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에게 1(부제:과식했지만 행복했어)

by 애니마리아


자취 중인 네가 집에 오자마자 장을 함께 보러 가서 좋았어. 평소에는 그냥 인터넷 쇼핑몰에 필요한 것을 주문하면 끝이었는데 말이지. 사실 효율 면에 있어서는 그게 가장 편하고 시간도 아낄 수 있긴 해. 하지만 물건을 고르고 주문 버튼을 누르면 그걸로 끝이니까. 아무리 빨리 주문한 물품이 오더라도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



하지만 너와 함께한 그 며칠은 달랐어. 첫째 날, 무거운 짐가방에 KTX를 타고 왔는데도 함께 장을 보러 선뜻 나선 너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더라. 명절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과 어울리느라 말 한마디 하기도 힘들었잖니. 왠지 모르게 좋더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아빠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 품에서 떠난 아이와 다시 만나는 순간은 또 다른 감동을 주네. 자주 만나지 못해 더욱 애틋하고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면 가까이 있어도 멀게 느껴질 때가 있고 멀리 있어도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아. 이런 게 교감인가. 타인과 나누는 교감이나 공감은 배려이고 가족과 나누면 행복의 감정이더라고. 우리가 말하는 친절이나 사랑은 다르게 뻗어나간 가지지만 결국 뿌리는 사랑이라는 한 점에서 시작한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엄마는 너를 참 잘 만난 것 같아. 아빠를 만난 것도 행운이자 신의 은총이라 생각했는데 네가 온 것도 또 다른 선물이더라고. 냉장고에 있는 냉동식품으로 대접하려는 엄마에게 핀잔을 주기보다 '엄마, 내일은 내가 샤부샤부 해줄게'라고 말해주는 아들.



그 마음만도 고마운데 정말 엄마, 아빠를 위해 샤부샤부를 해줄 줄 몰랐어. 둘째 날, 돈이 좀 들긴 했지만 너는 시간과 품을 들여 감동을 줬지. 그때 엄마는 마치 최근 번역한 책 <금혼식>의 노부부가 된 기분이었어. 너는 러벨이라는 청년이고. 우리가 미사에 참여하러 성당에 간 동안에 너는 열심히 저녁 식사를 준비했지. 고기, 소스, 육수, 버섯, 칼국수, 죽 재료까지. 네 덕분에 엄마, 아빠는 마치 생일상을 받은 듯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어. 그거 아니? 식당에 갔어도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네가 수고를 아끼지 않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저녁을 보니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하게 되더라고. 소화제를 먹을 각오로 열심히 먹었단다.



너도 너만의 걱정이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생각이 있을 텐데도 크게 티 내지 않고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 주어 고맙다. 부모는 자식이 아기일 때 받을 수 있는 효도를 다 받은 거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너는 오히려 성인이 된 지금도 종종 이렇게 우리에게 기쁜 순간을 선사하는구나. 덕분에 요즘 우울한 일이나 힘든 일로 받는 격한 감정이 많이 위로를 받았어. 무슨 말인지 알지?



너의 넉살과 유머에 웃게 된다.

너의 과장에 너의 마음을 알게 돼.

너의 목소리에 위로를 받고

너의 노력에 반성하게 돼.

그래서 엄마는' 바보 평강이자, 바보 엄마'가 되나 보다.

아빠는 온달 왕자. 그러면 너는 뭐라 불러야 할까?

몰라, 부끄러워 마음속으로만 불러 본다.

남들은 좀 더 독하게 하지 않는다고 한심해 하지만

너는 엄마의 성정을 이해하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고마워.


我愛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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