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단, 사랑이 담기다

아빠는 요리사

by 애니마리아


피부의 주름과 푸석푸석해지는 외양에서 노화의 가속화가 일어난다. 몸의 약 70%를 차지하는 성분이 물이라고 배웠음에도 나는 나의 몸에 수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 몸에 밴 습관을 떨쳐버리기는 정말 힘들다. 체중 요요만 있는 게 아니라 식습관 요요도 있는 듯하다. 초반 한두 달 물의 양을 늘리려 했는데 요즘에는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게 불편해서인지 점점 물을 안 마시게 되었다. 반성해야지.



아주 어릴 때부터 커피와 탄산음료를 달고 살았고 탄산음료를 많이 줄이긴 했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카페인을 과량 섭취하는지도 모르고 체질 탓을 했다. 커피를 100% 끊지는 못했다. 안드레아는 커피 때문에 생기는 두통의 거의 없기에 카페에서도 한 샷 더 추가해서 마시기도 한다. 홍차나 녹차도 자제해야 하는 나는 대개 허브차나 과일 주스를 주문하지만 가끔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기도 한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못 견디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커피 향과 맛을 음미하고 싶을 때 1주일 혹은 2주에 한 번 정도 주문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맛이 없고 쓰디쓴 한약 맛 같아서 몇 모금 마시다가 나머지는 안드레아에게 양보한다. 다행히 남편은 그렇게 마셔도 밤에 잠이 잘 온다고 한다. 부럽다.



편두통 외에 오랫동안 고통받은 고질병은 이뿐만 아니었다. 변비로 일주일 이상 화장실을 가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면 종류와 빵과 같은 정제 밀가루 음식을 즐긴 탓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습관적인 커피 음용 버릇이 수분을 빼앗아 더욱 악화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부분 인테리어 공사가 아닌 전체적으로 재개발을 해야 하는 신체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은커녕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무리 변비약을 먹고 유산균 제품을 복용해도 일시적으로 자극이 될 뿐 큰 변화는 없었다. 약에만 의존하니 가끔 배도 아프고 치질로 고생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루는 누군가가 푸룬(말린 자두)이 도움 된다고 해서 주스나 말린 과일 형태로 구입해 먹기도 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맛도 나쁘지 않아서 신나게 먹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씹기도 힘들고 빈속에 먹어야 해서 번거롭기도 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양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채소 섭취를 늘리려 하고 밀가루 음식을 50% 이상 줄여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배변 활동이 기대만큼 원활히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불편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냈다. 복부가 늘 팽만하고 소화도 잘 안되어 호흡 및 신체활동이 정체되는 느낌에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듯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장에 좋다는 방법을 시도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도 시중에 일반 요거트를 사서 꾸준히 먹었다. 문제는 너무 달고 유산균 효과도 그리 없는 것 같아서 약한 변비약을 처방받아 가끔 복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릭 요거트를 먹어 보게 되었다. 간장 종지보다 조금 더 큰 용기에 들어 있는 그릭 요거트는 맛도 밍밍하지만 판매용이라 그런지 치즈 향 같은 첨가물 맛에 먹을 만하다고 느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작은 용기 2~3개에 만 원이 넘어갔다. 매일, 아니 이틀에 한 번 먹어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릭 요거트를 먹고 화장실에서 만족스러운 배변을 경험해서인지 달기만 한 요거트를 끊고 싶었다. 건강한 단백질이 많다고 해서 더욱 그릭 요거트 섭취를 생활화하고 싶었다.



