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재붕은 성균관대 서비스 융합디자인학과 기계공학부 교수이자 비즈니스모델 디자이너다.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이라는 인류의 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삶과 비즈니스의 미래를 탐색하는 공학자이기도 하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마쳤다. 베스트셀러 『포노 사피엔스』를 비롯해 『체인지 9』,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 『세븐 테크』, 『코로나 사피엔스』, 『머니 트렌드 2024』 등이 있다.
저서 /에서 최재붕 교수님이 누누이 강조하는 것 가운데 융합적 사고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팬덤을 잘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1차에서 3차 산업이 도구를 잘 쓰는 시대인 것과 달리 4차 산업은 지능을 가진 기술과 함께 사는 시대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떨림과 울림』의 저자 김상욱 교수님이 소위 '다정한 과학자'로서 철학과 물리학, 우주론을 설파했다면 이 저서는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서 AI 시대로 진입한 인류의 역사와 세계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미래상을 제시한다. 책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은 디지털 문명을 넘어 AI로 달려가는 인류,
파트 2는 디지털 신대륙의 주인공 'AI 사피엔스'의 세계관,
파트 3은 AI를 만난 메타, 사상 초유의 거대한 신시장을 열다,
파트 4는 메타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해 모든 산업이 빠르게 변신 중,
파트 5는 시장의 성공 법칙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팬덤 경제,
파트 6은 전 세계를 홀린 K-팬덤, 휴머니티로 미래를 디자인하라
요즘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AI가 빠지지 않는다. AI를 알든 모르든,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상관없다. AI 관련 서적은 본책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기계, 수많은 기업과 트렌드, 역사, 디지털 및 메타 세상이 무려 500여 쪽에 달하는 내용에 담겨있다. 매 장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용어만 나열하면 MZ 세대만 이해할 듯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모든 세대가 읽고 함께 슬기롭게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청년 세대에게는 당연한 얘기를 쓸데없이 길게 늘어놓은 느낌이 들 수 있고, 기성세대에게는 마음 상하는 잔소리로 들릴 내용도 많습니다. 다세대가 함께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 세대 간에 왜 이렇게 격차가 나는지 그 이유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18쪽/시작하는 글 중에서/『 AI 사피엔스』
현재 가장 경제적 활동이 활발하고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연령으로 MZ 세대를 종종 지칭한다. M 세대는 1980년 초반 생으로 빠르면 30대에서 40대 중반에 걸쳐 있기도 하다. Z세대는 1997년 이후 태어난 세대로 20대를 담당하며 알파 세대는 2010년 이후생으로 잘파세대로 함께 묶이어 10대와 20대를 묶어 서술하기도 한다.
디지털 문명을 본격적으로 말하기에 앞서 시작은 코로나 이전인 2016년 알파고의 등장과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출발한다. 본격적인 디지털 대전환 사건의 전환점은 바로 2020년 1월에 공식적으로 시작된 ’ 코로나19‘를 거치며 바뀐 세상을 다룬다. 인류는 오랜 세월 선진국에서조차 미해결 과제였던 빈부 격차는 경제생활을 넘어서서 ’IT 양극화’라는 또 다른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챗 GPT의 첫. 등장을 2022년 11월 30일 갑자기 시작한 것으로 인식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 저서의 전반기는 다른 AI 혁명을 다룬 책들처럼 GPT1의 등장(2018)부터 2020년 챗 GPT3버전도 다루지만 에러와 윤리적 문제 등으로 공개되지 못하다가 대중에 공개될 수 있는 버전이 2022년에 완성된 것이다.
코로나를 전후로 디지털 문명화의 큰 변화를 보여주는 지수로 소위 빅 테크 기업이 자주 등장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등등.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2000조)을 합해도 디지털 기반 기업 하나의 시가총액을 넘지 못하는 현실(2024년 기준)만으로도 놀라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두려운 것은 이러한 경제 규모의 현실적인 격차와 수치에 그치지 않았다.
