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통해 인간을 보다『 THE WILD ROBOT

by 애니마리아


Title: 『와일드 로봇 THE WILD ROBOT 』

작가(Author) 피터 브라운(PETER BROWN)

출판사(PUBLISHER) 리틀 브라운 북스(LITTLE, BROWN BOOKS FOR YOUNG READERS)

FIRST PUBLICATION(초판):2016년 4월 5

영화: THE WILD ROBOT(2024. 9.27)


작가 피터 브라운은 미국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린이 그림책으로 유명했다. 2013년 『오싹오싹 당근! 』(Creepy Carrots!)으로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그림책 1위, 미국 도서관 협회 주목할 만한 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책으로 초기에는 공포 장르에 유머를 잘 버무린 아동문학 작가로 알려졌다. 2016년 발표한 『와일드 로봇』은 그림책에서 벗어나 소설로서 아동 문학과 철학, 과정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담고 있어 아동과 어른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 밖에 『하늘을 나는 도도』, 『선생님은 몬스터! 』와 같은 그림책은 물론 『와일드 로봇의 탈출』, 『와일드 로봇의 보호』와 같은 시리즈가 있다.



배가 난파했다.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화물을 잔뜩 실은 배는 이미 부서진 지 오래다. 수많은 화물 상자가 가라앉고 부서졌으며 사라졌지만 단 하나의 상자가 무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야생의 무인도 섬에 도달한다. 호기심 많은 바다 수달이 우연히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작동한 로봇, 로줌 유닛 7134. 일명 '로즈'의 모험이 시작된다. 물에 닿으면 치명적인 기계이기에 로즈는 섬의 산 정상까지 올라가 주변을 관찰하지만 그곳의 환경은 낯설고 동물들은 자신을 혐오하거나 두려워하며 피하기만 한다. 그러다 로즈의 실수로 한 거위 가족이 몰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단 하나의 알만 제외하고. 알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안에서 소리가 난다. '엄마, 엄마!' 이제 로즈는 난감하다. 게다가 주변으로 몰려든 동물들은 그 알을 먹으려고 안달이다. 로즈는 자신의 생존을 포함하여 알을 구해낼 수 있을까? 구해낸다 해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거위 새끼는 '빛나는 부리'(브라이트 빌 Brightbill)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새끼 새는 온기가 필요하다. 배고픔뿐만 아니라 어미 새의 온기와 사랑이 필요한 건 비단 인간만이 아니다. 차가운 심장조차 없는 로즈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침묵 속에 고민하는 로즈에게 새끼 거위가 말한다.


"엄마, 앉아요. 엄마, 나를 안아요."(p. 90)


새끼 새의 말대로 조용히 빛나는 부리를 안고 밤새 앉아 있는 로즈의 모습을 보노라면 피그말리온 효과라도 나길 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놀라운 학습력으로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로즈의 모습은 요즘 우리의 생활을 바꾸어 놓고 있는 AI 혁신을 닮아 있어 그럴듯하다.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바라보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로즈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고아가 된 아기 기러기를 위해 엄마의 역할을 하고 비행을 가르치며 다른 동물과 잘 지내려 노력하는 모습은 인간 사회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계와 동물의 연대를 신나게 읽다가 문득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느끼면서도 로봇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작가의 오랜 고민과 상상력으로 자연스러운 발전을 이룬다. 이 작품은 세상에 태어나 남아있는 본능대로 존재하는 개들과 다른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개, 벅(『야성의 부름』)이 그랬듯 뛰어난 상상력과 머리를 쓰는 현명함이 빛을 발하는 소설로 보인다.



매 장이 끝나는 방식도 다음 장이 너무 궁금해 계속 읽고 싶을 정도로 긴장감이 있다. 로즈와 아기 기러기, 동물들과의 정신없는 에피소드를 읽다가 어느 순간 상상과 이성적 논리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게 된다. 데이터를 쌓아 놓고 가장 최적의 판단과 행동을 하는 게 로봇의 원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긴가민가 하는 순간을 겪기도 한다. '과연 이게 가능한가'에서 '그럴지도, 가능하겠는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리와 인과 관계가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다.



유난히 추운 겨울, 일부 동물은 죽어간다. 그 극한의 환경과 악조건 속에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한 지붕 동거'는 언뜻 말이 안 되지만 로즈의 묘한 화법은 그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 상식 혹은 이성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니까.



작품을 읽는 도중은 물론 읽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은 질문에 한참을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가령 똑같은 품질, 똑같은 외형을 지닌 공장에서 나온 로봇이 수없이 많은데 유독 로즈만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판단하는 원인을 여러 차원에서 상상해 보곤 했다. 모성애와 보호본능, 타 동물들의 배타적 시선과 행위로 로즈가 마주한 외로움, 고독, 그리고 연대와 친절은 프랑스의 강한 전통, 똘레랑스를 떠올리게 한다.



