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NSE AND SENSIBILITY 』
『이성과 감성 Sense and Sensibility 』는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으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1775년~1817)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이다. 그 당시 영국은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시대였기에 이 작품 또한 1811년 익명으로 By a Lady라고만 표기된 채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표면적으로 연애와 결혼이라는 로맨스로 분류되지만 그 당시의 결혼 풍습과 사회 구조의 부조리, 불평등한 재산 처리 등을 사실적으로 다룬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젠트리 계급과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 및 삶의 연장이라는 당시의 풍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그들의 심리와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 당시 부자들은 도시에 하나, 시골에 별도의 저택을 하나씩 두며 살았다. 하인을 두는 것은 당연했고 종종 방문객과 손님을 받아 몇 주씩 함께 지내곤 했다. 그들은 또한 재산 분배에 있어서도 장남에게 몰아 물려주는 풍습이 다반사였기에 손아래 동생들의 삶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경우 더욱 입지가 불안해서 조금이라도 돈이 있는 남편과 결혼해야 했고 동시에 품위를 지키며 평판 관리에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원어 제목대로 이 작품에서 오스틴은 두 가지 다른 관점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먼저 '분별, 이성'을 뜻하는 sense는 옳은 판단을 하고 행동을 제대로 하는 능력을 말한다. '감정 혹은 예술적, 문학적 감성'을 담당하는 sensibility는 세상의 온갖 일에 대한 강력한 느낌과 감정을 의미한다. 소설은 이 두 가지 대조적인 면모를 대표하는 듯한 두 자매, 엘리노어와 매리앤의 기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 헨리 대시우드는 첫째 부인이 사망하자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한다. 이 부부 사이의 딸들은 엘리노어와 매리이며 존 대시우드는 이들의 이복 오빠이자 대시우드 가문의 장남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을 포함한 든 재산은 장자인 존 대시우드와 부인 패니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이기적인 대시우드 부부의 구박으로 집에서 쫓겨나간 모녀는 먼 친척의 도움을 받아 시골의 한 작은 저택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멀리 이사하기 전 첫째 딸 엘리노어는 패니의 첫째 남동생인 에드워드 페라스와 썸을 타게 된다. 지적 관심과 호감을 나누던 이들은 뜻하지 않게 이별을 하게 되지만 엘리노어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어머니와 동생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려 애쓴다.
반면 동생 매리앤은 마음속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나이 많은 순정파 남자, 브랜든 대령을 대놓고 피한다거나 잘생긴 바람둥이 존 윌러비를 따라다니며 결국 상처받는 순간에도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감성파이다.
소설 속에는 두 자매의 서로 다른 성격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결혼과 연애를 둘러싼 문제를 두고 사랑이 아닌 재산만을 잣대로 삼아 미래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인물을 선보이며 간접적으로 비판을 시도하기도 한다. 에드워드의 숨겨진 약혼녀였던 루시는 재산이 장남인 에드워드가 아닌 동생 로버트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고 표변하여 스스로 파혼을 선택하는 모습은 마치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을 떠오르게 한다.
그런가 하면 매리앤을 버리고 재산 많은 여성을 결혼 상대로 택하는 남자 윌러비와 순정파 노총각인 브랜든 대령의 대조적인 모습도 볼 만하다. 윌러비는 다친 매리앤을 도와주며 왕자님처럼 등장하며 그녀와 사랑을 속삭이지만 자신의 후원자의 등쌀에 못 이기는 척하다가 결국 돈 많은 아가씨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그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였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어린 소녀가 임신하여 딸을 낳았는데도 책임은커녕 이를 숨기고 다녔다.
이와 반대로 브랜든 대령은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가난하여 부모에 의해 강제로 헤어진 과거가 있다. 그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으나 불행했고 밖에서 아이를 낳았으니 그 아이가 바로 윌러비의 버림을 받은 소녀, 엘라이자였다. 엘라이자는 미혼모가 되었고 이 사실을 안 브랜든 대령은 자신의 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모녀의 생활을 돕는다. 아마도 작가는 브랜든 대령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진정한 신사의 모습과 인간미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최대한 중요 인물 위주로 줄거리와 인물 간의 관계를 서술했지만 무척 복잡하고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나도 여전히 이들의 이름과 관계, 사건이 수많은 장소와 맞물려 혼란스러웠다. 마치 러시아 작품을 읽는 것처럼 수많은 인물과 이들의 갈등이 얽히고설키어 있는 구조라서 메모를 하며 읽는데도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중심은 사건과 상대를 대하는 자매의 태도에 맞추어져 있다.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는 엘리노어의 이성적 판단이든, 풍부한 감정을 드러내며 삶에 솔직한 매리앤의 감성적 느낌이든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다. 결국 두 가지 성격이 모두 필요하며 때로는 서로 잘 균형을 맞추며 사는 삶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에 가까워짐을 암시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단지 자신과 다른 생각, 다른 태도를 지닌 사람 앞에서, 심지어 자신을 싫어하고 덕이 부족한 사람일지라도 넓은 아량과 냉철한 이성으로 대하는 엘리노어에게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 여성상이 좀 더 반영되어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엘리노어는 비록 패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재산을 빼앗다시피 하고 자신과 어머니를 내쫓았기에) 패니에게 문병 가는 일은 자신의 의무라고 여겼다. 패니가 병이 들었으니 그녀를 방문하는 게 옳았다.
Elinor decided that, althought she did not like Fanny, it was her duty to visit her. Fanny had been ill, so it was the right thing to do.
p. 65
어쩌면 이성과 감성을 조화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또 다른 거울로서 이 작품으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오스틴이 태어난 시기는 영국은 이성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고 각각 합리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문예 사조와도 상당히 맞아떨어진다.
고전을 통해 현대를 살펴보고 유사점과 차이를 느껴보는 재미가 있다. 개인이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상대를 판단하는 기준과 행동에 대한 결과와 현상은 지금도 우리에게 종종 던지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 사회, 그리고 연애, 인간관계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기승전결의 짜임새와 극적 요소를 즐기는 사람, 영문학 및 근대 서양의 역사,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생각할 거리도 풍부한 소설, 엘리노어는 비록 패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재산을 빼앗다시피 하고 자신과 어머니를 내쫓았기에) 패니를 방문하는 일은 자신의 의무였다. 패니는 병이 들었으니 그녀를 방문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이성과 감성』을 추천한다.
Sense and Sensibility저자제인 오스틴출판Vintage Classics발매201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