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정원의 비밀

『The garden of spices』

by 애니마리아


짐스는 몸을 돌려 문에 등을 대고 섰다. 그 편이 더 나았다. 그렇면 자신의 뒤에 뭐가 있는지 상상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 파란 방은 꽤 크고 어두워서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상상을 할 게 너무 많았다.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다. 단 하나의 창문만 제외하고. 그나마 그 창문 너머로 가지가 갈라지는 큼직한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바람에 빛은 거의 들어오지 못했다.

Jims turned and stood with his back agasint the door. It was better that way; he could not imagine things beind him then. And the blue room was so big and dim that a dreadful number of things could be imagined in it. All the windows were shuttered but one, and that one was so darkened by big pine tree branching right across it that it did not let in much light.



p.1/THE GARDEN OF SPICES




강렬한 인트로는 아니지만 어떤 독자에게는 이를 통해 특정 장면이 떠오를 수도 있고 어디선가 경험한 듯한, 혹은 본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왜일까.



책을 읽다 보면 평범한 단어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자신의 경험과 의식의 흐름에 그냥 걸리는 단어. 때로는 확실히 설명할 수 없지만 나를 멈추게 하는 문구. 소설 초반 주인공 소년 '짐스'는 자신이 갇혀 있는 곳, 파란 방을 묘사하며 '상상하다 imagine'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 장소를 두려워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아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간인 뒤에서 무엇이 달려들지 몰라 두렵기만 할 것이다. 짐스가 선택한 방법은 문을 등지고 바싹 붙어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감옥과도 같은 방 안에 모든 물건이 그를 압박하듯 겁을 주기 때문이다. 상상은 늘 환상과 경이를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희열과 공포를 주는 희한한 능력이다.



이 구절을 고른 이유가 또 있다. 같은 상상력인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일한 사람이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음을 독자로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빨간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으로 유명한 루시 모드 몽고메리다(L. M. Montgomery).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절 가운데 하나가 있는데, 바로 상상력에 대한 앤의 생기발랄함 때문이다.



"It's delightful when your imaginations come true, isn't it? But they almost never do. Wouldn't it be nice if they did?"

"상상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런 일을 절대 일어나지 않죠. 그래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좋지 않겠어요?"/<빨간 머리 앤> 중에서



상상한 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앤의 마음. 이루어지지 않아도 이루어졌을 때의 기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 상상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긍정 에너지가 미소를 짓게 한다. 결국 인류의 생존은 상상력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가능하지 않았던가.



단편 소설이니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시시콜콜 말해주지는 않는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부모가 아닌 친척과 사는 짐스는 장난기 때문에 종종 파란색 문에 갇힌다. 하지만 학교를 아직 가지 못할 정도로 어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짐스는 겁도 많고 호기심도 많다.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귀여운 고양이를 목격하고 밖으로 나가 추적하다가 그만 이웃에 연결된 정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짐스는 온화하지만 얼굴에 끔찍한 흉터가 있는 미스 에이버리를 마주치게 되는데‥‥



작품 <허브 정원의 비밀: 가제>(1918)은 3인칭 시점으로 <해리포터>의 해리처럼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짐스라는 소년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짐스는 제제와 같은 악동 이미지가 있지만 유머도 있어 뭔가 어른을 풍자하면서도 세심한 관찰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헨젤과 그레텔>을 연상시키는 아찔한 순간도 어른의 마음을 다독이고 행복하게 해주는 어린아이의 매력에 빠지게도 된다.



내용상, 형식상 치우치지 않은 작품처럼 보인다. <빨간 머리 앤>(1908)의 시적 감수성과 발랄함, <비밀의 화원>(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1911)에서 느낄 수 있는 우정, 미스터리 및 성장, <제인 에어>(1847)와 같은 로맨스까지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즐기면 좋을 단편이다. 모험과 이야기, 낭만에 관심이 있고 무엇보다도 긍정적이고 삶의 유머를 지니며 살고자 하는 독자가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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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rden of Spices저자루시 모드 몽고메리출판북위드미발매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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