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프로토타입

by 전대표


6개월 된 회사와 함께한 지 2개월째, 대표님의 명성으로 영업도, 마케팅도 없이 프로젝트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시작이 반인만큼. 프로젝트가 들어온다고 해서 파이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고정 수입을 가져다주는 장기 프로젝트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지금 체제를 유지하며 밀려오는 쓰나미를 잘 다루어야 했다. 인원을 갑자기 늘리지 않고 하는 일들을 쳐낼 수 있는 방법은 인턴을 뽑는 것이었다.



"테디~ 최근에 들어온 프로젝트는 저 혼자 PM을 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고, 다른 팀원들도 다른 프로젝트 PM을 맡느라 여력이 없어요. 어떡하죠?"


"그러게 지금 당장 사람을 뽑기에도 리스크가 크고, 그 프로젝트만 맡아줄 수 있는 프로젝트 인턴을 뽑는 건 어때?"


"프로젝트 인턴이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실무도 배우고 직접 운영도 해볼 수 있으니 제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라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현 회사를 다니기 전, 스타트업 인턴 2번, 공공기관 인턴 1번으로 총 3번의 인턴을 경험했다.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건 맞지만 '과연 내가 정말 원했던 경험이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 '글쎄'라는 답변이 나온다.


'인턴'이라는 용어는 의대를 졸업하고 1년 차 때 '보고 배우라'는 계급에서 유래된 단어다. 맞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과 현업에서 하는 실무는 확실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전공을 직업으로 살리기 전에 스스로가 원했던 일이 맞는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때 인턴의 경험이 가장 빛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에서 인턴을 뽑아놓고선 많은 일들을 주지 않는다. 인턴이기 때문에 금액이 적고, 인턴이기 때문에 복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턴은 '배우기만'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다. 우스갯소리로 인턴의 업무는 복사하고 스캔하며 팀장님들 엑셀 알려주는 게 아니냐는 농담도 던진다. 과거 인턴 경험을 되돌아보면 나의 작고 귀여운 아이디어들이 살포시 묵살당하며 생산성 없고, 시키는 일만 찍어내는 로봇 같았다. 그곳에 '나'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품을 갈아 끼우듯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과연 지금의 인턴 제도는 건강한 걸까?


만약 이곳에서 인턴을 뽑는다면 지난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사회에 나가기 전, 삶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과 '직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험이길 바랬다. 인턴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현업에서 자신의 삶과 방향을 고민하며, 일과 관련된 경험을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하는 과정이다.


대표님, 동료들과 함께 인턴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정의했다. 와우디랩의 인턴은 라이프 프로토타이핑을 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바라는 일과 목표만 달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을 실험하고, 다양한 경험을 챙겨갈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랬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대체될 수 있는 부품이 아니라 스스로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기 위해 역량을 발견하며 대화했다.


최근에는 6번째로 들어온 7명의 인턴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기존에 함께 일했던 인턴들 중 우리 회사와 결이 맡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새로운 면접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며, 다른 경험과 배움을 찾아 떠난 9명의 (과거) 인턴들은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여전히 남아있다.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회사의 미션처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노동을 얻고 돈이라는 보상만 주는 곳이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발견해주고 또 이곳에서 자유롭게 실험하고 자신의 인생을 프로토 타이핑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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