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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두려워하는 예술

(CITY OF NIGHT BIRDS)

by 애니마리아




My body isn't what it used to be, and I'm constrantly afraid it won't be able to do today something it could do yesterday.
내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그리고 어제 가능했던 동작이 오늘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p. 212/『 CITY OF NIGHT BIRDS 』








예술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관련된 인간의 활동과 산물'(사전적인 뜻)이라 할 수 있다. 감정, 사상, 경험, 세계를 표현하고 공유하는 창조적 행위라는 것이다. 예술에는 공간 예술, 시간 예술, 종합 예술이 있다. 그림이나 조각 같은 시각 예술에서 음악, 문학, 무용, 연극의 전통적인 예술부터 영화, 사진, 디자인, 디지털 아트, 퍼포먼스 아트 및 설치미술도 있다. 혹은 음악, 영상, 공각, 자연, 신앙 등과 결합하거나 공존하며 나타내는 융합 예술도 성행하고 있다. 언뜻 예술은 하면 할수록, 시간이 쌓이고 노력이 행해질수록 노련해지고 실력이 깊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춤처럼 몸을 쓰는 예술은 일반적인 인간의 인생처럼 한계가 있기도 하다.



나탈리아는 최고의 발레리나 대우에 온갖 찬사와 혜택을 받지만 평발인 까닭에 자주 다치거나 통증이 심해지곤 한다. 천하의 그녀조차 어쩌지 못하는 것은 결국 노화다.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그녀는 어제의 동작이 오늘은 삐걱대는 것을 느낀다. 혹여 다치기라도 하면 둘 중 하나다. 참고하거나 발레를 쉬며 회복에 집중하거나. 마치 스포츠처럼 전성기를 지나면 앞으로는 곤두박질칠 일만 남았음을 수용해야 하는 존재, 공연 예술가다. 시간을 역행하지 못해 끝이 확실하고 그 끝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을 갈아 넣는 그녀의 운명은 맨 정신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 되던 동작이 오늘 잘되지 않기 시작하면 누구나 내일이 두려울 것이다. 아니 슬플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진리는 비단 예술계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고개를 나타내기도 하다. 그림이나 글쓰기의 영역은 시간이 쌓일수록 연륜과 경험이 쌓여 깊은 내공이 싸이는 것과 다르다 못해 완전히 반대인 분야, 발레.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다른 예술 분야도 신체의 노화가 너무 진행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필자 또한 눈이 침침하다 못해 어른거리는 현상, 번쩍이는 섬광을 보거나 앞이 잘 안 보이는 걸 느낀다. 이런 경우 그 어떤 글도, 그림도 구현해 낼 수 없다. 목이나 다리, 허리와 팔목에 만성적으로 고통을 지니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주, 더 강도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오늘 나타샤의 이 쓸쓸한 독백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vocab. 어휘

gig 공연

carouse 회전목마

quadrangle 사각형 안뜰

Place des Vosges 보스 광장

burrow 파고들다

clock out 일을 마치다

eulogy 추도 연설

quai 선창, 부두

levee 부두

facade 정면, 표면

protege 후배

gregarious 사교적인

whart 부두, 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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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of Night Birds

김주혜 2025 Oneworld Publications/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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