'시작하는 글'에서 먼저 기성세대에게 불편한 소리를 할 것임을 천명했듯, 저자는 우리의 가장 큰 두려움, 편견이자 문제점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사회적 관성, 즉 '개도국 관성'을 비판한다. 이제껏 선진국을 따라 하며 엄청난 노력을 해왔지만 이제는 몇몇 부분에서 선진국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도전과 창의력으로 앞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는 개도국의 마인드에서 벗어나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평화는 강한 국방력에서 오듯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따라만 가서는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세계관의 혁신보다 부작용이라는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개도국 관성' 탓이라고.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반복되는 논리로 '실력'을 강조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결국 성공의 비결은 실력이다'(59쪽)라며 월등한 실력 갖추기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저자의 권유대로 수많은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수많은 경제용어를 AI를 이용해 검색해 보아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것도 많았다. NFC(근거리 무선 통신)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아직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사전적인 뜻만 겨우 파악한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명 브랜드들의 코인 경제니, 마케팅 같은 진화의 모습을 문자로만 대했는데도 격세지감을 느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2년 전에 출간되었다. 26년의 상황이 또 얼마나 변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도 세상의 흐름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려 꾸역꾸역 읽어갔다. 메타버스, 코인 경제, NFT, 생성형 AI까지. 사람마다 익숙한 정도가 다르겠지만 저자가 제시한 용어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가 말한 대로 '공부하는 즐거움은 사피엔스가 가진 귀중한 특권'(177쪽) 임을 기억하려 한다.
시장에서 기존 법칙을 다 무너뜨린 팬덤 경제에 대한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다. '댓글'의 위력은 어마어마한데, 이는 '좋은 경험'에서 비롯되고 결국 좋은 경험은 진정한 '실력'에서 온다는 논리의 반복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방대한 예시와 방법론에도 논지를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자의 이야기 방식과 반복 덕분이다.
새로 알게 된 용어도 있다. 바로 '가심비'다. 가성비는 종종 들어보았어도 가심비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로 비용과 상관없이 제품을 구매, 사용한 후 느끼는 만족도를 말한다. 이에 대한 예시로 삼성과 애플의 제품을 비교, 분석한 부분에서 가심비가 소비패턴에 상당이 녹아 있음을 납득할 수 있었다.
책 후반에 걸쳐 메타 인더스트리를 다루며 가장 큰 특징이자 알아두어야 할 경향으로 '팬덤 경제'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알아둘 만하다. 디지털 세계의 중심축인 MZ 및 알파 세대를 이해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진화의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는 열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AI 시대, AI 사피엔스로의 삶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 공감임을 역설한다. 수많은 부정적 지표와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본 것은 저자의 시선과 의견이 진솔하고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인간미와 자질은 우리와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수천 년 홍익인간 개념, 세종대왕의 배려, 백성에 대한 사랑, 이타심 등으로 충분히 AI 시대를 살아갈 씨앗이 우리에게 내재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의 말대로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AI와 친해지고 다른 세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넓혀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알지 못해도, 다 익숙하지 못해도 괜찮지 않을까. 선두에 서지는 못해도, 다 따라가지 못해도 잠시 뒤를 돌아보며 내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MZ, 늙어가는 X세대를 배려하는 알파 세대가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스스로 벽을 치지만 않는다면.
마음을 바꿔라, 세계관을 바꿔라, 공부 열심히 해라, 이런 잔소리를 제가 이 책에서만 20번도 넘게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야기꾼이자 잔소리꾼 맞습니다.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합니다. 아마 다음 책에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 소망이 담겨 자꾸 잔소리가 됩니다. 이 길고 긴 이야기가 여러분의 심장에 울림이 되길 바라봅니다. 그것이 이야기꾼의 ’ 말도 안 되는 미친 꿈‘입니다.
477쪽/사피엔스는 유리한 미래를 향해 진화한다 중에서/<AI 사피엔스>
이 책은 특히 공학도나 경제, 경영에 몸담은 사람이 인문학을 적용하며 메타 세상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 같은 인문학도,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와 상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조금 버거울 수 있지만 적용해 볼 수 있는 통찰과 이해를 돕는 내용이 재미있게 담겨 있어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