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 더 푸 Winnie-the-Pooh 』(서평)
곰은 어떤 존재길래 전설이나 동화에 그리 자주 나오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곰이 주는 이미지는 묘한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에서부터 '곰 세 마리' 노래, 서양의 테디 베어, 골디 락스의 행동으로 의문의 피해를 입는 곰돌이 가족 이야기까지. 그 가운데 디즈니 버전의 '곰돌이 푸' 시리즈만큼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은 캐릭터가 있을까. 내용은 자세히 몰라도 푸 이야기나 캐릭터 이미지를 보여주면 어디선가 보았다고 대답하는 어른도 꽤 있을 것이다.
*작가: A.A. 밀른(1882~1956)
*삽화가: E.H. 셰퍼드(1879~1976)
이 작품의 원제는 『 Winnie-the-Pooh 위니 더 푸』이다. 곰돌이 푸의 원래 이름은 그냥 푸가 아니라 '위니 더 푸'가 정식 이름인 셈이다. 1926년에 발표되었으며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은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956년 1월 31일에 사망했다. 작가 탄생 얼추 100주년이 되었지만 곰돌이 푸의 이미지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디즈니풍의 이미지는 원서의 삽화와 다르다. 훨씬 더 귀엽고 유머스러운 캐릭터는 일종의 대중적 각색본이라 할 수 있다. 원서 초판본의 푸와 친구들은 여전히 아담하고 친근하지만 흑백의 스케치나 크로키에 가깝다. 세밀한 판화의 느낌도 나고 그림 초안의 순수함도 있다.
생각해 보니 곰돌이 푸의 내용보다는 스티커, 디즈니 영화, 달력과 같은 굿즈 형태로 본 기억이 더 많다. 어린 왕자의 몇몇 장면과 대사가 기억나는 것과 달리 푸 이야기의 에피소드와 내용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원서를 찾아보았다.
크리스토퍼 로빈이라는 소년이 '에드워드 베어'라는 곰인형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온다. 쿵, 쿵, 쿵! 아래층에 내려온 이들은 아빠에게 곰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위니 더 푸'라는 곰돌이 이야기를. 작가이자 아빠인 '나'는 화자로서 꿀을 먹기 위해 높은 나무 위에 달린 벌집을 향해 올라가는 푸의 모험을 이야기하는데…….
"그동안 바보같이 착각에 빠져있었어. 난 정말 머리가 나쁜 곰인가 봐."
푸가 말했다.
"하지만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곰이야."
크리스토퍼 로빈은 푸의 기분을 달래듯 말했다.
"내가?"
푸의 말에는 다시 희망이 어렸다.
"I have been Foolish and Deluded, "
said he, "and I am a Bear of No Brain at All."
'You're the Best Bear in All the World, "said Christopher Robin soothingly.
"Am I?" said Pooh hopefully.
p.43 /『위니 더 푸 Winnie-the-Pooh 』 중에서
작품의 주인공은 곰돌이 푸이지만 인간 친구 크리스토퍼를 비롯, 동물 친구들과의 케미와 에피소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존재와 어울림 없이는 마치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고 해야 할까.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관찰력이 뛰어나고 마음이 따뜻한 피글렛, 냉철한 성격이라 MBTI의 T의 대표주자인 것 같은 토끼, 자신감 없고 늘 우울하지만 푸의 애정과 배려를 받는 당나귀 이요르, 문제가 생기면 늘 푸를 도와주며 힘이 되어주는 크리스토퍼, 그리고 상상의 동물 헤팔럼프와 우즐 등.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을 때도 그랬지만 나의 성향이 피글렛과 가장 가깝다고 느꼈다. 원전으로 읽은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지만 이전과 다른 부분을 인식하기도 했다. 푸와 닮은 점도 있고 이요르와 닮은 점도 보였다. 어찌 보면 유치할 수도 있고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부족한 친구들 사이에서 장점을 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흐뭇하다. 어린아이는 순수하지만 어린아이의 세계는 늘 이상적인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 문득, 아버지 밀른이 아들, 크리스토퍼를 보며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의 여러 면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 시대 많은 아버지가 그랬듯 사랑의 표현에 서툴렀을 수도 있다. 책이 인기를 얻고 유명세에 뜻하지 않은 놀림과 지나친 관심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 크리스토퍼 로빈. 현실은 차치하고 처음 아버지의 마음과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멋진 친구들을 만들어주려 행한 노력만은 칭찬해 주고 싶다.
4일 이상 계속되는 장마로 위험에 처한 피글렛이 푸와 다른 친구들을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사실을 말하면서도 친구의 좋은 점을 파악하는 피글렛의 독백이 좋았다. "푸는 머리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 물론 바보 같은 짓을 하기도 하지. 하지만 의외로 잘 풀리기도 해."
자칭, 타칭 푸는 머리가 좋지 않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오지만 누구보다도 착하고 영리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위기와 문제에 처한 친구가 있다면 푸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때로는 인간인 크리스토퍼보다 다 재치 있는 생각으로 역경을 이겨내기도 한다. 『어린 왕자』의 철학과 비극적 운명에 생각하고 탄식을 내뱉었다면 『위니 더 푸』를 읽으며 웃고 생각하며 왠지 모를 치유를 받게 되었다. 몸집도, 생김새도 성격도 다르지만 서로 닮아 있는 뒷모습을 보이며 저녁노을을 향해 걸어가는 푸와 피글렛의 마지막 대화도 좋았다. 내일도 어제도 아닌 오늘을 맞으며 멋진 하루, 행복한 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이야말로 희망 가득한 삶과 생명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동화를 통해 치유받고 치유하며 충만한 삶을 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부분적으로 필사를 하기에도 멋진 책이다. 우정과 순수함, 친절과 해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서와 원본 삽화
from 네이버(디즈니에 의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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