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초반부터 일본을 잘 모르고 일본에 대해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경종을 올리는 듯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섬나라이기에 해군이 발달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육군의 나라였다든지, 일왕이라고 칭하는 한국 언론의 영향으로 실제로는 천황이 국제적으로는 공식적 칭호라든지 하는 사안들이 서술되어 있다.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침략과 지배, 위안부 등의 문제 외에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일본의 역사나 일본의 성격, 전후 관계 등에 이토록 몰랐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면모를 우리나라와 비교, 분석한 내용이 펼쳐진다.
들어가는 글부터 1장에서 4장까지는 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저력과 장점, 그들의 노력과 심지어 배우면 좋을 내용들이 나온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무조건 일본을 싫어하거나 무시하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뜻밖의 내용과 주장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의문과 질문, 놀람과 성찰을 통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는 이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5장의 도입부는 이제까지의 태도와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일본을 오해하거나 문화적으로 우리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의 위험성을 암시한 것과 달리 반대의 경우를 소개하는 문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 일부는) 한국이 일본보다 한참 뒤져 있을 때에는 다정한 어조로 한국의 분발을 격려하지만, 그 격차가 좁혀지거나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앞서는 조짐이 보이면 당황하면서 좀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것이다. 한국이 발전하는 것은 점잖은 지식인으로서 환영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본 밑에 있어야 한다는 묘한 심리가 있는 것 같다.
176쪽『위험한 일본 책』 중에서
화가 나거나 어이가 없는가. 역시 일본은 이래서 친할 수 없는 존재라고 결론을 내리는가. 이러한 묘한 비교 심리는 과연 일본만의 문제일까.
함께 발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막상 실력이 비슷해지면 경계심이 이는 건 비단 국가 사이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묘한 경쟁심을 가진다고 우쭐해하거나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 또한 일본에 대해 유사한 경쟁심이 꽤 오랫동안 도사리고 있으니까.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서 한일전이 열린다면 다른 나라와의 경기에 비해 유난히 결연한 의지와 승부욕을 내보이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가. 일본이 우리를 한 수 아래로 본다면 우리 또한 일본을 만만한 상대 혹은 우리가 문명을 전달해 준 상대, 우리에게 상처만 준 상대로 치부하곤 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오랜 세월 풀리지 않는 역사가 도사리고 있으니 이런 판단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일본은 이러하다'라고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과열된 면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요즘 깨닫고 있다.
이 부분을 읽은 날 마침 동계 올림픽이 한참 열리는 도중에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日, 역대 최다 메달 19개... 韓, 금맥 안 터져 속 터져'(2026년 2월 18일, 조선일보) 『위험한 일본 책』을 읽기 전 이 기사를 보았다면 나 또한 제목에 동요되어 분한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다소 안타깝고 답답해했을 것이다. 아직 올림픽 중이지만 이 시기 메달 상위권을 보면 노르웨이(금 16개), 미국(9), 이탈리아(9)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과 한국은 각각 5개(10위)와 2개(15위) 정도였다. 한국 위로 14개의 국가들이 포진해 있는데, 유독 일본과 비교하며 분해하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일본이 한국에, 한국이 일본에 서로 느끼는 경쟁의식은 누가 더 심하고 덜하고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오랜 역사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어 형성된 게 아닐까 싶다.
다른 나라들이나 중국과 비교하며 이런 기사를 내보내거나 의식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개인과 개인의 사이에서도 나는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거나 경쟁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되돌아보면 실력 차가 크게 느껴지는 대상보다는 가깝고 비슷할수록 더 의식했던 것 같다. 가끔 만나는 사이보다는 자주 만날수록, 멀리 사는 사람보다는 가까이 사는 사람 사이에서 이런저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의지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기에 의식하되 되도록이면 건설적인 관계로 발전하길 바랄 뿐이다. 잘하는 부분은 부러워하되 지나친 질투심으로 빠지지 않도록 의식을 다듬는 노력이 필요할 테니. 앞으로도 끝나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살아갈 우리들이다.
일본과 한국도 그러하다. 괜히 '선의의 경쟁자'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었으니 그 대상이 어찌 되었든 배울 점은 배우고 고칠 점은 고치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지나친 열등의식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우월 의식 또한 열등함의 또 다른 얼굴일 테니까.
위험한 일본책
박훈2023어크로스/from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