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요

by 애니마리아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시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나는 누구보다 시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마냥 철없이 좋아할 뿐입니다.

33쪽/『너를 아끼며 살아라』나태주/ 중에서







<풀꽃>이라는 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말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공을 들여 창조해 냈을 시임을 알기에 이 말은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겸손한 시인의 성품이 더욱 빛날 뿐. 하지만 다시 보니 자신을 그저 '시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말속에 엄청난 열정과 내공이 들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은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를 예로 들었다. 그는 14살 때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나태주 시인 또한 학생이던 15세 때 헤세의 이 말을 접하고 같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단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 당시 반한 여학생에게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시인이 되고 싶었다고,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그랬다는 것이다.(32쪽) 솔직하고 귀여운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가끔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나태주 시인을 보면 왠지 푸근하고 따뜻한 인상의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았던 이유가 이해되었다.



나 또한 종종 '영어를 좋아하는 사람' 내지는 '공부나 책 읽기를 즐긴다'라고 말하곤 했다. 이 분야에 자신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나를 소개할 말이 마땅치 않아서 그런 경우가 태반이었다. 나 자신에게 온전히 당당하지 못했다. 나태주 시인의 좋아함과 나의 좋아함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사자가 아니라 낙타 단계로 후퇴한 느낌이다.



철학이나 시인을 진정 꿈꾸는 사람은 돈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살다 보면 돈을 무시할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가치를 고르라는 질문에 많은 한국인은 1위의 답으로 '돈', 경제적 가치를 들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면을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아프면 남은 가족에게 짐이 되면 안 되니까'와 같은 속뜻이 담겨 있다. 물론 나태주 시인은 시를 본업으로 삼기 전에 교사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풍족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면서도,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시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던 분의 순수함이 돋보였다.



시를 좋아한다는 문구 다음에 이어진 말이 더욱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마냥 철없이 좋아할 뿐'이라고 하셨던가. 어린아이는 순순하면서도 가장 미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니체와 고명환 작가는 각각 삶과 독서에서 가장 상위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 어린아이라고 했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평생 그 마음을 간직하며 시를 써 온 나태주 시인. 나는 이분처럼 되기는 힘들 거라고 부끄러워하고 절망할 찰나, 다음 시가 나를 위로한다. 마치 나의 이런 마음을 알기라고 하듯 미소를 지으며 내 안의 어린아이를 깨운다.






너는 별이다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네 가슴에 별 하나
숨기고서 살아라
끝내 그 별 놓치지 마라
네가 별이 되어라.


35쪽/『너를 아끼며 살아라』나태주/ 중에서



구름과 공해에 가려, 때로는 피곤에 지쳐, 혹은 아픔에 시달려 구석에 처박아 둔 별이 있는가. 잊었던 꿈을 꾸면 다시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에게는 숨겨진 별이 있을 테니. 남들과 다른 별 이어도 좋다. 언젠가 우리가 그 별이 될 테니. 외롭지만 빛나는 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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