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니마리아 May 21. 2024

서평:몸스터

몸은 괴물인가?


제목: 몸스터(몸은 몬스터)


글쓴이:백이원, 박생, 김경희, 정명섭, 문성진


일러스트: 서화


디자인: 정계수


발행: 2024년 5월 1일


출판사: 스피리투스/공명


스피리투스 청소년 문학 03



몬스터가 아니라 '몸스터'란 제목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내가 눈이 침침해서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참 들여다봐야 했다. 특히 정자가 아닌 특별히 꾸며진 서체의 'ㅁ'부분은 ㅇ인지 ㅁ인지 확신이 들지 않은 이미지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만의 시각일 수도 있지만. 책의 뒤표지에 작품에 대한 소개 문구를 보고서야 '몸+스터'가 맞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부제처럼 앞에 달린 '몸은 몬스터'라는 말이 있긴 하다.  하지만 굳이 이 부분을  보지 않고도 우리말의 몸과 영어의 Monster를 기묘하게 섞은 신조어 제목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작가, 편집자, 누가 이 제목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 못지않게 시선을 끄는 책 표지 또한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 체험을 신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니 한, 두 편만 읽어도 제목과 찰떡궁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작가가 쓴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펼쳐진다. 



이중생활-백이원


몽신체-박생강


알로그루밍-김경희


헤드-정명섭


일단 가즈아-문성진


*작가의 말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립적인 다섯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몸, 신체를 둘러싼 내용이라는 공통 주제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괴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몸이라는 거대한 강이 각기 다른 지류를 형성하며 독특한 세계를 다룬다.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로 상상한 내용은 한 소녀의 몽환적이 배경으로 보건대 외모 지상주의나 콤플렉스를 다룬 이야기가 주류일 것이라 예상했다. 최근에 그런 주제를 다룬 책을 읽었기도 하고 외모, 신체만큼 남녀노소 관심이 많이 몰리는 분야는 없다는 생각에 청소년 버전은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책이든, 영화든 예상에서 벗어나야 재미가 있는 법. 재미까지는 아니어도 의무가 아닌 자발적인 독서를 가능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했다. 추리소설이 아니지만 추리소설 같은 서스펜스도 있었고.('헤드'편 참조)



어디까지 얼마나 다루어야 할지 많이 망설여지고 고민도 된다. 최대한 솔직히 말하려고 하지만 지나친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을 읽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지나치게 현학적이지도 않았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아몬드'(손원평)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문학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든지 발휘되는 영역이지만 동시에 전통과 퓨전이 뒤섞여 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면이 돋보이기도 했다. 



'이중생활'은 낮과 밤에 전혀 다른 일, 투잡을 뛴다거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한 사람이 변신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인과 휴지인이라는 설명을 직접 읽어보지 않으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몇 번을 읽어도 어려운 개념이었다. 단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기이한 존재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 속에 아직도 존재하는 독특한 운명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애잔했다.' 그게 가능하긴 한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예스러운 말투와 십 대의 언행이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져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은 장면이 종종 있었다. 열린 결말 혹은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마무리가 따뜻하고 기발한 장면으로 나와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나온 백이원 님의 짧은 글에서 더 좋은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이야기 '몽신체' 또한 매우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가장 황당하고 가장 실체적인 몬스터가 나오지만 매우 귀엽고도 십 대를 대변하는 듯한 캐릭터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건 한 인물이 주문을 외우는 장면이 있는데 내 사춘기 시절 한참 '분신사바'와 같은 놀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이 떠오르기도 했다. 주인공과 졸귀, 몽신체가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행동과 말이 간간이 꼬이면서 많이 헷갈렸다. 아마 내 이해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세 번째 이야기 '알로그루밍'을 읽기 전에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아마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나 동물에 관심이 많은 분은 거의 알고 있는 개념이지 않을까 싶다. 중간에 끊고 싶지는 않지만 사전 및 관련 자료를 찾으며 새로운 지식도 알게 되고 마치 고양이 영화 한 편 보는 듯한 몽글몽글한 소재의 예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네 번째 이야기 '헤드'! 아, 뭐라 해야 하지? 우선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험 정신이 투철한 인상을 남기지만 특히 이 이야기는 실험, SF, 초자연주의가 반영된 패러노멀(paranormal) 및 디스토피아 등에서 기인하는 특징이 마구마구 쏟아진다. 처음부터 중간까지는 알파걸의 이미지와 미래의 암울한 지구에서 펼쳐지는 긴박한 상황을 따라가며 두근거렸지만 후반부에 펼쳐진 막장 드라마식 가족 관계나 대화 및 잔인한 장면은 어른인 내가 보아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단편으로 담기에는 너무 많은 소재와 논란거리, 토론 거리를 반영하다 보니 약간은 결말이 황당하고 아쉬웠다. 나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독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매우 흥미롭고 멋진 전개에도 불구하고 읽고 나서 슬펐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열린 결말이라고 다 싫은 것은 아니었기에. 어쩌면 희망이 전혀 그려지지 않고 궁금증이 아니라 오로지 독자의 상상에만 맡긴 마무리라서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를 넘어 우리의 환경, 우리의 집, 우리의 의식, 가족, 생명,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가득하니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무서운 영화를 보면 기절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이야기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일단 가즈아'는 가장 무섭지 않으면서 괴물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네 이야기에 비해서. 제목부터가 만화스럽지 않은가?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것처럼 평범하고 약자로서 나름 힘겨운 고민과 고통에 허덕이지만 힘을 내는 청년의 이야기가 연상되지 않는가? 신체를 둘러싼 자신의 몸, 욕구, 그 이면의 심리와 고민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져서인지 두 소년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도 보였고 그만큼 공감이 많이 가는 작품이었다. 노력과 성취를 이루지만 또다시 변덕스러운 마음과 행동에 스스로 실망하는 소년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다. up and down를 겪는 가운데 그가 어렴풋이 깨달으며 되뇐 말이 있다. 






길게 본다는 건 멀리 내다보고 짐작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늘 하루를 버티고 나면 내일은 오늘보다 한 걸음 더 멀리 가 있는 것이다.










소년의 상황에 소년의 말은 깊게 울렸다. 뜬금없을지 몰라도 문득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가 떠올랐다.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말. 왠지 모르게 반대의 시선이 느껴졌다. 멀리 보고 사는 삶과 하루하루 견디고 노력하며 사는 삶. 다른 듯 같은 삶의 태도가 느껴지는 모순적인 문구였다. 다른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른 의견처럼 독자 또한 다양한 반응이 나올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억울한 게 많은 바니눈에게 생긴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