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5월에 결혼 했다. 회사 설립 이후 결혼을 한 건 내가 처음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전 직원이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왔으며, 이미 인턴 기한이 끝나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간 동료들도 결혼식에 와주었다. 내 결혼식은 누구보다 특별한 숲 속 야외 결혼식이었고, 특별한 식순에 하객 덕담이 있었다. 모든 하객의 덕담을 들으면 좋겠지만 시간 관계상 소수로 진행이 됐고, 시작은 신랑 신부가 특별한 인연이나 에피소드가 있는 사람을 미리 정해놨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내 인생 멘토이자 회사 대표님인 테디다.
처음 테디를 알게 된 건 간접적으로 들려오는 소문 때문이었다. 대구에서 디자인씽킹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활동하고 있었을 때 서울에서 SAP 외국계 다니시는 분이 주말마다 강의를 다니시는데,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이 어마 무시하는 소문이었다. 테디를 만나는 사람마다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고,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쉽게도 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테디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1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디자인씽킹 커뮤니티 단톡방에 테디가 공유해준 SAP 인턴직을 지원하게 됐고 한 번도 만나보지도 못한 분에게 추천을 받아 면접을 봤다. 결과는 떨어졌지만 그때가 처음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날이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하시는 분이라 대구 공교육 선생님들을 위한 연수를 하러 내려오셨을 때 FT로 한번 뵀다. 1박 2일 워크숍이었는데 그때의 테디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인자한 웃음, 통찰력 있는 질문, 사람을 이끄는 마력이랄까. 그 공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테디에게 매료됐다.
아쉽게도 이후로는 다시 뵐 일이 없었다. 그러다 같은 디자인씽킹 커뮤니티에 있던 친구가 테디가 창업하는 회사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를 들어보니 너무 재밌을 것 같고, 그 일을 하는 친구가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언젠가 테디가 창업한 와우디랩에 들어가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정확히 6개월 뒤, 와우디랩 정규직 공채가 떴고 서류를 합격하고 면접에서 테디를 두 번째로 만났고 와우디랩의 일원이 됐다. 사실 입사 초기 때만 해도 인생 멘토라는 수식어는 없었다. 단지 젊고 혁신적이고 수평적이며 멋진 대표님이었다. 특별한 에피소드로 멘토로 삼게 된 건 아니다. 와우디랩 인원이 10명 이하일 때 대표님이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는 질문이나, 어떤 일이든 실험해보고 또 도전할 수 있게 열어주신 조직 문화나, 튼튼한 안전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늘 응원하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준 대표님이었다.
가장 큰 감동은 매달 월급날에 써주시는 편지였다. 월급 명세서와 함께 모든 와우디자이너들에게 편지를 써주셨는데, 그 내용엔 한 달 동안 나를 지켜보고 느꼈던 것,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틈틈이 개인적인 고민이나 커리어에 대한 질문도 많이 주셨는데 코칭을 하셔서 그런지 나의 미래와 방향을 자연스레 잡아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현장 워크숍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참가자들을 대하는 태도,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는 매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대표님에서 인생 멘토로 수식어가 변해갔다.
특히 오빠와 결혼을 준비하며 대표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대표와 직원의 관계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작게는 관계에 대한 조언이나 크게는 아이를 기르는 교육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젊은 대표님이지만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해주신다는 것이 감동이었고, 이런 분이 우리 회사의 대표님이라는 게 늘 자랑스러웠다.
심지어 결혼 전에 나와 오빠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며 맛있는 음식을 사주시고 집으로 초대해 멋진 디저트도 내주셨다. 내가 테디 팬 1호라면 오빠는 테디 팬 2호인데, 그만큼 오빠도 테디를 좋아하고 우리 회사 일이라면 두 손 두 발 들고 돕는다.
대학생 때 회사 직원이 가장 행복하다고 뽑은 회사가 신문에 난적이 있다. 정확히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그 회사를 보며 나에게 중요한 건 무엇일까 고민했고, 난 돈이나 명예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조직 문화가 좋은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뤘다. 물론 와우디랩에 와서 돈을 포기 한건 아니다, 친구에게 연차보다 연봉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는 걸 보면 복지나 연봉도 결코 적지 않다. 이만큼 좋은 회사가 있을까? 만약 이직을 한다면 그건 내가 차린 회사가 될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최근에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이 생겼다. 회사가 좋고 싫고를 떠나서 내가 쌓고 있는 커리어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강점이 일치할까? 에 대한 고민이라 대표님에 1:1 면담 신청을 했고, 테디는 망설임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커리어를 지원해주겠다고 하셨다.
가장 놀랐던 대목은 따로 있는데, 내년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니, 자신 있게 내가 우리 회사의 임신은 첫 레퍼런스이기 때문에 좋은 문화로 잘 정착하고 싶다며 오히려 언제든지 힘든 거나 불편하게 있으면 이야기해달라고 하셨다. 엄마가 되어서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 여자라고, 임신했다고, 경력이 단절되었다고 외면하는 회사가 아니라, 공감하고 응원하고 이끌어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가끔은 어떻게 저런 믿음이 있을까,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테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사람을 믿고 성장을 이끌어주는 대표님 덕분에 와우디랩에 일하는 많은 와우디자이너들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성장을 응원하고 돕는 회사인 만큼, 와우디자이너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다.
모든 직원이 이곳에서 평생 일할 순 없겠지만, 모두가 이곳을 그리워하고 가장 행복하게 일했던 회사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