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를 읽다가
고명환 작가님의 책,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에는 니체가 말한 삶의 3단계에 대입하여 깨달은 작가님의 독서 및 성찰의 철학이 나온다.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낙타,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사자,
가장 나답게 자유롭게 노니는 어린아이.
145쪽/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중에서
낙타는 가장 낮은 단계지만 결코 열등하거나 나쁜 단계는 아니다. 묵묵하게 참고 견디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성실한 동물이다. 단지 무엇을 지고 어디로, 얼마만큼 가야 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은 채(때로는 강요로, 허락되지 않아서) 순종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낙타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시 의문이 들 것이다. 이게 맞나? 하루하루 성실하게 나의 길을 가지만 자신도 자유롭고 싶고, 열정을 지니고 살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할 것이다. 생각을 했다면 시작이다. 변화는 바로 이러한 낙타의 의식에서 시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기특한 단계인가.
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습관이 되지 않은 독서를 시작하려는 단계에서는 모든 게 고통이다. 작가는 홍어를 처음 먹을 때의 고통에 비유한다. 호기심에서 한번 먹어보았지만 당장 뱉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움에 몸서리치던 때를 기억한다. 이러한 고통은 독서를 결심하고 처음 시도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과정은 아니다. 이미 독서를 생활화하고 즐기려 노력하는 나도 때로는 역행하여 낙타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슬럼프라 칭하고 누군가는 매너리즘이라 말한다. 나태함, 권태, 싫증, 어떤 이름이든 간에 과정의 고통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오기도 하니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아픔은 필연이지만 고통은 선택이다)
달리기 베테랑인 무라카미도 육체의 고통을 느낀다. 독서를 시작하면 책을 좋아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 눈이 아프고 보이지 않기도 하며 손과 발, 여기저기 쑤시기도 한다. 아픔과 고통 자체는 별 차이가 없다. 괴로운 건 매한가지니까. 무라카미나 고명환 작가의 메시지는 그 고통 속에서 고통을 대하는 마음가짐, 자세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고통스럽고 하기 싫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 안드레아 또한 종종 이런 격언을 인용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첫째가 군대에 갈 때 해주었던 말이기도 하다. 쉽지 않다. '군대는 군대지 뭐가 즐길 거리가 있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대하며 이겨내야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목이 아팠다. 안드레아가 전날 심하게 목감기 증세가 있다고 한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다. 새벽 1시부터 더위 때문이 아닌 인후통과 목마름으로 잠에서 깨길 여러 번. 몸이 아파지는 신호가 느껴지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들기 마련이다. 앞으로 진행될 아픔의 단계와 생활에 끼칠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때 즐기는 것은커녕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선택지가 과연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뒤척이다가 도저히 안 되겠기에 일어나니 새벽 5시가 다 돼갔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갑상샘 저하증 약을 먹고 약 성분이 있는 목캔디를 집으려다 다시 내려놓았다. 갑상샘 약을 투여하고 한 시간 이내에 다른 음식이나 약을 먹으면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목의 따가움이 힘들었지만 최소 30분은 기다렸다가가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사실 독서의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 에너지를 내 안에 쌓는 것이다. 진정한 부는 내 안에 쌓는 것이다. 몇백억짜리 건물, 몇천억의 예금이 있다 해도 전쟁이 나서 다 쓸어버리면 아무 소용없다."(163쪽/『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전쟁이 나도, 외형적인 소유물은 사라질지언정 내 안의 에너지는 나만의 것이 된다는 긍정의 말이 용기를 준다. 목이 아픈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쌓아둘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 부부 사이가 멀다면 바로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몰라. 우리는 여전히 가깝기에, 서로에게 다정하기에 감기도 함께 걸린 거야. 나보다 더 힘들고 고된 일을 종일 하는 그의 고통을 알 수 있어서, 함께 나눌 거리가 한 가지 더 생겨서 좋기도 해. 비록 그것이 아픔일지라도. 결혼식 날, 좋은 일, 슬픈 일 모두 함께 하기로 약속했듯이. 그가 겪는 고통을 나도 겪으니 나도 실감 나게 느끼니 그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잖아.'라고 말이다.
고통을 대하는 자세를 스스로 만들어가다 보면 초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때 설레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내 안에 다시 배움의 열정 에너지가 쌓이고 사랑의 불꽃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