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weet Orange Tree 』
내 기억으로 세 번째였다. 책을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져 눈물을 훔친 것은. 첫 번째 책은 일본 소설 DAUGHTERS OF THE DRAGON(하시다 스카코, 1983)을 읽었을 때였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집에서 그랬으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시리즈로 나온 책이어서 1권, 2권, 3권 이렇게 다음 편을 읽을 때마다 펑펑 운 경험이 있다. 아마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이 울었는데도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오싱이라는 여주인공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겪는 슬픈 장면이 한국인의 여리지만 강한 어머니상을 닮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두 번째는 『 DAUGHTERS OF THE DRAGON, 가제: 용의 딸』(William Andrews 2014)라는 영소설이었다. 외국인임에도 한국의 위안부를 소재로 쓴 가슴 아픈 작품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전철을 타고 오가며 읽다가 훌쩍이며 울었다. 주인공에게 빙의된 것인지, 내 감성이 여린 건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 모든 요소와 분위기와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슬픈 소설은 대개 한두 번 슬픈 장면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 MY SWEET ORANGE TREE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1968)는 아니었다. 처음 읽는 소설도 아니었다. 물론 아주 오래전 만화로 접했지만 큰 줄거리와 전체적인 분위기는 알고 있었기에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다, 이 소설은 어른도 눈물을 참기 어려운 소설 같다.
나는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감사하게도 중간에 자리가 생겨 앉아서 갈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의 후반부를 어서 읽고 싶었다.
아빠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해 한동안 학교조차 못 갔던 제제와 포르투가 아저씨의 만남과 드라이브 장면을 읽고 있었다. 친아빠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다정하고 따뜻한 조언을 하는 포르투가 아저씨와 낮잠을 청하기 전 제제의 질문에서 그만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아저씨는 절 좋아하는 거, 맞죠?"
"그럼."
"그럼, 아저씨가 우리 집에 와서 아빠한테서 저를 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중략)
"넌 내 아들이 되고 싶으냐?"
"인간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선택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저는 아저씨를 선택할 거예요.
'And you like me, don't you?'
'Yes.'
'Then why don't you go to my place and ask Father to give me to you?'
'Would you like to be my son?'
'We don't get to choose our father before we're born. But if I could , I'd choose you.'
p. 150
체벌이 흔하던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가정에서든 학교 혹은 사회에서든 유사한 경험이나 목격담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장면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폭력은 신체적으로든, 언어적으로든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니까. 가장 잔인한 순간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과정에서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일 것이다. 제제는 가족한테서 악마라는 소리를 들으며 사는 어린아이지만 다행히 포르투가라는 좋은 어른이 있었다. 그와 함께 대화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제제는 변할 수 있었고 착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행복은 그리 생명력이 길지 않다.
다섯 살 아이에게 철이 드는 시점은 너무 빨리 찾아왔고 비극은 연속으로 제제에게 펀치를 날렸다. 어른이라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두 번이나, 그것도 그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앗아가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기에.
이 작품은 작가 조제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J.M. de Vasconcelos)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깊이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형제 많고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원주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제제처럼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연과의 교감이 컸던 아이였다. 이 작품으로 그는 브라질의 대표 국민 작가로 떠올랐으며 작품은 다시 학교 교과서와 영화 등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그때 어린아이가 주인공이지만 소설에서 구현된 언어와 장면 가운데 폭력적인 부분과 충격적 묘사가 상당하여 적절한 각색(어린이용 소설이나 만화)이 이루어졌으리라 짐작해 본다.
성장소설을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느끼고 싶은 독자, 울고 웃으면 문학에 푹 빠지고 싶은 독자에게 이 아름답고 가슴 아픈 작품을 추천한다. 단, 일부 독자의 경우 외부에서 읽으면 눈물샘이 터질 수도 있으니 비상용으로 손수건이나 휴지를 챙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The My Sweet Orange Tree저자Jose Mauro De Vasconcelos출판Pushkin Children's Books발매2019.08.29.
오싱 1저자하시다 스가코출판청조사발매2013.11.15.
Daughters of the Dragon저자미등록출판Lake Union Publishing발매2016.06.28.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감독마르코스 번스테인출연후아오 기에메 아빌라, 호세 드 아브레우, 카코 시오클러, 에두아르도 다스카르, 히카르도 브라보, 카티아 칼릴, 에두아르도 모라이라, 에밀리아노 쿠에이로즈개봉201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