책 <공간 인간>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조망하고 해석한 작품으로 해석에 있어서 건축이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한다. 작가의 여는 글에서처럼 '건축은 관계를 디자인'(5쪽) 한다는 면에서 예술이나 부동산 자산 이상의 가치를 지난다. 이 책은 건물의 역사를 중심으로 인간 진화의 역사를 대서사시처럼 방사형으로 펼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다룰 때 흔히 시작을 문헌 이전인 선사시대부터 다루는 경향이 있다. 이 책도 그와 유사한 원리로 가시적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건축물이 아닌 그 이전부터 인류에게 유의미한 존재가 되기 시작한 공간과 사건부터 이야기가 시작하는 것이다.



공간을 통해 진화한 인류의 개관을 시작으로 1장의 모닥불부터 17장 스마트 시티라는 현재의 공간 현상까지 펼쳐진다. 반 정도 읽은 지금까지 매 장, 매 쪽의 어느 부분도 허투루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정보와 통찰, 역사가 담겨 있다. 조금만 시선과 도구와 기준점을 바꾸어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이 신선한 충격이자 배움의 기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완독을 했을 때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서평으로 간단히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내용이 많아 요약의 형식으로라도 이 책의 흔적을 남기려 한다.



(스포 주의)

1장 모닥불: 인류 최초의 공간 혁명


인류에게 불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음식을 익혀 먹고 위험한 짐승을 쫓아내며 난방을 가능케 한 도구가 아니었다. 40만 년 전 최초의 인공 불은 모닥불이었다. 건축의 빅뱅이었다고 한다. 빅뱅 이후 우주 공간의 팽창하는 무한의 공간으로 태양이라는 항성이 생기며 지구라는 행성이 돌고 인간이 살게 된 것처럼 건축도 모닥불을 계기로 진화를 거듭했다. '건축에서 모닥불은 태양'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38쪽)



* 모닥불의 의미: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동물, 인간은 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모닥불을 피움으로써 '안과 밖'의 공간 구획이 만들어진다. 일정 거리를 두고 둥그렇게 앉아 인공의 중심점이 생기는 것이다. 모닥불의 범위 한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사회적 공간이 만들어지고 평등한 공간이 된다. 저자는 또 다른 근거로 기사들 간의 권력 암투를 없애기 위해 원탁에서 회의한 아서왕을 예로 들었다. 모닥불이라는 소실점을 통해 인간은 공간적으로 구심점을 마련하고 다른 동물과 다른 사회 구조를 발전시킬 공간적 수단을 얻게 되었다. 공간 의식은 고기를 가운데 놓고 회식을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비유가 흥미로웠다. (5~44쪽)



이 장을 읽을 때 문득 또 다른 각도에서 각자의 삶의 시초, 중심점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상상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의 모닥불은 무엇인가. 내 삶의 구심점은 무엇인가. 가족인가. 가족이라면 누구를 중심으로 우리는 모여드는가. 누가 리더인가. 평등하지만 또한 이타적인 존재가 있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고 발전하지 않는가. 중심점은 가정에 따라 아빠일 수도 있고 엄마일 수도 있고 혹은 자녀들일 수도 있다. 우주의 빅뱅으로 수많은 별이 태어나고 모닥불이라는 인공의 빛으로 공간의 진화가 시작되었듯 내 삶의 진정한 빅뱅은 무엇에서 시작해서 빛나고 있는지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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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인간저자유현준출판을 유문 화사 발매 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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