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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청해도 괜찮아

(난 괜찮아, 고마워)

by 애니마리아


제목: 난 괜찮아, 고마워


지은이: 조노 간츠, 옮긴이: 윤영


발행: 2024년 6월 1일


출판사: 하우


장르와 특성: 창작 그림 동화


나의 평점:4/5



* 작품 속으로: 꼬마는 새로 산 부츠를 신으며 신났다.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는 날 출발하기도 전에 기대가 한가득이다. 맥스는 도시락을, 노라는 커다란 지도를 가져왔고 프레야와 알렉스는 재미있는 복장과 행동으로 꼬마를 웃긴다. 어떤 문제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꼬마. 하지만 신발 끈이 어느새 신발 끈이 풀린 것을 몰랐고 이내 '꽈당'하고 넘어진다. 앞서가던 맥스가 괜찮냐고 묻지만 꼬마는 속마음과는 달리 '괜찮아, 고마워'라고 대답한다.



실상은 결코 괜찮지 않았다. 꼬마는 신발 끈의 매듭 묶는 법을 전혀 알지 못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일은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식료품 가게에 있던 소시지를 이용해 묶었지만 불편했고 냄새만 났으며 스팟이라는 개가 쫓아올 뿐이었다. 소풍길이를 전혀 즐기지 못하고 신발을 질질 끌고 가다가 안테나의 줄에도 걸려 신호를 받은 외계인들이 찾아왔고 급기야 꼬마는 스팟과 함께 우주선으로 납치되는데 꼬마는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무사히 소풍을 마칠 수나 있을까?



* 돌 전후로 걷기 시작하고 입도 트이면서 폭풍 성장하는 아이들. 하지만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배울 건 너무도 많다.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성장하며 한 인격체로 자라난다. 아이의 자아가 형성되면서 조금씩 부모의 품에서 세상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아가는 시기에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내가 할 거야. 나 혼자 할 수 있어'라는 말도 있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 어른들은 '그래, 할 수 있을 거야. 조심하렴. 엄마, 아빠가 있으니까 괜찮아.' 하지만 늘 아이 옆에서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혼자 해내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른의 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모습도 목격할지도 모른다. 혼자 해내고 싶은 마음과 괜히 내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뒤섞여 자존심이 서서히 자리 잡는다.



처음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잘 안될 때가 있다. 경험도 없고 묻을 사람도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무리 해도 내 능력 밖일 때도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똑똑한 어른도 모든 것을 다 알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의사가 음식을 만들 수 없고 자동차를 만들어 타고 다닐 수 없다. 사서 먹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구입해서 어떤 재화를 사용한다고 해도 결국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어른도 '도와주시겠어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반대 입장에서 '도와드릴까요?'가 좀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도 상대방에 부담스러워할까 봐, 혹은 자존심 상해할까 봐 망설이기도 한다. 그렇게 요청의 마음을 짓누르고 친절의 기회를 버리기도 한다. 왜 그럴까?



도와달라는 말은 약하다는 뜻이고 약자의 입장을 스스로 드러내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안 주고 안 받기'가 편하다며 철저히 개인적인 삶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기주의는 아니지만 지나친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한편으로는 인간을 더욱 고립시키고 소통을 막기도 한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주인공 소녀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꼬마'라고 불릴 뿐이다. 오히려 꼬마 소녀의 친구들은 하나하나 이름과 특징,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며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계속 꼬마라고 불리는 아이는 언뜻 자립성을 키우려는 아이 같지만 왠지 주눅 들어 보이기도 한다. '괜찮아, 고마워'라고 예의 바르게 대응하는 말로 방어하나 결국 그 말이 도움을 주려는 친구들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린다. 점점 두꺼워지는 벽이 된다.



그림 동화의 역할이 여기서 두드러진다. 글에서 알 수 없는 숨은 그림이 저편에 존재하며 이야기의 단서를 제공하고 놓친 마음을 알게 한다. 이번 그림책의 표지도 마찬가지다. 읽기 전에 표지를 보면 작은 소녀, 평범해 보이는 소녀 주위로 이상한 생명체들이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쳐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기다란 촉수 같은 부분 끝에 달린 눈에 긴장한 듯한 소녀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소녀보다 해산물처럼 흔들리는 생명체의 모습에 더 눈이 간다. '이게 뭐지? 꼭 거대한 달팽이 눈처럼 생겨가지고. 환상의 정글로 모험을 떠나나?'



읽고 나서야 이 생명체의 존재가 무엇이었나 알게 되고 다시 표지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녀의 모습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고 표정은 어떤지 어떤 감정일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려진다. 소녀에게 집중하게 되고 그 소녀의 모험과 생각을 통해 독자는 그 나름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도움을 청하는 게 그리 약하고 나쁜 것,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조건 타인에게 의지하라는 말이 아니다. 때로는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게 인생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라는 지혜임을 깨닫게 된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넉넉히 베풀듯 도움을 받은 아이는 언젠가 어른이 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는 시기의 아이들은 물론 삶의 지혜를 주고 싶은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무조건 혼자 하는 것만이, 모든 것을 다 혼자 해결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며 서로 돕고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아이로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란다면.



직접적으로 교훈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강아지와 꼬마가 엮이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의문의 생명체가 꼬마를 대하는 상황에서 은근히 땀을 쥐게 하는 대사로 독자가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위기이자 재미가 극에 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리는 여섯 개에, 꼬리는 하나. 그리고 주렁주렁 소시지까지. 우리 간식으로 딱이야!



판타지 요소가 있는 창작 동화지만 약간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다. 꼬마가 신발 끈이 풀린 것을 알고 당황하다가 식료품 가게의 줄줄이 소시지로 부츠를 매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소시지를 산 것인지, 그냥 얻은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그림에는 가게 주인이 소녀를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는데 상식적으로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는 게 좀 어색해 보였다. 어른의 시각으로 봐서인지는 모르나 상식적으로 이런 경우 신발 끈을 매 주거나 소시지로 묶는 건 아니라고 말이라도 해줄 것 같아서 말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조금 매끄럽지는 않으나 이 또한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실패가 아닌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책, '괜찮아, 고마워!'로 인생의 어깨에 짊어진 돌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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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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