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의 작은 축제

브런치가 준 뜻밖의 선물

by 애니유칸

브런치 연재 ‘오렌지 나무 그늘 아래’ 키워드 중 하나는 ‘해외 생활’.


“소소해서 더 진했던 날들의 기록…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하루를 조금 더 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누군가의 하루에도 작은 향기가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겠다”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렇게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한 지 4주 차. 이제 다섯 번째 이야기를 써야 한다. 브런치 스토리 연재북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내게, 소소함의 진한 향기를 느낄 만한 일이 얼마나 있을까?


SNS에서 누군가 포스팅을 위해 쇼핑을 하고 여행을 가고, 유명 음식점을 찾아다닌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나 역시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해외 생활’이라는 키워드가 무색할 만큼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던 차였다.


그러던 중 떠오른 것이 바로 20년 넘게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토요일 아침 파머스 마켓이다.



집에서 차로 15분 남짓, 가까운 거리지만 늘 ‘다음에 가야지’ 하며 미뤄두었던 곳이었다.

이번에는 글쓰기 글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망설임 없이 자동차에 올라탔다.

목적이 이끄는 삶이랄까…


어쨌든 ‘브런치 스토리’ 덕분에, 나는 마침내 20여 년 만에 그곳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시티 홀 넓은 광장에 들어서자, 활기찬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람들의 발걸음과 낯선 목소리, 바구니 속 가득 담긴 신선한 채소와 과일 …., 버터 향기 가득 품은 페이스트리에서 품어 나오는 고소한 향기까지…



나는 아이폰을 들고 그 풍경 하나하나를 소중히 담았다.

알알이 들어 찬 포도, 제철 만난 복숭아, 빨간 딸기, 보랏빛 블루베리.

애리조나에서 직접 양봉해서 가져온 달콤한 꿀이 담긴 작은 유리병들 , 목구멍을 콕하고 찌르는 버진 올리브 오일 그리고 유명 와이너리에서 공수해 온 와인 시음까지 … 그 모든 것이 마치 작은 보물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건 형형색색의 버섯 코너였다. 천연의 색과 모양을 그대로 간직한 버섯들이 한 자리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노란빛 버섯, 갈색 주름이 섬세하게 얽힌 버섯, 나무뿌리처럼 독특한 형태를 가진 버섯들. 농부의 손길과 정성이 깃든 자연의 선물들을 바라보며, 나는 그 풍요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서리 마켓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직접 재배한 야채들까지 풍성했다. 나도 언젠가 우리 집 텃밭에서 대파와 깻잎을 가져와 팔아볼까,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그날 오전, 나는 단순한 장보기 이상의 경험을 했다. 마음 한편이 벅차올랐고, 알 수 없는 뿌듯함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20년 동안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지만 몰랐던 풍경, 그리고 글쓰기라는 작은 이유로 이 모든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묘한 기쁨으로 느껴졌다.



“오렌지 나무 그늘” 아래에서 글감을 찾기 위해 나선 발걸음은, 결국 일상 속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작은 여행이 되었다.


다음주 토요일엔 아들과 함께 와서 이 풍요로움을 나누고 싶다.

20년 만에 찾아낸 이 작은 행복은, 이제 내 소소한 일상의 진한 향기로, 글 속에서 가장 소중하게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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