긍정적인 상상만 하게 되는 건 아니다. 인간은 거의 나오지 않으며 존재감조차 감지할 수 없는데도 과연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는 순간이 있기도 했다.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도 있고 어느 정도의 인지 기능도 있어서 인과관계를 이해한다. 차이를 찾고 또 찾다 보면 결국 인간만이 상상력, 즉 서사를 만드는 능력이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어째서 인간만이 상상력과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는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며 근본에 대한 탐구와 철학적 의문을 멈출 수 없었다.



AI 로봇과 같은 기계는 인간과 같은 인지나 뇌 작용을 절대 할 수 없을지 자꾸 의심하게 된다. 똑똑한 건 알겠는데 언젠가 로봇도 인간과 같은 욕망, 감정을 전혀 지니지 못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묻게 된다. 지구에 해가 되는 요소를 찾아서 제거해 달라는 인간의 요구에 AI와 같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지는 않을까. 인간보다 더 똑똑한 초인지 기능은 언젠가 나올 것이다. 그때 이런 질문을 인공지능끼리 하다가 지구 환경 파괴, 폭력 등의 이유로 인류가 해로운 존재로 인식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말이다. 지금은 인간의 어마어마한 학습 지도와 입력으로 작동한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거의 사라진다면 이왕 비슷해지는 것이 로즈처럼 변하길 바란다. 로즈의 관찰과 경험을 통해 독자는 선과 악을 구분하고 삶과 죽음을 생각하거나 타인을 위한 희생, 봉사의 가치를 중시하는 인간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각자의 경험과 처지에 따라 의미 있게 다가오는 문장이 다르다. 빛나는 부리와 로즈의 대화, 관계, 에피소드가 유머스러우면서도 인간미가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만약 로봇과 생명체가 아닌 인간 사회의 그저 평범한 모자 관계였다면 그토록 강렬한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둘의 갈등을 보며 아이들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마음 졸이던 때가 떠올랐다. 아기 새를 키우는 로봇도 자식 앞에서 감내하는 모습에 내가 그토록 애처로운 감정을 느낄 줄이야.



로즈가 인간, 그것도 자신을 배척했던 동물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희생하는 장면은 단순히 놀라움을 넘어 리더와 관용, 봉사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어째서 로즈는 이런 행위가 가능할까. 그저 배터리와 버튼 하나로 돌아가는 평범한 로봇일 뿐인데. 어쩌면 다른 로봇의 경고대로 정상적인 로봇에 일어난 미지의 오류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 레코 로봇들이 옳은지도 모른다. 로즈는 정말로 결함이 있고 로즈의 내부에 설정된 프로그램이 우연히 야생 로봇이 되는 작용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아니면 로즈가 애당초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변화하도록 설계된 로봇이었을 수도 있다. 상상 이상으로 로즈가 그런 일을 잘했을 뿐인 지도.

(268쪽/THE WILD ROBOT 와일드 로봇)




작품 후반에는 작가의 말과 감사의 말이 부록처럼 나온다. 이 작품을 위해 무려 6년의 작업 기간을 거쳤고, 근 3년 동안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하는 부분은 무척 놀라웠다. 쉽게 읽히고 재미와 성찰을 담은 이 작품은 결코 쉬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쉬워 보일 뿐.


『프로젝트 헤일 메리』와 같은 SF 장르를 비롯해서 로봇,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거나 인간의 본질, 삶의 의미, 환경, 생태 등에 대한 질문을 즐기고 철학적 의미를 찾고 사유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와일드 로봇』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일 것 같다. 다시 읽고 싶고 필사하며 좀 더 생각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간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작품들을 다시 적어 본다.


『원더』, 옳은 일과 친절 사이에서 골라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야생의 부름』, 존재가 아닌 생존을 위해 살아라

『용의 딸들』,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사랑하라


이들 작품을 읽으며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와일드 로봇』은 어떨까. 한 가지로 요약하기에는 우리에게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꽤 녹아있다. 이타적인 사랑, 희생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가치이며 타인, 타 생명체와의 교감은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로즈는 저 위에서 군림하지 않았고 친구처럼 교감과 보호라는 가치를 실천한 인간적인 결함 로봇이다. 로즈는 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게 하는 똑똑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생명체와 함께 연대하며 평등한 위치에서 존중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행복한 로봇이다. 전혀 알지 못한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만큼은 남다른 로봇의 모습도 무척 사랑스러웠다.



원서에는 로즈를 지칭하며 SHE, HER라는 단어가 나온다. 처음에는 성별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로즈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 말처럼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I HOPE SHE WOULD FIND HER WAY BACK HOME.)/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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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ld Robot #1

Peter Brown2016 Little, Brown Books for Young 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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