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아닌 뼈 때리는 비판(2월 조찬북클럽-박훈)

by 애니마리아


부제:『위험한 일본 책』의 저자, 박훈 교수님(서울대 역사학부)과 함께



흔히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무려 1500년의 역사를 함께 했지만 정작 그들의 역사를, 일본의 특수성을, 우리와의 관계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순히 경쟁심과 경계심을 넘어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배우며 무엇을 비판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더 나아가 어떻게 지혜롭게 상생해 나갈지 한국인 일본 전문가의 시선을 따라간 시간, 그것이 이번 달 북클럽의 주제였다.



박훈 작가님은 친근한 인사와 함께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새벽의 단잠을 포기하고 나온 이들을 칭찬하셨다.


"해방 후 우리는 지난 80여 년간 수많은 일을 맞이하고 혼란의 시대를 겪었습니다. 사실 안 그런 적이 없을 정도죠. 지금도 큰 변화와 위기를 겪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애증의 일본, 위안부와 강제 징용을 서슴지 않았던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던 한국의 입장에서 어찌 호감을 가질 수 있겠나. 개인적인 원한을 품지 않더라도 일본은 중국과는 결이 다른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릴 때부터 과거 일본의 만행과 안 좋은 역사를 끊임없이 배워서였을까. 책을 읽고 나서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억울함, 경제 대국을 일찍 이룬 나라에 대한 부러움 등 여러 감정이 남아 있었다. 그런 대중의 마음을 알았는지 작가님은 초반부터 결론이나 마찬가지라며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지셨다.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다뤄야 할까요. 이런 태도나 의견이 왜 필요할까요? 이런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이유 말입니다. 결국 우리의 국익, 후손의 행복과 안전한 삶을 위해서입니다. 언제까지 피해의식에만 빠져 있을 겁니까. 과거를 잊자는 말이 아닙니다. 잘못된 제국주의 언행을 비판하되 과거에만 매몰되거나 감정적으로만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는 거죠. 저는 바랍니다. 한국의 신개화파와 일본의 양심세력이 함께 발전해 나가기를.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잘 지내기를.


박훈 강연 중에서





4,50대의 이상의 세대와 10대에서 30대 세대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한다. 선진국에 태어난 아이들은 일본에 대해 인식이 아예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고 원한이 없으며 반대로 한국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일본 학생들 또한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한국이 이렇게 발전하고 잘 사는데 일본이 그랬다고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좋든 싫든 한국과 일본은 절연하고 살 수는 없다. 영원한 우방일 것만 같은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익에 따라, 지도자에 따라 친구가 경쟁자나 적이 되기도 하고 적이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되기도 하니까. 작가님은 한국과 일본의 연대를 주장하셨다. 사이가 데면데면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함께 밀착 외교를 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작가님은 과감히 말씀하셨다. 아직 체제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고.



우리는 어떠한가 한미일 동맹은 있었다. 미국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며 어중간한 화해를 주선(오바마 대통령) 하는 식으로.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제대로 된 연맹은 없었다. 물론 우리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한국과 일본, 혹은 미국과의 갈등이나 분쟁에 기뻐할 이는 바로 북한, 중국, 러시아라는 것이다. 그들의 시선에 우방 사이의 갈등, 분열은 자멸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중국과 대만과의 분쟁에서도 한국은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주한 미군은 두 군데(오산과 평택)뿐이나 일본에는 3배는 넘어 보였다.(아래 지도 참조)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은 군대를 먼 미국에서 보내는 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을 보낼 테고 중국은 미군이 있는 한국과 일본 모두를 적지로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관련 뉴스에 그저 그들(대만)의 착각이라고 지나쳤던 나의 생각이 짧았다는 인식과 함께 마음이 착잡해지는 건 비단 내게만 해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일 것 같죠? 알 수 없습니다. 역사를 보면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이 얼마든지 발생했습니다.

박훈





아직도 위안부 할머니, 강제 징용 간 조상들을 생각하면 울분이 느껴진다.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표현이 충분하지 않았고 모든 일본 정치인이 사과한 것도 아니며 역사 축소 등 논쟁 중인 여러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과를 안 한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천황, 의회를 포함 공식적인(진심은 아닐지라도) 사과만 무려 56번을 했다고 한다. 그들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에서 그들의 노력을 크게 부각하지 않고 축소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작가님은 역사를 인식하고 기억하되 반일 비즈니스(정치적 승리, 경제 이익)에 끌려가지 않기를 호소하셨다.


'일본이 그렇게 싫다면 왜 일본으로 여행을(한국의 아시아국 여행지 1,2위) 가고 일본 제품을 사며 애니메이션을 즐깁니까. 노 재팬(No Japan) 등 불매운동을 하려면 한 십 년은 해야지 잠깐 반짝하다가 금방 잊고 다시 구매 열풍에 가담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합니다.'(박훈 강연 중에서)



과거사 해결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이성적으로 행동할지에 대해서도 제안을 하셨다. 신각수 전 외교관의 말씀을 빌려서 우리는 그들에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라고 반복만 하지 말고 그들이 한 사과를 '번복'하지 말라고 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현대와 포스코의 발전은 일본 기업의 후원과 기술 제휴 등의 도움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의 끊임없는 사과 요구에 오히려 '사과 피로증', 일종의 backlash(반발)에 정체된 상태라고 한다.



다소 과격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작가님의 말씀에 다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외교와 정치, 국익이라는 복잡한 관계와 일반인의 심정은 분명 다르다. 머리로는 이해하나 감정으로는 용서가 안 되는 부분이 왜 없을까.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언제까지고 대화를 단절하고 미워하며 살 수는 없다. 잊지 않되 서로 다독이며 존중하며 스스로를 지키고 발전해나감은 우리 공통의 과제이다. 갈등이 있어도 어떻게든 노력하며 잘 지내려 하는 가족과 친구처럼 국가 간의 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그래도 문득 일어나는 울분이 감지될 때마다 작가님이 알려 주신 우리나라의 노력을 떠올리려 한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공통점은 일본을 무조건 내치거나 배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책과 강연을 통해서 나의 무관심, 무지에서 더 강화된 적대심과 편견을 어느 정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특정 정부나 개인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님을 밝힌다.



1. '김대중-오부치 선언'


오부치 총리대신은 금세기 한일 양국 관계를 돌이켜 보고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1998년)



2. 박정희 대통령 담화(1965.6.23)


그들은(일본을 두려워하는 한국인) 어찌하여 그처럼 자신이 없고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을 집어먹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굴한 생각, 이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나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일 수교의 결과는 결국 일본의 선진기술, 자본 유입, 청구권 자금으로 포항제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었다.



3. 최태원 曰


"한일 경제 공동체 구상. 유럽연합과 같은 한일경제 블록을 만들자고 제안. 한일 경제 연대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등이 협력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수많은 시너지 효과 중에 사회적 비용과 경제 안보 비용 감소는 물론 기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경제권이 될 수도 있다."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전략가로서의 지도자들과 애국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 냉철하게 생각해 볼만한 말과 생각이라 여겨진다. 100% 만족은 아니지만 국익과 안전, 후손들을 위해 특히 기성세대, 어른의 현명한 판단과 아량, 어른의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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