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6)
오늘도 어렵지만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 체험하거나 접하고 있는 개념들을 정리하고 고찰해 보려 한다.
*픽셀라이프 Pixelated Life는 디지털 이미지 구성에 있어서 최소 단위 '픽셀 pixel처럼 작고 많고 짧게 소비하는 방식을 말한다(267쪽). 많은 사람이, 말 그대로 작지만 단기간에 소비하고 빠르게 다른 분야를 소비하는 행태를 말한다. 간만 보는 변덕스러운 소비 심리라는 인상도 주지만 엄연히 현실이 되어버린 1인 가구 시대, 핵개인화 시대에서 나타난 생활방식으로 보인다.
향수 제품이 예시로 나와 흥미로웠다. 최근에는 전통적 완제품보다 소용량 향수 샘플 세트가 인기라고 한다. 일명 '디스커버리 세트'! 처음에 이 말을 보고 아웃도어 매장에서 보는 한 브랜드인 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고가의 가방, 의류, 향수에 큰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라 이마저도 모를 뻔했지만 첫째가 워낙 디스커버리 의류를 좋아해서 그나마 귀에 익은 정도였다. 여기서 말하는 디스커버리 세트는 다양한 향을 소용량으로(5~6개) 모아 파는 기획 상품이다. 일반적인 향수(50ml에서 100ml 사이)가 고가여도 나와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불만인 소비자에게 디스커버리 세트는 합리적인 소비로 여겨진다고 한다.
마치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점인 픽셀처럼, 작게 쪼개진 소비 조각으로 삶을 채우는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한다. 이것이 바로 픽셀라이프의 첫 번째 모습인, 픽셀처럼 작은, 최소 단위의 맛보기다. 이는 단순히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소용량 선호를 넘어, 소비 문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70~271쪽/『트렌드 코리아 2026』
1개만 주문해도 무료로 배달해 주는(회원 가입 시) 쿠팡의 배달 서비스는 알고 있었지만 그 외 알지 못했던 트렌드가 이 챕터에도 꽤 많이 소개되었다. 음식 서비스에서 1인분이나 반 마리 메뉴만 선별해 놓은 란이 있다고 한다. 적은 양도 주문 가능하여 출시 70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이 돌파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직접 대용량 상품을 작게 나누는 '소분 모임'이 전년 대비 411%나 상승하는가 하면, '작은 게 아름답다'라며 패션, K 뷰티 브랜드의 소용량 뷰티 제품은 짊은 시대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275쪽) 다이소와 어느 브랜드의 제품이 다이소 온라인 제품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고화질 카메라 대신 화질은 낮아도 휴대성과 레트로 감성을 반영한 '토이카메라'가 MZ 세대에서 인기라는 이야기도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독서 영역의 트렌드 또한 눈여겨보았다. 최근' 텍스트힙'이 젊은 세대 중심으로 유행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무겁고 두꺼운 벽돌책 대신 한두 시간 완독이 가능한 작고 얇은 '미니북'과 해시태그#얇은책추천'을 타고 SNS에서 화제가 되는 듯하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차별성과 특별함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에 오히려 복고풍(1920년대 딱지본 유행하듯)을 주도하는 듯하다.
일부는 거품도 있어 보이고 보여주기식 경향도 있겠지만 작게, 많이,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현상 픽셀라이프를 부정할 길은 없다. 기성세대가 이해를 하건 하지 못하건 문화와 삶의 흐름은 억지로 만들거나 억제할 수 없다. 그들을 바라보며 받아들이거나 수용할 수 있는 것, 배울 수 있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혹여 이해가 안 가고 나와 맞지 않는다면 굳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유행은 말 그대로 한순간의 반짝임 아닌가. 의미가 있다면 좀 더 오래갈 것이고 그 반대라면 저절로 소멸할 것이다.
소통이 안 된다고, 따라가기 힘들다고 투덜대기보다 이런 정보를 접했을 때 '그들은 그렇구나. 나는 아니지만'라며 인정만 해 주어도 되지 않을까. 책에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아니면 어떤가. 이 밖에 알지 못하는 트렌드와 새로운 정보는 얼마나 많겠는가. 강연에서, 지인과 대화에서 가족에게 우연히 뭔가를 듣고 접하다가 알 수도 있다. 그럴 때 뭔가 아는 사람과 알지 못했던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아예 시작도 안 하기보다 소통의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