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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Feb 19. 2024

서평: 에머슨의 자기 신뢰(Self-Reliance)


제목: 에머슨의 자기 신뢰(Self-Reliance)


지은이: 랠프 월도 에머슨 지음/황선영 옮김


발행: 2023년 8월


출판사: 메이트북




나 자신을 믿고 내면의 힘을 기르라는 주제를 담아 서술한 철학서, 단상 내지는 중수필(重隨筆)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개인적을 너무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삶의 지혜와 통찰이 담겨 있고 필요한 자질을 논하고 있기는 하다. 다시 말해 맞는 부분도 있고 조금 의아한 부분도 있으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반대 의견이 올라오는 내용도 있었다. 



몇 꼭지의 내용, 문구를 제외하면 그리 흡입력이 있지도 재미있지도 않았으며 내 지적 한계가 커서인지 이해가 다 가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애당초 이 책에 끌려서 읽게 되었을까? 책의 날개 부분과 소개 글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철학과 심리에도 관심이 깊어지는 요즘 다음과 같은 문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나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심어주는 아주 멋진 책!


 미국의 개척정신, 독립정신의 초석이 된 책!


니체, 간디, 버락 오바마, 마이클 잭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에게 감동과 용기, 영감을 불어넣은 에머슨의 위대한 고전!



즉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철학자와 유명인이 감동받을 정도면 정말 위대한 영감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필사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나를 사로잡았을 테다. 



읽으면서, 읽고 나서의 내 소감은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하다'이다. 이 책의 요약을 보면 상당히 좋은 메시지로 다가온다. 결국 자신을 믿고 자신의 신념대로 살라는 것이 궁극적인 주제다. 



그래도 어려웠던 이유는 몇 가지 소주제가 중심 주제를 위해 펼친 그의 단상이 맥락 없이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짧은 웅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집에서 내면의 대양과 소통하라 (104쪽에서)



모든 것은 이렇게 한 군데로 집중된다. 그러니까 밖에서 배회하지 말고 집에 앉아서 대의에 집중하자. 이런 신성한 사실을 간단하게 선언해 집에 쳐들어오는 폭도 같은 사람, 책, 제도를 망연자실하게 만들고 놀라게 하자. 



이게 무슨 말일까? 단어, 표현 그대로 이해하기에는 뭔가 깊은 뜻이 숨어 있어가 예시가 필요한 듯한데, 짧은 내 지식으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 읽었을 때도, 지금도. 원문대로 번역이 되었을 테니 결국 나의 내공이 부족한 듯하다. 



'아니, 저런! 에머슨이 이런 자신감을 잃지 말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는 말을 계속 강조하지 않았나?'^^



좋았던 부분도 있다. 60쪽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지금 이 순간에 품고 있는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라는 주장으로 시작하며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달라지고 모순되어도 상관없다며 예를 들었다.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예수, 루터, 갈릴레오 등 여러 위대한 사람은 오해받기 마련이라며 오해받는 두려움을 달래주고 있다.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흑백논리로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령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이유'의 소제목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겉모습을 항상 무시해라. 그러면 언제나 옳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66쪽)



나도 외면과 내면 가운데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현실적으로 인간이 외면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본능을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태도를 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왕이면 자신의 미의 기준에서 아름다운 사람, 혹은 미소 짓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의 작용이니까 말이다.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부분을 하나 더 소개한다. '순응과 일관성'을 다루면서 '더는 남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지 말자'라는 말로 끝나는 내용이 있었다. 당당하고 의연한 태도를 강조한 말이겠지만 다소 극단적으로 들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사과할 때도 있고 일관성에서 벗어나 배려 차원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지 않나? 나이가 들면서 타협과 역지사지를 점점 실감하는 가운데 이런 생각이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며 논할 것은 논하자는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부분적으로 필사를 해도 좋을 것 같다. 



* 참고로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책 그 자체보다 사람, 그 자체에 관심이 가서 배경 및 사상 등을 조사하고 더 놀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은 미국 보스턴 출신으로 7대째 내려오는 목사 집안의 엘리트였다. 자신도 목사가 되었지만 당시 교회의 형식주의에 반대해 갈등을 겪다가 사임하였다. 하지만 그의 독립 정신과 초월적인 범신론 사상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어 유명한 강연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콩코드의 현자'라는 별명이 붙었고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월든의 저자)가 그의 제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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