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심각한 한국의 인구문제를 진단하고 정확히 파악해서 인구변화 미래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돕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쓰인 책이다.
우선 현실을 진단한 부분부터 알아야 할 듯하다. 해결의 시작은 문제에 대한 회피가 아닌 정확한 직시와 인정에서 시작하니까.
현재 대졸자 인구 95만이나, 40년 후는 약 1200만 명으로 열두 배나 증가한다.(193쪽)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인구감소는 중세 유럽 흑사병보다 더 심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5쪽)
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출생 코호트(birth cohort)는 2023년 24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34쪽)
머지않은 장래(약 50년 전후)에 65세 이상 한국의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이 된다.(192쪽)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이 살아있는 동안 일어날 일이며 일부는 진행 중이다. 게다가 변수에 따라 그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솔직히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이대로 방치한다면 일어날 일이며 우리의 노력과 관심에 따라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 이철희 교수는 시카고대 경제학과에서 수학했고, 동 대학 인구 경제학 연구소 연구원,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 국가 경제 연구소 연구원,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 일자리 위원회, 외국인 정책 위원회, 양성평등위원회 등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서울대 국가 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다. 2007년 한국경제학회 청람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한국의 고령 노동』(2006년),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2024년), 그리고 올해 12월에 출간된 『인구에서 인간으로』(2025)가 있다.
'인구와 경제'를 가르치는 교수님의 연구 성과이면서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인구 통계학적 관점에서 진단한 논픽션이다. 단순히 인구 감소라는 문제를 진단하고 확언하는 것에서 벗어나 연구 방향과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부분적으로 다소 이정적이며 원론적인 느낌도 있다. 하지만 최대한 실례와 흥미로운 예시로 주장에 대한 근거가 함께 서술되어 있어 필자처럼 숫자와 통계에 약한 사람도 전체적인 흐름과 핵심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7장 '노인을 위한 나라, 노인이 없는 사회'에서 '나이를 따지는 제도와 문화의 폐해가 고령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222쪽)는 내용을 살펴보자. 영화 <인턴>을 예시로 들면서 고령자의 근로 자세에 대한 조언이 펼쳐진다. 나이에 따른 신체와 정신 적응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 나이를 따지지 않는 고용 시스템과 임금체계를 도입
* 개인의 역량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도입
* 객관적 평가 결과가 실제 인사와 보상에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또한 각 장의 끝이 종종 다음 장의 제목과 연결되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자연스럽게 읽어볼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예를 들어 7장은 '고령 친화적 일자리'를 권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노동 시장의 불균형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 제기로 글을 맺는다.
'내국인이 더 많이 일하고 더 생산적으로 변모해도 여전히 노동시장에 불균형이 발생한다면?'(226쪽)
8장 '이민자의 나라'가 우리의 미래일까?(227쪽)
뉴스 등 언론이 밝히는 기사로 분위기만 파악하고 있던 필자는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지점, 혹은 문제를 둘러싼 냉철한 시각, 불편한 진실 등 새로 알고 깨닫게 된 내용도 있어서 좋았다.
고학력자일수록 건강하고 병원에 가는 횟수가 적다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신선한 충격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유인즉슨, 교육 수준이 높으면 건강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성 및 정도가 크고 몸에 좋은 식단과 운동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비중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가 살 길은 여전히 시대를 반영한 교육과 삶에서의 실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스러우면서도 납득이 된 부분도 있었다. 바로 청년 세대의 일을 고령자가 다 대체할 수 없다는 부분이었다. 이를 위해 든 스포츠 분야의 예가 흥미로웠다. 간단히 나이에 따라 스포츠 안에서도 대체 불가능하고 다르게 적용되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피겨스케이팅은 20대가 지나면 최고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축구는 30대 전후, 골프는 그나마 50대 전후까지도 가능하다. 물론 예외는 있으며 여기서의 논의는 평균값에 가까운 수치를 기반으로 한다.
좀 더 구체적인 예로 들어가 볼까. 능력이 출중하지만 전성기가 지났음을 인정해 커리어 이동을 하여 성공한 스포츠 스타를 보면 알 수 있다. 메시나,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적절한 시기에 미국 MLS로 옮겼으며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리그의 실력은 한 수 아래일지 모르나 본인의 현재 기량을 몸 상태에 맞춰 여전히 발휘할 수 있고 연장시킬 수 있었으니까. 야구 예능과 현실이 적절히 반영되어 인기 있는 '불꽃 야구'프로그램도 이러한 부분을 활용했기에 큰 성과를 이루고 이루었을 것이다.
이를 노동에 대입하면 이해가 갈 수밖에 없다. 신체적으로 가장 활발하고 힘이 있으며 생산성이 높은 청년만의 일이 있다. 지혜와 경험은 늘어나지만 고령층이 신기술의 빠른 습득과 밤샘 작업과 같은 극한의 작업, 장거리를 오가는 이동성을 바탕으로 한 일을 제대로 하기는 무리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니 이러한 차이는 과감히 수용하고 낭비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과 정확한 파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지만 그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은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신중한 움직임과 파악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민자 수용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논의 등 한국의 정확한 인구, 경제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책과 강연에 제시된 수많은 통계는 변수가 다 포함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언제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코로나나 경제 위기와 같은 변수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경향과 추세는 짐작할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 독자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든 생각: 저자의 말처럼 인구문제는 당장 나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는 아니다. 언뜻 저 멀리 천천히 움직이는 파도처럼 보이지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밀물 수준이 아니라 어느새 코앞에 닥칠 초대형 쓰나미급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미리 걱정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인식과 힘을 보태려는 마음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 정책자, 윗사람들의 할 일이라고 치부하는 순간 인구 문제는 잠재적 괴물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자녀들과 이웃, 국민, 세계인, 지구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진행은 느리나 회복은 더디다. 방치한다면 가시화된 시점에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처럼 인류는 자연적 임신 기능을 상실하고 무정부 상태에 빠지며 파멸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인구문제만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 재해, 제2, 제3의 팬데믹과 같은 상황. 언뜻 디스토피아의 비극을 논한 것 같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본다. 『나무를 심는 사람』(2018, 장 지오노)의 이야기처럼 눈앞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타인과 후대를 위해 묵묵히 나무를 심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복음에 나오는 의인처럼 절망의 상황에서도 선과 정의를 위해 힘쓰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작가님의 사인을 받으며 드린 말씀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신 9장의 한 소제목에서 희망을 찾아본다. 읽고 난 소감을 다시 정리해 본다. 얼마 전 작가님도 강연 내내 강조하셨다.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다. 이미 현실이다. 노동시장의 앞날은 확실치 않다.
사람을 보는 사회, 사람에게 맞추는 사회, 기회를 주는 사회,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
270쪽/『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중에서
사람을 보는 사회란 나이가 아닌 사람 자체의 능력과 잠재력,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다. 두 번째, 지금까지는 사람이 일에 맞춰왔지만 이제는 사람에게 맞추는 일을 찾고 만들어갈 때다. 고령 친화적인 일은 그 예다. 셋째, 기회는 주는 사회는 낭비되는 인력을 최소화하는 데에 집중하는 사회다. 각자 연령대에 맞는 일을 독려하고 생산성 높이는 작업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넷째, 모험은 필요하지만 위험에 대한 두려움 또한 존재한다. 그 위험 요소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도 마련해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를 만들기에도 힘을 보태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