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눈이 내린 날, 팔을 다쳤다. 순식간에 얼음이 숨겨진 눈 위를 걷다가 미끄러졌고 본능적으로 오른팔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0.1초 만에 든 생각은 눈 깜짝할 새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팔은 물론 몸 자체를 일으킬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어깨와 팔 사이에 엄청난 통증이 일며 보이지 않는 레이저로 팔을 조준당하는 느낌뿐.
고관절 골절이니, 골다공증이니 하는 어르신의 통증은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적지 않은 나이지만 길에서 넘어져 뼈가 으스러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생애 처음 겪는 골절이었다. 명절은 순식간에 악몽이 되었다. 긴 연휴에 문을 연 병원은 거의 없었고 마침 시골 시댁으로 가 있었기에 읍내, 다시 집, 다시 소도시 대학병원, 응급조치, 다시 시댁, 다시 집으로 이동, 응급실 거부, 비상 병원 이동, 수술이라는 모험을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바로 수술, 몇 주의 치료와 몇 개월이 넘도록 재활을 위해 정형외과를 다녀야 했다. 상처가 많이 아물어 통증이 꽤 줄었지만 여전히 수술 부위가 쑤시다.
새해가 되자마자 병원에 검진을 갔다. 부러진 팔을 붙이기 위해 금속 막대기 4개가 사이보그처럼 X-ray 사진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제 그 막대를 다시 뽑아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더 늦어지면 아예 떼어낼 수 없는 위험이 있어서다. 금속 막대를 박는 수술 때보다는 좀 덜 걸리겠지만 당분간 오른손(오른 손잡이다)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재수술이 끝나면 최소 일주일에서 몇 주는 붕대를 감고 교정기를 낀 채 생활해야 한다. 글씨는 물론 자판도 치치 못할 것이다. 작년에도 기역 자로 고정시켜 천천히 회복할 수 있기에 급한 문자, 메모 정도만 할 수 있었다. 레이저 물리치료, 소독, 실밥 풀기 등도 2주에서 4주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도 거의 못 쓰고 머리 감기 등 기본 생활도 제대로 못할 걸 생각하면 또 슬프다. 나는 체질적으로도 자주 아프고 이런 사고도 종종 있어서 시간을 낭비해야 할 때가 많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 그래서 중간에 조금이라도 짬이 나고 여력이 되면 어떻게든 공부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독해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해서 아픔에서 오는 고통이나 우울을 달래고 싶어서.
그 과정에 늘 걱정과 관심, 진심 어린 말을 건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친구, 친지, 혹은 랜선 이웃들. 블로그를 하다 보니 기록을 남기는 분들이 반은 진심이고 반은 광고를 목적인 것을 알았다. 반이나 거짓이나 허위라고 불평하지 않겠다. 반이나 나의 글을 읽어주시고 서로 교감하는 이웃이라 생각하고 싶다. 진심으로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미리 소식과 함께 양해를 구하고 싶다. 오랜 인연으로 나를 잘 아시는 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어 이전의 이야기와 함께 마음을 적어 본다.
이제 재수술 준비를 하러 가야 한다. 늘 아픈 아내를 위해 고생하는 안드레아에게 미안하다. 안드레아, 요한, 글로리아, 잘 다녀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