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너무 좋아 2

(부제:내 남편의 남자 2)

by 애니마리아


2024년 5월 25년 토요일 2시 월드컵 상암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왜? 바로 내 남편, 안드레아가 너무나 사랑하는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가 있는 날이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아무리 미끄러지고 실패해도 안드레아는 티켓 예매가 있는 날이면 집안의 컴퓨터를 총동원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벌써 세 번째 콘서트지만 임영웅에 대한 안드레아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오르기만 한다. 가족과 일을 제외하고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임영웅의 노래가 결국 짝꿍인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짝꿍이 좋아하는데 어쩌겠나? 감사하며 같이 가야지.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성과 가창력, 매력이 있는 가수다. 들으면 기분이 좋은 가수니까 열혈 팬은 아니지만 나도 그렇게 준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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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시작 시간은 오후 6시 30분이지만 우리는 2시에 출발했다.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는가?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는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오전 10시에 와서 자리를 깔고 혹은 돌아다니며 먹고 쉬고 잠도 자며 이야기하는 팬들이 엄청 많았다. BTS를 보러 오는 10대, 20대 팬들과 같았을까? 물론 10대, 20대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30대에서 90대까지 장년층이 많았고 함께 온 가족 중에는 유모차를 타고 온 아기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전 연령대가 다 있었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미 두 번의 콘서트 가며 겪은 사실이 있다. 주차와 귀갓길 혼잡으로 장소를 빠져나가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리고 결국 자정을 넘겨 집에 간 경험이 있다. 이전 콘서트 두 번 모두 만 명 내외의 관객을 수용하는 시설이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콘서트장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대 최고의 수와 규모를 자랑하는 프로젝트였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무려 6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경기가 아닌 콘서트였기에 한쪽에 무대를 꾸며야 했지만 남, 동, 서쪽 자리는 그래도 5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임영웅의 인기가 높아서인지 만 명일 때나 5만 명일 때나 표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수만 명, 수십만이 대기로 설정되었고 표를 구한 사람 가운데 서로 떨어져서 않게 된 사람도 많았다. 실제로 내 옆에 앉으신 어느 팬은 4장을 예매할 수 있었지만 연속으로 함께 찍을 수가 없어서 멀리 동쪽에 하나, 서쪽에 하나 이런 식으로 각기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되기만 하라는 마음으로 해야 했기에 마우스를 누르다 보니 토요일뿐만 아니라 일요일에도 예매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요일을 취소하지 않으셨다.




"이렇게 힘들게 오셨는데 내일 또 오시려면 힘들지 않으실까요?"


"오늘 보고 내일 또 볼 거예요. 괜찮아요. 두 번 봐도 질리지 않아요. 너무 행복해요."


"아, 네. 그러시군요. 진정한 팬이시네요:)"


"호호,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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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5배가 넘는 관객이 몰릴 것이기에 그만큼 우려도 많았다. 단순히 교통대란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생각지 못한 비상사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지인이 살고 있었는데 안드레아는 2주일 전부터 그 지인에게 연락해서 지인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둘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 두었다. 30분 정도 걸어야 했지만 월드컵 경기장에 주차를 하는 경우 귀가 시 한 시간이 걸릴지 두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기사를 검색해 보니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마포구 구청장과 직원이 직접 나와 미리 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워 놓았다고 했다. 콘서트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건물 안에 들어가면서 곳곳에 보이는 의료 부스와 관련 시설을 보니 참 배려와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생각을 했다. 안드레아가 조사한 바로는 임영웅 측이 스태프를 위해 준비한 밥차가 1천 명 분이었다고 한다. 안무팀 160여 명, 안전 요원 200명, 밴드, 교통정리, 얼추 500명이 넘어 보였다. 보이지 않는 스태프들과 준비 인원이 엄청 많은 듯하다.




