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조찬북클럽'을 시작한 지 반이 지났다. 그동안 김형철 교수님, 유현준 교수님, 이시한 교수님, 고명환 작가님, 김상욱 교수님, 김난도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평생의 깊은 통찰이 담긴 저서를 읽었다. 북클럽 후반기 프로그램의 시작이자 2025년의 마지막 달, 12월의 주인공과 저서는 바로 서울대 이철희 교수님의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였다.
가을을 지나 겨울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요즘이다. 짐 정리와 이사 준비로 정신이 없었고 북클럽 당일은 비까지 예고되어 있었다. 어둡고 추운 날 새벽에 일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과정에 배우자 때문에 덩달아 일찍 일어난 남편. 그 덕분에 새벽 준비가 훨씬 여유로웠고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계획을 아무리 세워도 예기치 못한 일정과 할 일이 중간에 끼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북클럽 작품 가운데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대충 훌훌 읽은 책은 단연코 한 권도 없었다. 한 달 내내 따로 시간을 내어 읽어도 모자랐고 북클럽 시간 직전까지 읽고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물론 머리가 나쁜 탓에 비교적 여기저기 정리를 하고 표시하며 메모하는 바람에 더 힘겨운 독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내 탓이오'로 매번 과정을 갈음할 수 있지만, 막상 하고 나면 많을 것을 배우며 느낀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좋았다. 세상을 향해 눈을 뜨고 나의 고집과 편견을 깨며 성장하는 기쁨이 더 컸으니까.
강의 시작은 역시 책과 마찬가지로 과거 인구문제의 커다란 충격 사건 가운데 하나인 '흑사병'으로 시작하셨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팬데믹. 현대인, 특히 한국의 인구 절벽과 비교하여 분명 차이는 존재한다. 둘 다 인구 급감이라는 결과가 이어졌으나 전자 때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현대 한국의 인구 감소는 청년 인구 및 아이들의 감소에 집중되어 있고 그 파급의 충격은 영향을 받지 않는 세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다. 워낙 중요하고 방대한 내용이 많고 책과 겹치는 내용이 많아 핵심만 추려 본다.
중요한 건 속도다. 인구 감소가 100년 50년, 30년, 10년 주기로 가속도가 붙은 채 줄고 있다. 한때 출생률 100만에서 20만을 앞두고 있다. 시골에서만 학교가 폐교되겠는가. 이미 서울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대도시 학교, 병원은 문을 닫고 있고 군대 인력도 마찬가지다. 67만의 방어력이 이제 40만 아래로 떨어졌다. 앞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부분은 첫째 아이가 군대에 갈 때 절실히 느꼈다. 과거 신체검사 1급만 군대에 갔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아이는 3급을 받았고 척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도 현역으로 가서 기간을 다 채워야 했다. 여군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니 심각한 수준임에는 분명하다. 방위라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니 말이다. 다시 말해 50년 (2072) 내에 일어날 일까지 망라하지만 실제로는 3~4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선험적 기록을 보건대 십 년 단위 안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가속도가 붙은 문제가 인구문제만은 아니지만 뭐든지 짧은 시간에 변화를 겪어야 함은 적응이 어렵고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생산 분야 간, 세대 간, 지역 등 여러 불균형이 있지만 가장 큰 불균형은 세대 간 불균형에서 오는 벽과 대체 불가능한 청년 인력의 문제다. 아무리 정년이 늘어나고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도 청년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을 대체할 수는 없다. 마치 야구처럼 포수가 내야수나 투수 일을 문제없이 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부는 가능할 수 있으나 전원 혹은 다수가 일의 전환을 문제없이 해낼 수 있을까.
원론적이지만 결국 교육과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유연한 조직 개편에 힘써야 함은 물론이다. 이 부분은 서평을 다룰 때 다시 언급하겠다.
MZ 세대에 대한 독특한 특성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그들이 겪어야 하는 고충에 다시 한번 안쓰러웠다. 경제성장률은 거의 0퍼센트 내외이고 기성세대에 비해 엄청난 스펙을 쌓아도 취업이 힘들다. 공인회계사 합격생 1200명 가운데 임용 대기 인원은 300여 명뿐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AI의 여파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적은 수의 청년에 이런 문제까지 감당해야 하니 더욱 안타깝다. 그래서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공정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파워 실버 세대(power senior)와 여성, 장년층, 이민자 등의 활용이 중요하다. OECD는 물론 가까운 일본보다도 여성 고용률이 낮다고 한다. 교육 수준이나 능력의 차이가 크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고령 친화적인 일은 모든 이에게 친화적이라는 말이 크게 와닿는다.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있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유연한 개선을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인력을 낭비하지 말자(Don't waste people!)
정년 연장이 반드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는 건 아니다.
이민자, 제대로 수용하고 활용하되 의존해서는 안 된다.
북클럽은 단순히 책과 저자와의 만남이 아니었다. 독서 편식에서 벗어나는 계기였고 삶의 지혜를 배워가는 길이었으며 수많은 사람의 수고와 정성으로 해낼 수 있었던 감사의 장이었다. 한 달에 한 번 모자란 잠을 뒤로하고 일정을 맞춰주는 남편의 사랑, 개인 사정으로 두 달 치 책을 미리 보내주신 힐링산책 조찬북클럽의 담당 선생님, 그분의 친절한 일 처리와 배려, 미소. 다양한 직업과 연령, 배경의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 질문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기회, 건강하고 맛있는 아침, 서로를 응원하는 듯한 밝은 미소와 인사 모두가 어우러진 멋진 경험이다.
아, 또 있다. 나의 취향을 알아보고 즐거운 북토크 및 삶을 이야기하며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시는 북클럽 동기이자 짝꿍인 L 부장님도 빠뜨릴 수 없다. 그 밖에도 한 번 행사를 치를 때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하시고 도와주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책과 강연 내용은 매번 바뀌지만 큰 문제없이 양질의 시간을 보내며 뭐라도 가치를 얻어 갈 수 있도록 애쓰시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이런 기록이 강제는 아니지만 감사의 표시를 한 번이라도 올리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가 매번 어설픈 후기를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