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사람이 좋은 이유
요즘 시대는 살기 위해 먹는다는 말보단 먹기 위해 산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다.
학창 시절의 나는 식판을 다 비우면 친구들이 잘 먹는다고 말해주는 게 좋아서 스스로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돼서야 나는 먹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위에서 배고프다는 신호를 주지 않으면 평생 안 먹고도 살 수 있을 만큼 먹는데 욕심이 없다. 당연히 단 것과 자극적인 맛은 느껴지지만 그 맛이 엔돌핀과 연관은 없나 보다.
무작정 시간이 흘러 변한 건 아니다. 많은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아마도 오빠가 그 요인 중 하나다.
엄마들이 흔히 말하는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라는 걸 경험하고 있다. 정말 잘 먹고 또 많이 먹고 다양하게 먹고 색다르게 먹는 오빠를 앞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그냥 배가 부르다. 먹는 걸 보면 나도 그만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진짜 배부르기도 전에 이미 음식이 사라져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예전보다 훨씬 적게 먹는다는 점이다.
우리 둘은 비슷한 게 정말 많지만, 확연하게 다른 오빠의 식욕과 먹성은 나에게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진다. 잘 먹어서 좋고, 많이 먹어서 좋고 또 내가 남긴 것도 다 먹어줘서 너무 좋다.
한 때 환경을 생각하며 음식물 남기지 않으려 꾸역꾸역 먹다가 순간 살이 찌는 건 물론이고, 건강을 잃겠다 싶어 배부름을 우선으로 뒀다. 적당한 포만감은 살도 빠지고 건강에도 좋고 기분도 좋아진다. 그러나 여전히 눈앞에 놓인 음식이 아깝고 환경을 파괴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는데, 어딜 가나 모든 걸 싹 비워 버리는 오빠가 좋고, 배부름에 미소 짓는 오빠가 좋다. 오늘도 오빠의 식욕과 먹성의 매력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