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눈물은 없다

by 애니마리아

"아들이 군대 가는 날 눈물 나오지 않던가요?"

"많이 우셨을 것 같은데!"

"아이 앞에서 펑펑 울 듯!"

평소에 눈물이 별로 없는 엄마도 훈련소로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 아이의 모든 물건 상자 속의 신발, 첫 편지, 군복, 경례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울먹이게 되었다는 경험이 넘쳐났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은 표현을 듣고 나는 겉으로는 수긍하며 내심 다가오는 운명을 기다리곤 했다. 자칭 타칭 '울보'이기 때문이다.

역아로 태어난 순간을 제외하고 나는 첫울음을 터뜨린 이후 툭하면 우는 아이였고 지금도 툭하면 우는 어른이기도 하다. 조금 이상하게 자란 속칭 '어른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남편은 아이의 훈련소 입소일에 엉엉 울지는 않았지만 촉촉해진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밝고 장난기 있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 애잔한 눈빛이 눈에 선하다. 1,2초도 되지 않은 찰나의 장면에 내심 놀랄 정도로 강렬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내가 울면 무엇보다도 아이가 속상할 테니 절대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다행히 그런 순간을 잘 넘겼다고 안심했다.

아이의 소지품이 커다란 택배 상자에 담겨 온 날 나 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나지 않았다. 물론 마음은 조금 복잡했던 것 같다. 한 번 울면 눈은 퉁퉁 붓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눈물이 날 때가 있어서 지레 겁을 먹었다. 상자를 뜯기 전에 귀여운 군인 캐릭터 그림에 한번 웃고, 상자 안 구석에 박혀 있는 작은 손 편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 이번에도 잘 넘겼어'라고 뿌듯해하며.

한 달 후, 퇴소식 날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몇 년 전 조카의 퇴소식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그때 형님은 울지 않았는데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엄마는 안 울고 작은 엄마가 울었다며 놀리시곤 했다. 그럴 때면 나도 함께 웃으며 속으로 '조카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내 아이가 군대에 간 모습을 보면 펑펑 우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창피해졌다. 하지만 막상 아이의 군복 입은 모습, 걸어오는 모습, 제법 군기가 들어 경례하는 모습을 보고 포옹을 해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기특하고 고마운 기분에 할 말이 없어지긴 했지만. 오히려 함께 갔던 아이의 여자 친구는 우리의 시선을 피해서 울먹이다가 다시 군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고 한참을 울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욱 울 수가 없었다. 나와 남편은 아이의 여자 친구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주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생각하며 묘한 기분이 들긴 했다.

아이는 후반기 교육 일정을 한 달 더 훈련을 받게 되었고 시간은 흘러 두 번째 훈련을 마친 날에도 잠깐의 외출과 면회가 허락되었다. 두 번째여서 그런지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컸고 조금 더 여유롭게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여전히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쯤 되니 내가 울지 않는 것에 대해 남편이 놀려댔다.

"엄마가 울지도 않으니 군인 아들이 서운하겠네. 여자 친구는 우는데 엄마는 안 울다니!"

"그러게. 나도 통곡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동의했지만 속으로 나도 궁금했다. 왜 눈물이 안 났을까? 눈물도 피도 없는 엄마라서? 잘 참아서? 음, 그건 아닌 것 같다. 평소 조금만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만 봐도 잘 울어서 아이가 건네준 휴지와 수건이 엄청났다. <국제시장>이나 죽어가는 동물 영화만 보아도 우는 편이라 조금만 슬픈 장면이 있다면 미리 휴지를 준비할 정도였다. 아무리 안 울 거라고 의지로 될 거라고 마음먹어도 무너지는 게 태반이었다.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인생은 아이러니라지만 억지로 울 수는 없는 일이다. 만반의 준비를 해서 모두 내가 울 거라고 확신해서 반발심에 안 운 것일까? 차라리 '눈물이 나오면 울지 뭐. 난 원래 울보인 거 다 아는데 편하게 울어야지.'라며 마음 편하게 먹었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맞는다면 삶에서 마주쳐야 할 긴장된 순간, 떨리는 순간에도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내게 남아 있는 무대 공포증, 지나친 떨림, 걱정으로 힘겨워할 때가 있어서다. 부처님처럼 깨닫지 못한 게 많고 노자처럼 무위의 도를 터득하지도 못했지만 성모님의 사랑은 늘 배우고 싶고 간직하고 싶다. 아이를 지켜보며 행복한 순간, 무너지는 순간, 조마조마한 순간에도 침묵하며 믿고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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