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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Jul 08. 2024

서평: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제목: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작가: 황적현 그림책


발행: 2024년 5월 10일


출판사: 초봄책방



  * 첫 표지를 보며 늘 상상한다. 어떤 내용이겠지 하는 상상. 유치원이나 학교 공연에 나와 마법사 복장으로 하고 나와서 연기를 펼치는 소년이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이의 표정이 유난히 진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크서클이 생길 정도로 눈에 힘을 주고 크게 뜨고 있고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뭔가를 말하고 있다. 한 음절, 한 음절 또박또박 말하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 한 손으로 쥔 마법 지팡이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그 어떤 지팡이보다 빛이 난다. 어린 소년의 에너지가 전달되어 뭔가 중요한 힘을 발휘할 것만 같은. 뭔가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을 것 같은 지팡이. 친구를 소개한다는 제목을 다시 보며 공연에 나온 친구를 소개하는 귀여운 사회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괜찮다. 평범한 상상을 할수록 이 책을 읽고 놀라게 될 테니. '이런 마술이 나올 거야. 결국 마술은 저것은 눈속임이야'라고 예상하다가 전혀 다른 모습의 공연을 보고받는 충격은 더 클 테니까. 하지만 공포의 충격이 아니라 따뜻한 충격이며, 아쉽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충격이고 기분 좋은 충격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 작품 맛보기


  첫 장을 펼치면 '지호'라는 친구를 소개한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친구답게 야구모자와 배트를 든 지호는 사진을 찍은 듯 정면을 바라보며 독자와 눈을 마주친다. 그것도 아주 열정을 담아서 그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구를 소개하는 1인칭 시점의 아이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또래 동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다음 그림에 그 친구와의 이별 장면이 애틋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잠시 슬퍼질 찰나 그다음 그림과 화자의 소망을 읽으면 '푸하'하고 웃게 된다. 그 친구를 생각하며 화자는 발명가가 되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가 기발하면서도 참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친구부터는 조금씩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가 나온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를 좋아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 친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화자는 소망한다. 그 친구의 말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마법사가 되어 기적을 일으키고 싶다고. 여기까지만 해도 참 착하고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화자 또한 문제가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직접적으로 이유가 나오지 않지만 여기서 본격적으로 그림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뭔가 좀 이상한데? 뭐지? 이 아이의 정체는?'하고 잠시 멈추어 앞뒤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 탄성을 지르게 된다. 아, 이 아이는 이런 아픔이 있는 아이였구나. 자신의 아픔이 있는데도 다른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를 위해 공감하고 그 친구를 위한 소망을 자신의 꿈으로 승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하나의 반전은 화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배경과 특징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쉽게 이상하게 생각하고 섣불리 동정하거나 배척하기도 한다. 아마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아이이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이미 어릴 때부터 이런 생각이 굳어진 어른도 마찬가지다. 한 명 한 명 친구의 소개와 화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보면 친구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위하는 아이 앞에서 고개가 숙여지기도 하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 책에 나오는 여러 화자와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내면서도 기피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태도였다. 그 밝은 모습이 행복을 느끼게 했다. 그 직업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친구에게 어떤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서라고,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기쁠 것이라는 깊은 우정을 담고 있다. 때로는 우연이 조금 과장된 듯한 부분도 있지만 판타지에 불과한 소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어떤 황당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 그런 일이 꿈에라도 일어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응원을 하게 된다. 




  * 어린이의 세계를, 그 순수함을 깨닫게 하는 <어린 왕자>가 있다. 더 나아가 가슴 저리게도 하고, 부끄럽게도 하며, 함께 기뻐하고 때로는 함께 아쉬워하지만 절망스럽지 않은 책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 내가 그냥 지나쳤던 친구, 무시했던 친구, 그저 불쌍하게만 바라보았던 친구가 기억날 것이다. 아이가 있다면 함께 읽으며 경험을 나누고 비슷한 친구에 대해 물으며 혹은 자신의 경우와 빗대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용기를 얻고 서로 격려하고 굳이 이래라저래라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힘을 낼 것이고 한 뼘 더 성장할 것이다. 



 글과 그림 모두에 뛰어난 작가의 그림책이 얼마나 잘 조화로운지, 접착제처럼 착 달라붙어 우리를 찰떡같은 책 속으로 초대한다. 단순히 아이의 성장을 돕는, 혹은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묘사한 동화가 아니다. 어른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현실을 담은 동화, 생각하게 하는 동화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관심과 관찰, 그리고 소망이 그 어떤 기도보다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희망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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