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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없는 선택의 시대'(트렌드 코리아 2026)

by 애니마리아


부제: 우리는 제로클릭 시대에 살고 있다



검색의 시대에서 제로클릭 시대로 이행하면서, 이제 검색창에서 누가 먼저 노출되느냐의 싸움은 무의미해졌다. 고객이 검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가 고객의 맥락을 더 빠르게 이해하고, 더 정교하게 콘텐츠를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200쪽/ 『트렌드 코리아 2026』



'제로클릭'이란 말이 눈에 띈다. ZERO CLICK 이면 클릭을 안 하는 걸 의미할 텐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전혀 클릭을 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과장 어린 어휘가 던지는 현상과 과제가 꽤 묵직하게 느껴졌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상품이라도 꼼꼼한 소비자라면 상품, 가격은 물론 사용 후기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정석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AI의 발달로 제로클릭 시대를 겪고 있다. 즉, '디지털 생활에서 정보를 알아보고 확인하는 클릭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187쪽)



사람들은 인간이 주도하고 명령하는 AI 시대의 초반이라고 말하지만 인간이 아닌 AI가 주체가 되어 실무를 잠식해 가고 인간은 최종 결제만 하거나 그마저도 AI에게 맡기는 단계에 와 있다. 아직은 연구단계라고 하는 AI 에이전트(AGENT)가 이미 상당히 들어와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편리하지만 소비의 주도권이 제안하는 AI에게로 넘어가는 과정이기에 좀 더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영상 플랫폼이나 SNS를 조금이라도 이용하는 사람은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검색의도가 없었음에도 우연히 뜬 광고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어서 자연히 클릭을 하거나 소비로 이어진 경험을. 나 또한 그런 식으로 글쓰기 수업이나 번역 수업, 혹은 북튜버의 영상을 보고 충동구매하듯 책을 산 적이 있다.



단순히 AI에게 쇼핑을 맡기고 클릭을 줄이는 데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판매자 입장에서 AI 추천 리스트 상단에 올라야 하는 '알고리즘 마케팅'이 중요해진 것이다.(202쪽)



고객의 선택이 아니라 AI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야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제로클릭 시대의 마케팅은 고객보다 AI를 먼저 설득해야 한다.

202쪽/『트렌드 코리아 2026』중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전에 먼저 AI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눈치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소비자보다 AI 설득'(203쪽)이 먼저라는 상황이 왠지 섬뜩하게 느껴진 건 지나친 걱정일까.



이와 더불어 이 책이 제시하는 제로클릭의 편리함 속에 인간이 감수해야 할 주의점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마무리 지으려 한다.


프라이버시의 종말: 방대한 개인 데이터의 노출로 현실의 내 위치, 구매 이력은 물론 대화 내용, 건강, 감정 상태와 변화까지 노출된다.

인간 주도권 상실: 편리하지만 준비과정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AI가 주도권을 가지니 획일화된 소비는 필연적이다.

정보 격차 문제: 정보 유출을 거부하면 그만큼 AI의 외면을 받아 정보를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디지털 환경에 이기숙하고 활동적일수록 더 정교하고 풍부한 제안을 받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자본이 되는 시대, 새로운 격차가 형성되기 쉽다. AI의 추천에서 배제될 수도, 정보를 무한정 유출하기도 꺼림칙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도권을 어떻게 지키고 현명하게 대응하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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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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