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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Jun 03. 2024

서평: 맥베스

운명의 존재인가, 자유의지를 가진 초인인가


제목: 맥베스


글쓴이:윌리엄 셰익스피어/이종구 옮김


출판사: 문예출판사


발행: 2024년 5월 1일




<맥베스>는 보여준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 운명과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 허무함으로 귀결되는 인생의 수레바퀴.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내일! 내일은 오늘이 되어 지나가고 과거가 되며 또다시 내일이 온다는 당연한 이치를. 그림자처럼 흔들리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한바탕 연극을 하고 물러나는 배우'라는 비유는 단지 엘리자베스 왕조 문학의 한 유형에 머물지 않고 세상에서 널리 회자된다. 우리는 주연이자 조연이며 연기는 철저히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책과 영화로 종종 접하게 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워낙 유명해 대표적인 비극이라 생각한 때도 있었다. <맥베스 Macbeth>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리어 왕>, <오셀로>, <햄릿>) 하나다. 1605년에서 1606년 사이에 작업한 것으로 추정되며 최초의 출판은 1623년이라 알려져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1세의 치게 하에 활동했지만 이 작품이 나왔을 때는 여왕의 사망(1603) 후다. 당시 잉글랜드는 여왕이 자신을 이을 혈통 후계자 없이 사망했기에 스코틀랜드의 조카뻘 되는 제임스 6세(스코틀랜드)가 왕위를 계승하여 새로 제임스 1세(잉글랜드)가 된다. 맥베스는 왕조 교체기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쓰인 작품이었다. 



작품: 배신자를 처단하여 스코틀랜드 왕(덩컨)의 두터운 신임과 사랑을 받던 맥베스는 길에서 마주친 세 마녀의 예언을 듣게 된다. 배신자의 땅을 다스리는 영주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왕이 될 것이라는 말에 맥베스는 '설마'하면서도 '혹시?'라는 감정에 휩싸인다. 굳이 전할 필요가 없는 말로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맥베스는 자신의 아내에게 자상하리만치 세세하게 이 모든 상황을 전한다. 맥베스 부인은 남편의 야망을 부추기며 왕을 처단하고 예언을 실현하라 압력을 넣는다. 순간 갈등하나 못 이기는 척 왕의 침실에 침투하여 살해하고는 그곳을 지키고 있던 시종들을 모함해 죽인다. 맥베스와 왕비는 원하는 바를 이루었지만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살인은 또 다른 살인을 야기하고 의심과 불안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급기야 맥베스는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귀족의 가족까지 죽이고 부인은 이런 상황에서 환각 증세에 시달리다가 자살한다. 맥베스의 사악함에 뒷일을 도모하고 준비해 온 이전 왕의 아들과 다른 귀족 장수들이 그를 공격하고 결국 맥베스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어찌 보면 '힘으로 흥한 자 힘으로 망한다'라는 전형적인 예라며 치부할 수도 있다.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 이런 배신의 이야기는 한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니까. 잔인하고 격렬한 인간의 행위를 통해 셰익스피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왕조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에 맞추어 쓴 일종의 '용비어천가'를 만들고 싶었을까? 아니면 세상의 이치를 되짚어 보며 인생의 허무함과 욕망의 굴레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세 마녀의 예언은 맥베스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도구라는 평을 읽었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경향을 콕 집어낸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통찰력이 돋보인 작품이라 생각한다. 선과 악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선택하는 인간의 운명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듣는 교훈이 아닌데도 수 세기에 걸친 '내일'에도 세상 곳곳에는 힘에 의지하고 힘으로 복수하며 힘으로 세상을 정복하려는 사건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희망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상투적이지만 그마저 없다면, 그래도 선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지옥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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