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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Jun 21. 2024

서평-갈매기의 꿈



제목: 갈매기의 꿈

글쓴이:리처드 바크

출판사: 통큰세상

추천, 감수:이어령

글 엮음:김연

그림:임운규

발행: 2014년



*주요 캐릭터(참고로 책에는 '조너선'이라고 번역, 편집되었지만 원문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의 외래어 표기법은 현재 '조너선'이므로 이후 이 표기법에 따라 서술하겠다)




                조너선 : 주인공 갈매기. 먹고사는 데에만 관심 있는 갈매기 대부분과 달리 비행하고 더욱 발전하는 데 온 힘을 다하는 갈매기             


               치앙: 갈매기 무리에서 추방당한 후 '갈매기 천국'에서 만나는 갈매기로 생각만으로 이동하는 기술인 '순간 이동' 비행 기술을 가르쳐 주는 위대한 스승.              


               설리번: 천국에서 조너선을 가르치는 비행 교사이자 지도자. 후에 충고를 벗어나 진심으로 조너선을 이해하는 친구가 된다             


               플레처: 조너선이 지상으로 돌아간 후 맨 처음 만난 갈매기로 수제자가 됨. 조너선처럼 하늘을 나는 것을 좋아하며 외롭게 비행 연습에 몰두하며 후에 조너선처럼 후학 양성에 힘쓴다             


               메이나드: 지상에서 상처받고 버림받은 또 다른 갈매기로 힘든 상황에 빠졌으나 조너선을 만나면서 놀라운 발전을 함.             




 자아가 꿈틀대며 정서적인 성장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기에 읽었던 책이다. 처음 '갈매기의 꿈'을 읽고 그 당시는 물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이 준 통찰력과 감동의 느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세부적인 내용은 갈매기의 깃털처럼 이미 날아가 버렸지만 지난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갈매기, 조너선의 비행과 철학은 생각할 때마다 늘 나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나는 꾸준함을 지향하지만 은근히 매너리즘이나 슬럼프에 자주 빠지곤 한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온갖 명언을 찾아보고 되새기며 기도를 하기도 하고 명상을 해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몸이나 마음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제는 과거처럼 명예욕이나 완벽주의에 끌려다니지 않으려고, 스스로 각성하려 하고 조바심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때로는 어제보다 나은 하루,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내가 되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손을 못 대거나 한없이 미루게 되기도 한다. 



  신체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벽한 영혼 치유 약을 구하는 것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독서와 글쓰기가 내게 많은 힘이 되고 에너지를 공급해 주며 기쁨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책은 말끔하게 나의 불안, 나의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가 내가 부르면 언제든 다시 나와 내게 속삭여주고 내 마음에 불씨를 다시 댕겨준다. 그런 책 가운데 저 멀리 해변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 알갱이와 같은 작품이 바로 '갈매기의 꿈'이다. 이 책을 생각하거나 문구를 읽을 때마다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이 함께 연상된다. 


  첫 번째 생리적 욕구

  두 번째 안전 욕구

  세 번째 소속과 애정의 욕구

  네 번째 존경 욕구

  다섯 번째 자아실현 욕구



  조너선은 먹이 구하기와 같은 생리적 욕구 및 소속 욕구로 매일을 살아가는 타 갈매기와 다르게 자아실현 욕구가 매우 강한 생명체였다. 자나 깨나 비행 연습에 매진한다. 그의 부모조차도 이런 조너선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너는 다른 갈매기들처럼 행동하지 않니?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니? 네가 펠리컨이나 앨버트로스처럼 낮게 날아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먹지도 않고 하루 종일 나는 연습만 하다 보니 바싹 말라서 뼈와 깃털만 남았잖니

15쪽/갈매기의 꿈




위의 인용구에 보면 조너선이 저공비행에도 무척 공을 들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처음 읽을 때는 크게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이처럼 새롭게 혹은 다른 의미로 와닿는 부분이 꽤 있었다. 우선 이 작품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회자되는 문구는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38쪽/갈매기의 꿈



  최근 다시 펼쳐보기 전까지 한동안 이 작품을 정독하지 않았으니 이 문구 외에 기억나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저공비행을 연습하는 조너선의 모습을 보고 무조건 높이, 멀리, 그리고 빠른 속도로만 날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란 것도 사실이다. 낮게 날려고 무한적으로 연습하는 태도를 보면 그렇다. 초반을 읽다 보면 일반 갈매기의 경우 공중에서 비틀거리지도 중심을 잃고 속도를 늦추는 법 없이 어느 정도 높은 곳에서 먹이를 쪼아 먹으려 하면서 바쁘게 날개를 퍼덕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조너선은 말을 듣지 않는 고통을 느끼며 불편한 자세로 해야 하지만 낮고 천천히 날고 싶어 한다. 발밑에 닿을락 말락 하는 바다, 그 고요한 평화를 느끼기 위해. 



  고공비행이나 순간 이동에 가까운 속도감 있는 비행 기술 연습은 그 이후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기술이었다.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비행기술을 익히고 싶었던 조너선의 도전정신이 다시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독의 여정 속에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야심만만 한 목표와 도전 정신 외에 인상적인 장면을 발견했다. 바로 조너선의 위대한 스승 치앙의 가르침이다.  가장 빠르게 날 수 있고 모든 비행 기술을 터득한 갈매기들이 가는 소위 천국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천국은 단순히 죽고 난 다음에 가는 세상, 또 다른 차원의 장소 변경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그곳이 과연 천국이 맞는지, 천국을 떠나면 과연 그다음은 또 어디를 가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조너선에게 치앙은 말한다. 



맞아, 조너선.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어. 천국이란 장소나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경지를 가리키는 것이지.

45쪽




그리고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며 치앙은 조너선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었다.  단순히 '열심히 하거라'하며 점잖게 떠났다면 그저 멋있게 퇴장하는 선배 갈매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조너선, 끊임없이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도록 힘써야 한다, 알겠니?

51쪽




  치앙이 조너선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성경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기독교 정신인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조너선은 경지에 이른 다른 위대한 갈매기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 더 높은 세상으로 바로 승진하는 기회를 마다하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다. 자신을 내치고 구박하고 모욕을 서슴지 않았던 무리들 곁으로. 마치 자신을 비난하고 오해하며 해치려 한 이스라엘 고향 사람들 속으로 과감히 들어가 복음을 전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조너선은 자신과 같은 지향을 지닌 갈매기의 힘이 돼 주기 위해 다시 아비규환과 같은 지상의 무리 근처로 내려간 것이다. 단순히 비행을 가르치는 선생의 역할을 넘어서 자신을 추방한 무리들에게 상처받은 플레처 린드에게 말한다. 




그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 플레처. 너를 추방한 그 갈매기들은 도리어 스스로를 상처 입혔을 뿐이야. 언젠가는 그들도 그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고, 네가 얼마나 멋있게 나는지도 보게 될 거야. 그들을 용서해라. 그리고 이해하도록 노력하렴.

58


  말이 쉽지 용서는 쉽지 않다. 그것도 자신을 미워하는 존재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게. 이 책의 후반, 작품 설명을 보면 1970년 발표 당시 일부 종교인이 '신의 영역에 도전한 오만한 작품'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고 한다. 사랑과 자비, 용서, 희생과 같은 덕목을 강조하는 기독교(개신교, 천주교를 통틀어 하나의 뿌리로서)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는 게 다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관점은 시대마다 다르고 해석 또한 다를 수 있으니 옳고 그름을 섣불리 말하고 싶진 않다. 종교의 연관 여부를 떠나서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갈매기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체가 너무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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