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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꾸와 휴먼인더루프(트렌드 코리아2026+)

by 애니마리아


'다꾸'를 이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말이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트렌드 코리아 2026』을 읽을 때마다 외계어 같은 신조어, 재미있는 말, 유행어와 현대의 흐름을 아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직히 너무 많아서 교과서 파고들듯 뭔가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너무 빨리 변하는 사회의 문명이 빛의 속도로 가기에 놓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디다꾸'도 아는가. 디지털 다이어리 꾸미기라고 한다. 디지털 전자기기에 익숙한 세대는 다 알고 있을 듯하다. 능숙하지는 못해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겨우 살아가는 나는 벌써부터 이보다 더한 기술이 나올 때 과연 따라갈 수나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는 간단한 키오스크조차 파악이 잘되지 않아 도와드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언젠가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다. 내가 부모님 나이가 되어 어떤 혁신적이 기술이나 용어, 현상이 보편화될지 다 알 수는 없으니 말이다.



'별다꾸'. 처음에는 말이 참 앙증스럽다고 생각했다. '별 걸 다 꾸민다'라는 뜻이라니! 이미 지난 트렌드든, 앞으로 계속될 트렌드든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따라가지 못한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은 그저 정말 '별 걸 다 줄인다'라고 말하며 웃어넘기면 안 될까.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인공지능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AI 활용 철학을 말한다.(131쪽)



AI를 빼고 현재의 트렌드나 미래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대상이기에 어느 정도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GPT의 붐 때문인지 몇 년 안 된 개념이라 짐작했는데 조사해 보니 오래전에 기초적 개념이 나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AI 개념은 1940년 인공 뉴런, 뇌 등을 다룰 때 나왔으며 휴먼인더루프는 1960년대 모의 시뮬레이션 개념에서 문헌을 만들 때 이미 언급이 되었다고 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가관이다. 휴먼인더루프도 이해하기 버거웠는데 '휴먼온더루프'와 '휴먼아웃오브더루프' 등 헷갈리는 개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저런 논점은 차치하고 해심은 AI와 인간이 협업하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이상적인 역할 분담 모델이라고만 이해하기로 했다. 단,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지식의 부익부 빈인빈 현상이 대다수 인류를 해치고 심화되지 않길 바란다. 이미 실험을 통해 똑똑한 사람, 전문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AI의 활용을 잘해서 더 발전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 그저 지식의 단발적 이용자는 오히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등 역효과가 난다고 하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처럼 인간은 'AI에 올라탄 켄타우로스가 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156쪽) '인간이 머리가 되고 AI가 몸통 및 다리가 되어 자기 일도, AI 다루기도 잘해야 한다'라는 주장에 수긍이 가면서도 그리 멋있게만 들리지는 않는 이유는 뭘까. 또 다른 경쟁을 야기하지는 않을지, AI 부르주아와 AI 프롤레타리아라는 극심한 분리로 인간 사이의 갈등이 더욱 분화되고 심해지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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