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먹하고 나온 스타트업 이야기 2
이어지는 에피소드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왕이 두 명이면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
갑자기..? 사실 나는 초5 이후로 한국 역사를 배워본 적이 없었다. 벙찐 얼굴로 쳐다보니 CFO는 비열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한 명은 죽죠."
...? 공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니 지금 동부에서 서부로 가려고 하는데 어? 먼저 깃발 꼽는 자가 승리하는 거야. 먼저 깃발 꼽을 수 있겠어?"
동부는 뭐고 서부는 또 뭐고 깃발은 왜 꼽는 거지? 나는 콜럼버스가 아닌데...
"대표가 칼을 휘두를 수 없으니 대신 휘둘러 줘야 하는데, 칼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는 암묵적으로 기존에 있던 사람을 쫓아내고 새로 장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아무래도 말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일찍이 일반적이지 않게 돌아가는 회사 이야기를 전해 들은 친한 지인이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면 꼭 모든 내용을 녹음하라고 조언해 줬던 게 생각났고 훗날 내 안위를 위해 모든 대화내용은 녹음해 두었다. 다행히 쓸 일은 없었지만 애플워치를 이런 용도로 쓰게 될 줄이야!
아직도 그때 느꼈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온실 속 화초의 유리벽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정말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운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지금까지 내가 운이 좋아서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것인지. 그는 그 후로도 비상식적인 선을 매우 자주 넘었고 나를 포함해 그에게 동요되지 않는 모두를 그는 적대시했다. 사람들은 이런 스타일의 공격적이고 거친 사람을 두고 강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마치 이것이 하나의 리더십 형태인 것처럼, 때로는 필요한 하나의 자질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유해한 환경 속에서 절대 좋은 꽃이 필수 없다. 빨리 시들거나 병드는 일 밖에.
이 경험담은 많은 스타트업 중 단 하나의 예를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마치 모든 스타트업이 그럴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글에서 누군가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큰 오류일 수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 어느 한 스타트업 이야기다.
※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