영상으로 그릭 요거트 만드는 법을 검색해 보았는데 우유도 많이 필요하고 발효시키는 과정과 시간도 오래 걸리는 듯 보였다. 요리를 즐기지 않아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옆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더니 안드레아가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우유 1000ml를 두 팩 사고 요거트 제조용 용기도 구입했다. 거름망이 있는 동그란 볼과 체, 물이 빠지게 돕는 강력 스프링 두 개가 있는 세트였다. 우유로 바로 요거트를 만들기 전에 1차 발효로 액체 형태의 요거트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좀 더 비싼 발효유를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드레아는 가만히 생각해 보더니 창고에 두었던 '오쿠'라는 홍삼 제조기를 꺼냈다. 우유를 넣어서 발효시킬 수 있다면서 그릭 요거트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두세 번은 실패하거나 얼추 요거트의 모양이 나와도 흐물흐물한 액체 형태로 나와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괜히 나 때문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그만두라고 슬그머니 권하기도 했지만 안드레아는 '한 번만 더'를 외치고는 실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몇 번의 애매한 성공과 몇 번의 확실한 실패를 거듭하더니 어느 날 꽤 그럴듯한 그릭 요거트가 나왔다. 1차 발효에 하루, 유청 분리에 6~12시간 필요하다고 해서 냉장고에 최소한의 시간만 써서인지 뭔가 허술하게 만들어졌다. 그래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질이 나아지더니 판매용 못지않게 단단한 형태로 그릭 요거트가 만들어졌다. 한 번 만들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먹을 수 있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2~3일에 화장실을 가게 되었고 이후에는 거의 매일 가는 주도 있었다.



그렇게 지낸 지 한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 귀찮을 만한데도 안드레아는 매주 주말이면 무거운 오쿠에 우유와 요거트 음료(유산균 발효를 위해) 한 병을 넣는다. 내가 매일 챙겨 먹지 못해서 지난주에 만든 요거트를 남기면 남편은 '분발하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요즘 지겨운 감도 있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점점 챙겨 먹는 요거트 양이 줄었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 가던 배변활동이 종종 이틀, 삼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릭 요거트를 조금만 덜어 먹으니 안드레아가 말했다.



"오늘 비도 오는데 김치전 해 먹을까? 김치에도 유산균이 있으니까 도움이 되겠지. 그래도 그릭 요거트 꾸준히 먹어야 해!"



요리를 싫어하는 아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요리도 즐기는 남편. 그 정성이 고마워서 먹기 귀찮아도 먹으려 한다.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고 몸에 좋은지 다 알지만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고픈 배우자의 사랑으로 마음을 굳게 먹게 되고 행동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약해지지만 아프게 된다. 그렇다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골골대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을 아파만 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아프지 않으면 제일 좋겠지만 꾸준히 운동하고 잘 먹어서 최대한 건강한 몸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안드레아가 만든 그릭 요거트를 떠먹고 김치전을 집어먹으며 추가로 만든 견과류 멸치볶음에 젓가락을 댄다. 사랑을 먹는다.





그릭 요거트: 변비 해소에 정말 좋다. 처음에는 흐물흐물 떨어지며 유청 범벅이었는데 이제는 케이크처럼 깔끔하게 형성되어 떨어진다. 만성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준 요거트. 먹을 때마다 수호천사 안드레아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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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릭 요거트: 변비 해소에 정말 좋다. 처음에는 흐물흐물 떨어지며 유청 범벅이었는데 이제는 케이크처럼 깔끔하게 형성되어 떨어진다. 만성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준 요거트. 먹을 때마다 수호천사 안드레아를 생각하며.




비 오는 날이면 먹고 싶다고 전을 만드는 사람. 청양 고추와 주꾸미를 넣으니 푸짐한 해물 김치 파전이 되었다. 비 오는 날에는 발효 음식과 함께(비타민A 눈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식이섬유로 변비에 도움 단, 과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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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먹고 싶다고 전을 만드는 사람. 청양 고추와 주꾸미를 넣으니 푸짐한 해물 김치 파전이 되었다. 비 오는 날에는 발효 음식과 함께(비타민A 눈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식이섬유로 변비에 도움 단, 과식 주의!)







견과류 멸치볶음: 뼈와 뇌를 위한 합주곡, 견과류를 좋아하지만 멸치를 잘 먹지 않는 나를 위해 안드레아는 피칸을 어마어마하게 넣어 볶았다. 이렇게 먹으니 전보다 많이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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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 멸치볶음: 뼈와 뇌를 위한 합주곡, 견과류를 좋아하지만 멸치를 잘 먹지 않는 나를 위해 안드레아는 피칸을 어마어마하게 넣어 볶았다. 이렇게 먹으니 전보다 많이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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