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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Jul 29. 2024

마음을 보는 눈, 친구를 비추다

A BOY CALLED BAT를 읽고


TITLE: A BOY CALLED BAT


PUBLISHER: HarperCollins Publishers


PUBLISHED in 207


AUTHOR: Elana K. Arnold


Pictures by Charles Santoso



  배트(BAT)라는 소년이 학교에서 막 집에 도착했다. 배가 고파서 냉장고로 달려가지만 먹을 만한 게 없다. 남은 음식은 원래 먹기 싫어하고 요거트를 좋아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레몬과 바닐라 맛이 없다. 누나 재니(Janie)가 먹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할 찰나 냉장고 문까지 빨리 닫으라는 재촉에 배트는 화가 난다. 이내 누나에게 대꾸한다.


  "간식 만들어 줘!


   간식 만들어 달라고!


   당장 간식 만들어 달라니까!" /5쪽



  잠시 후 시계를 본다. 5시 15분이다. 짜증과 불안이 함께 밀려온다. 엄마가 올 시간이 지났다. 원래 엄마는 5시 정각에 집에 와야 한다. 누나는 세상 편하게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 배트는 경찰에 전화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그때 엄마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안심이다. 배트가 늦은 엄마를 비난하자 엄마는 대답한다. 


  "동물 아기를 데려오느라 늦었단다."/16쪽



  사실 배트 BAT는 이름이라고 하기보다는 별명에 가깝다. 원래 이름은 '빅스비 알렉산더 탬 Bixby Alexander Tam'으로 앞 자만 따서 B.A.T로 주로 불린다. 야구 방망이(bat)란 뜻도 있지만 '박쥐'란 뜻으로도 쓰인다. 바로 박쥐(bat)라는 이미지 때문에 배트라고 불리게 된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가 있다. 우선 배트는 소리에 민감하다. 그래서 종종 귀마개를 쓴다. 박쥐도 마찬가지로 소리에 민감하고 잘 발달되어 있는 동물로 음파를 쏘아서 반사된 파장으로 소리를 인식한다. 마지막으로 배트는 흥분하거나 긴장하거나 뭔가 신나는 일을 생각할 때 자기도 모르게 손을 접어 올린다. 그러고는 새의 날개처럼 파닥거리는 버릇이 있다. 박쥐의 날개처럼 말이다.



이쯤 되면 뭔가 이상하거나 독특한 뭔가가 연상되지 않는가? 배트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자폐 스펙트럼 아이로 추정된다. 이야기 속에서는 이에 대한 직접적인 용어가 나오지 않는다. 단, 맨 뒤표지에 보면 작가와 유명 작의 대한 찬사가 나오면서 이 작품의 주인공 배트의 특징이 살짝 언급된다.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인 엘라나  K. 아널드의 작품에는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자폐 스펙트럼의 어린 소년이 겪는 최초의 우정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자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ADHD와 혼동되기도 하고 말도 안 하는 사회 부적응자와 같은 여러 용어들, 하지만 정확한 정의나 차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생각해 보니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 대중매체나 드라마,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끔 독특한 언행을 하는 아이나 어른을 보고 굳어진 이미지가 다였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배트는 문제아라든가 아픈 소년보다는 오히려 여느 아이와 같은 모습도 많이 보인다. 물론 가끔 집착이나 고집, 외로운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일반 사람들도 웬만하면 조금씩이라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이야기 곳곳에 나오는 배트의 특징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에피소드에서 혹은 직접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가 확실히 언급된다. 



* 배트가 싫어하는 것


-모둠 활동(혼자 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신의 생각대로 하는 게 편하고 좋아서)


-비 오는 날(밖에서 활동하거나 운동하면 젖는 게 싫다)


-누나 목소리가 너무 큰 폭으로 오르내릴 때


 등등 호불호가 분명하다. 맨 처음에 나오는 에피소드처럼 원래 정한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고 예상치를 벗어나면 극심하게 불안 증세를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자료나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Asperger's syndrome은 자폐스펙트럼 장애 ASD, Autism Spectrum Disorder의 임상 양상 중 하나로 별도의 진단명이 내려졌으나 2013년 개정을 거쳐 (미국 정신의학협회) 자폐스펙트럼장애로 통합하여 진단하고 있다./5쪽 <세상과 소통을 꿈꾸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 중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아스퍼거 증후군은 질병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에 논란이 많다. 어쨌든 세상을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보는 것은 분명한 듯 보인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순수한 것이고 다른 면으로 말하면 눈치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소위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가령 체구가 지나치게 거대한 사람 앞에서 그대로 신체를 지적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의상으로도 그렇고 감정을 중시해서도 그렇고 말이다.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는 위선이고 거짓이다. 둘 다 이해가 가니 어떤 게 더 바람직하고 옳은지 헷갈리지만 다른 시선과 의견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 작품 속으로


배트의 엄마는 수의사다. 누나는 배트를 사랑하지만 가끔 배트의 언행 때문에 힘들어하고 때로는 짜증을 내기도 한다. 어느 날 사고로 엄마를 잃은 아기 스컹크를 데려온 배트의 엄마. 임시 보호소로 보내기 전에 딱 한 달만 아기 스컹크를 돌봐주기로 약속한 배트는 점점 아기 스컹크에게 빠져들어 학교에 가서도 온통 스컹크 생각뿐이다. '토르'라는 이름까지 지어 주었다. 배트는 엄마와 학교생활 등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기로 약속했지만 원하는 만큼 볼 수가 없어 불만이다. 게다가 엄마와 아빠는 이혼한 사이라 2주마다 한 번씩 토르와 떨어져 아빠 집에 가서 주말을 지내야 한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배트는 절대 토르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배트는 한 달이 지나고 나서도 토르를 계속 키울 수 있을까? 이렇다 할 친구가 없는 배트는 동물이 아닌 사람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3인칭이지만 상당 부분 배트의 시선과 마음이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소설로 때로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안타까우며 때로는 미소를 짓게 되는 따뜻한 소설이다. 좋은 아동서를 읽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나의 모습과 유사한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나와 너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고인이 된 천재들과 살아있는 유명인(빌 게이츠, 수전 보일, 알버트 아인슈타인, 고흐 모두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들도 유사한 증세가 있음을 알고 더욱 놀라웠던 독서로 기억될 것 같은 이야기, 배트의 매력에 빠져보길 바란다.  



* 함께 보면 좋을 책


   김리하 작가님의 <까치발 소년>이나 팔라시오 작가의 <Wonder 아름다운 아이>와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알고 보면 나도 배트처럼 고집부리고 눈치 없이 내 마음에만 집중하며 외로운 시절을 많이 보냈다. 여전히 나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허우적대기도 한다. 그래도 삶을 잘 이어가고 있는 것은 우리 곁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물 등 사랑을 받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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