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문학, 유럽문학, 라틴문학, 최근의 K 문학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문학의 향유와 유행은 다변화되며 전 세계를 흐른다. 특정 문화나 문학이 100% 독립성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문명이 탄생한 이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상상하고 사유하며 끊임없이 문학을 창조해 내는 존재다.
번역가를 꿈꾸기 전부터 이색적인 언어와 문화, 문학에 늘 관심이 있었다. 누가 더 우월하고 좋다, 나쁘다는 의미보다는 그저 내게 익숙지 않은 분야가 궁금했고 왜 자기 나라를 벗어나 타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영어에 대한 호기심은 그 언어로 쓰이고 기원이 된 영문학을 공부하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다시 영어의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언어를 품고 있는 문학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시험 일정에 맞춰 그때그때 수업량을 맞추기도 버거웠다.
단편적인 점수 얻기에서 벗어난 지금, 진정 내가 영문학도가 맞나, 과연 영문학이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나 스스로 영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순수한 학구열로 영문학의 역사를 정리하고 싶었다.
『영국 문학 개관』은 2013년 초판을 시작으로 2020년 3판 개정으로 나온 한국문화사의 작품이다. 한국외국어대 영미연구소에서 이동일, 이영심 교수의 공저로 나온 영문학 개관서라 할 수 있다. 목차만 보았다면 시간적 순서대로 기술되어 있기에 다소 복잡해 보여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다행히 그 앞에 머리말이 나온다. 책의 내용과 취지, 의미는 머리말만 읽어보아도 대략 알 수 있을 정도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단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문학사와 여러 작품, 작가가 언급되어야 하는 만큼 전공자라도 헷갈릴 수가 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거나 메모, 표시 등을 하며 읽으면 일반인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의 취지이자 가치를 다룬 부분을 읽고 시작하면 좋을 듯하다.
문학은 당대 삶의 현실을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매혹될 수 있는 새로운 창작물을 끊임없이 생산해 왔다. 그중에서도 영국 문학은 국제어인 영어를 근간으로 하는 영어권 문학의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머리말에서/『영국 문학 개관』
5세기 무렵부터 시작하는 고대 영문학부터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들, 그 사이에 변화를 이끈 역사적 사건이 굵직하게 나열된다. 차례를 지나고 나면 『영국 문학 개관』의 본격적이 시작 전에 관련 사진 및 그림이 나와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영국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이자 수도인 런던의 사진, 윌리엄 1세의 런던탑, 셰익스피어 역사극에 등장하는 리처드 3세의 인물화부터 빅토리아 여왕, 제임스 조이스 동상까지 익숙한 문인들의 이미지들이다.
기원전 영국은 그곳에서 살던 켈트족이 패배한 이후 로마 제국의 속국 가운데 하나였다. 게르만족에 속하는 앵글족과 색슨족이 영국에 정착한 시기가(5세기) 바로 영국 고대문학의 시작이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은 『베오울프』로 8세기(750년)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때부터 시작한 영문학은 유럽과는 또 다른 영국 고유의 특징이 나타났다. 기독교적 가치관과 이교도적 영웅주의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르만 정복(1066)은 고대와 중세를 가르는 중요 사건이다. 11세기에서 15세기는 중세 영문학 시기로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로 대변된다. 이 작품은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 방식이 특징이다.
16세기에서 17세기 초에 걸쳐 나타난 르네상스 문학에는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희극의 발전이 보이는 시기다. 17세기 영국은 청교도 혁명과 왕정복고를 거치는 대격변의 시기에서 기독교적 인본주의가 발전했으며 이때 밀턴의 『실낙원』, 형이상학파의 시가 있었다. 18세기에 들어서서는 합리주의, 계몽주의, 신고전주의가 부상했고 19세기 전반 낭만주의로 이어진다. 이때의 대표작은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다. 19세기 중, 후반은 소설의 전성기라 칭하는 시기로 빅토리아 조의 문학 장르에 속한다. 20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 전쟁을 기점으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학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영문학 또한 고대부터 1300여 년간 이어져 오며 지금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7년에 만들어진 영화 『베어울프』, 지금도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지는 셰익스피어 문학,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로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 로렌스, 조이스, 엘리엇, 예이츠 등의 작품이 공감과 예술적 기교에서 종종 언급되니까.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호도 이니스프리>를 일부 읽어보며 시 자체의 신비와 전통, 민속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저 화장품 브랜드로만 알고 있었던 이전의 나를 떠올리며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는 이제 일어서서 이니스프리 섬으로 가리라,
그곳에 작은 오두막을 지리라, 진흙과 욋가지로 만든 집을;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p.321/『영국 문학 개관』, <호도(湖島) 이니스프리 The Lake Isle of Innisfre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