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한다는 것

by 전대표


3년 전 그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눈을 질끈 감고서 이 현실이 꿈이길 바랬다. 월요일이 되면 금요일이길 바랬고, 출근하자마자 퇴근을 기다렸다. 직장인들은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던데, 나도 별다른 것 없는 어느 직장인이었다.


3개월이 지나지 않아 퇴사를 했다. 이미 퇴사를 하고 남았을 마음이지만 견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에 3개월을 버텼다. 왜 3개월 뒤에 나왔냐고 물어본다면, 대표의 마인드와 비전이 나와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좋지만 직원에게 욕을 쓰는 친절함은 싫었고, 대표가 젊어서 깨어있는 건 좋았지만 공동 대표 3명이 충돌하며 체계를 흔드는 건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았던 나를 터트리게 한 것은 나의 노력과 역량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다.


나는 2번째 직원이었고, 몇 개월도 안된 스타트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내 뒤로 5명의 직원이 더 들어왔다. 안타깝게도 대표의 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체계도 없었고 질서도, 규칙도 없었다.

어느 날 대표 3명 중 1명이 나의 일처리에 대한 지적을 했다. 디자이너는 8명 중 한명이었고, 모든 일이 한 곳으로 쏠리고 있어서, 돼도 안 한 디자인 실력으로 간단한 업무들을 처리하며 병목 현상을 막고 있었는데, 내가 왜 그 업무를 맡았는지, 하고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나의 업무가 아니라며 나이를 들먹이며, 자신의 분수를 모르느니, 기획이 하기 싫은 거니, 본인의 것이나 잘해라나는 둥 엄청난 인심을 공격했다.


그래. 백번 양보하고 참아서 내 업무에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치자. 나보다 나이 어린 대표가 인심 공격하는 건 세상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많이 화가 났었다. 그리고 모든 인내심이 폭발해버린 거다. 마음이 잘 맞던 대표님과 면담 후 한 달 뒤 퇴사를 했다.


정식 퇴사는 처음이었는데, 정말 별개 없었다. 퇴사할 날을 손에 꼽으며 신나게 일을 하고 다른 직원들은 결단한 나를 부러워했다. 많은 조언을 함께 나누며 마지막 출근을 했고 마지막 퇴근을 했지만 기존 출퇴근과 다른 점은 없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퇴사를 축하하며 오빠와 함께 혜화역에서 연극을 보고 한성대 축제에 온 폴 킴의 노래를 벤치에서 들으며 쌓았던 추억이다.


퇴사라는 게 참 씁쓸하고 슬프거나 아쉬운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별개 없는 걸까. 그 이후 와우디랩으로 이직했고 지금까지 만족하며 출근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퇴사는 내가 처음 경험한 퇴사와는 차원이 다를 거다. 이미 퇴사한 2명의 동료와 6개월의 업무를 끝내고 본인의 자리로 돌아간 7명의 인턴을 보면 알 수 있다.


와우디랩에서는 사람을 맞이하는 온보딩뿐만 아니라, 마지막을 함께하는 오프 보딩을 진행한다. 사람 중심으로 일하는 회사답게 한 사람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추억을 담은 사진과 편지를 모든 동료들에게 받고 손수 포토앨범을 제작하고, 질문하는 기업답게 5년 다이어리와 동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선물을 추천받아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다. 바쁜 와중에도 함께 모여서 서로 있었던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하지 못했던 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하며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끝이지만 이제 시작인 동료를 위해 응원하며 동료의 빈자리를 또 채워간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홈페이지에도 직원 소개에 퇴사하고 인턴 기간이 끝난 모든 동료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WOW.CONNECTOR 이란 제목을 달았고, 회사에서는 헤어지지만 우리는 끝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우리에서 배운 문화, 역량, 희망, 사랑을 다른 소속에 전파하는 역할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떤 모양으로든 다시 만난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직 다음 퇴사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이번 회사에서 퇴사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무작정 슬프거나 아프거나 속상하진 않을 것 같다.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 같은 동료들이 있고, 나 또한 더 멋지고 넓은 곳으로 항해하는 여정이 될 테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일은 정말 값진 일이다. 그것도 옛 직장 동료의 기억 속에 남는 다면 말이다. 내가 오늘을, 내일은 더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멋진 이유이기도 하다.


퇴사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뒤로한 채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모두를 품고 떠나는 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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