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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희 Apr 30. 2024

OO 씨에게 자유란 무엇인가요?

찍먹하고 나온 스타트업 이야기 3


"OO 씨에게는 자유란 무엇인가요?"

다소 꼰대스러운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자유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들어와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인터뷰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원하는 답은 없었다. 최소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지원자들을 필터 하기 위해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 자유에 대한 잘못된 상상을 버려야 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이었다. 


자유와 자율의 차이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유'일 것이다. 보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 일하는 방식, 소통방식, 의사결정권, 복장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보이는 이미지뿐인 곳도 있고 정말로 이 가치들을 추구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유가 좋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이전에 지원 준비를 하다 알게 된 B사의 기업 핵심가치 중 하나는 '규율 위의 자율'이다. 너무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자유 대신 자율이라는 말을 썼을까? 자유와 자율의 차이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자유 :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자율 :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일 또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일

책임감이 동반된 자유, 절제가 뒷받침하는 자유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를 잘못 이해하고 책임전가의 수단으로 쓰는 리더들도 많이 봤다. "네가 아이디어를 냈으니 네가 책임져야지"라고 말하는. 이는 리더조차도 자유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율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좋은 리더의 몫이다. 올바른 자유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힘의 파장과 효과는 엄청나다. 자유와 무책임함을 혼동하지 말아야겠다.


시작이 쉬워진다.

기존 기업 문화에서는 어떤 일을 시도하는 것부터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겹겹의 결재라인과 회사 규정 등에 부딪치다 보면 통과되는 안건은 몇 개 없다. 결국엔 시도하기를 시도조차 안 하게 된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본다면 무작정 시도하는 것이 답은 아니겠지만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타이밍이란 성공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신사업일 경우 적절한 진입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과 인적을 쓰게 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듯이 시작이 쉬워지게 되면 발견하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이는 곧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로 이어지고, 다음 가능성 그다음 가능성을 찾아가며 확장한다. 


인간은 주체적일 때 더 깊게 고민한다. 

주체성을 부여하게 되면 책임감 즉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이 생긴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한다. 내가 주인도 아니고 주인처럼 대해준 적도 없으면서 강요한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주체적으로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책임감이 생겨나고, 스스로 문제를 찾고 솔루션을 찾는다. 이는 자기 효능감과 자부심으로 이어져 높은 동기부여와 열정,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마음이 더해지고 좋은 성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올바른 자유는 존중을 낳고 그 존중은 또 다른 존중을 낳는다. 선순환인 것이다. 인간은 자유를 인정받는 곳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면 타인의 자유 또한 인정하기 쉬워진다. 우선 내가 존중받고 싶은 자유가 무엇인지부터 아는 일,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면 좋지 않을까?




※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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