공식 관객은 5만이지만 상당수 어르신이 많기에 공연 시작 전에 모시고 온 가족, 공연 후 데리러 온 자녀, 손주 등 가족 및 표를 구하지 못했지만 밖에서 자리를 깔고 소리만 들으며 음악을 즐기는 소위 '겉돌이'팬들까지 합하면 최소 10만은 모였을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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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도 이상 경기장을 채원 관객을 사진에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천창이 시원하게 열린 야외 경기장이라 시원하면서도 영상 및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도리상 공연 관련 영상을 올릴 수가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3시간에 걸친 콘서트는 정말 역대급이었다.




이번 콘서트는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가 많았다. 공연 전에 팬을 골라 선물을 주는 행사가 있었다. 카메라가 무작위로 한 팬을 찍으면 그 팬 주변에 앉은 다른 팬 10명에게도 고급 화장품 세트를 주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스님도 계셨다. 임영웅 팬이셨나 보다. 모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였다.




비욘세나 고(故) 마이클 잭슨과 같은 세계적인 가수의 공연에서는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 3층 및 구석 가려진 안 좋은 자리, 꼭대기 팬들을 위해 임영웅은 초대형 열기구를 타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축제를 방불케 하는 불꽃놀이와 드론 촬영, 잔디 구장 바닥을 100퍼센트 하얀 천으로 뒤덮고 지상과 공연장을 메운 레이저 빔 등 다양한 공연 모습으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그야말로 배려의 아이콘, 가수와 팬이 하나 되는 멋진 공연이었다. 여러 미담이 떠돌고 있지만 나중에 본 기사 가운데는 한 스태프가 고령의 팬을 업고 높은 계단을 올라 자리를 찾아 앉혀주는 모습도 있었다. 일부 어르신들의 경우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에는 왔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아 계단에 오르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할 만큼 위험한 모험이었을 것이다. 수 십 미터가 넘는 곳을 오르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청년 스태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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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응원봉이 너무 비싸 저렴한 별 모양, 하트 모양 응원봉을 사자고 한 안드레아. 작년 콘서트를 위해 내게 말도 안 하고 팬 커플티와 모자를 주문했다. 한 번 입고 조금 부끄러워 숨겨 놓고 못 찾겠다고 그냥 가자고 했다. 안드레아는 옷장을 다 뒤지더니 기어이 찾아내고는 나보고 입으라고 했다. 자기가 진짜 팬이면서 모자는 나보고 쓰라고 했다. 구겨져서 못 쓰겠다고 했더니 다림질까지 해서 주더라. 차마 그 정성을 지나칠 수가 없어서 쓰고 갔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못 말려,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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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 토요일은 비가 오지 않았다. 일요일 공연 때는 비 소식이 있어서 안드레아는 같은 팬으로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5만여 명 입장객 전원에게 정성껏 포장한 우비를 나누어주는 게 아닌가? 지난 콘서트 때는 방석을 전원에게 선물한 임영웅이었다. 내 옆에 앉은 또 다른 팬은(일요일에도 또 온다는) 하나는 입고 다른 하나는 고이 장식장에 모셔 놓을 것이라고 했다^^ 우비 선물을 받아 들고 해맑게 웃는 안드레아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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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펼쳐 보니 우비의 질이 장난 아니었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 튼튼한 지퍼가 있었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재질이었으며 임영웅 로고에 모자는 우주인 복장처럼 투명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주머니 있는 우비는 처음 보았다. 핸드폰 및 개인 용품을 넣으라는 배려 같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세심한 배려와 센스가 느껴지지 않은 게 없었다. 팬으로서 감동한 안드레아는 말했다.




"아까워서 어떻게 입지?"


"그러게. 정말 고급스러운 우비라 마구 입기는 좀 아깝다."




진심으로 장단을 맞춰주는데 안드레아는 한 마디 더 거든다.




"이번에 나온 신곡 정말 신나고 좋지 않아? 곡에 맞추어 추는 안무 팀, 팬들 영상도 너무 멋져. 나 이제부터 임영웅 신곡 "Home" 춤 연습할 거야. 색시야, 같이 추자!"


"헉!"




임영웅과 그의 노래에 푹 빠진 오십 대 안드레아 아저씨의 귀여운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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