❺ 심연의 밤: 마나의 덫

마법의 그림자

by 애니유칸

뉴욕의 밤은 낮보다 더 격렬한 생명력을 뿜어냈다. 거대한 네온사인 간판들이 쏟아내는 빛과 소음은 고대인들에게는 마법적 재앙처럼 느껴졌다.

욥의 아내와 친구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었다.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은 그들을 비웃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냐고! 당신 때문에!"


아내가 울부짖으며 욥의 멱살을 잡았다.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채였다.


“당신이 믿는 신이 우리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엘리바스가 앞으로 나서 욥의 아내를 말렸다.


“진정하시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시험이오. 우리가 서로에게 화를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오.”


빌닷은 욥의 옷자락을 붙잡고 흔들었다.


“욥, 자네는 모든 것을 알지 않나!

이 기이한 환영을 멈출 방법이 분명 있을 게야! 자네의 수정 구슬을 찾아보게!"


욥은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의 기억 속에 알 수 없는 형태로 각인된 그 건물은, 마치 천상의 회의에서 보았던 사탄의 붉은 눈과 닮아 있었다. 그 빌딩의 빛이 그의 손목에 채워진 금속 팔찌(스마트워치)에 반사되어 번뜩였다.


"수정 구슬은 사라졌소.

그리고… 우리는 이 알 수 없는 도시에 갇힌 것 같소."


욥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이곳에는 우리가 알던 마법도, 질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소."


그때, 소발이 바닥에 떨어진 얇고 작은 봇짐(지갑)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들고 욥에게 건넸다.


“이것을 보게나 욥, 안에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종잇조각(지폐)들이 가득해."


욥은 그것을 받아 들고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그 종잇조각이 이 세계의 '마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종잇조각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그의 심장에 섬뜩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탄의 저주는 재앙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 새로운 세계의 가장 강력한 힘인 '돈'과 '소유'의 형태로 그를 시험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 저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을 향했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고대 의상을 입은 그들은 이 도시의 질서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저들이 오고 있어… 도망쳐야 합니다!"


엘리바스가 외쳤다.

욥 일행은 혼란에 빠졌다. 뿔뿔이 흩어져야 할지, 아니면 함께 이 위험한 도시 속으로 들어가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그 순간, 욥의 아내가 차갑게 말했다.


“당신과 함께라면…

우리는 이곳에서 영원히 길을 잃을 거야."


그녀는 욥의 손을 뿌리치고 홀로 인파 속으로 사라지려 했다. 욥은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그녀의 손에 닿지 않았다. 그는 깨달았다. 이 도시의 가장 큰 시련은, 그를 향한 믿음을 잃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그를 버리고 떠나는 아내의 마음이라는 것을.


아내의 차가운 선언은 욥의 심장에 칼날처럼 박혔다. 그녀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욥을 향한 원망이 절망을 압도하고 있었다.


“당신이 믿음의 길을 계속 걷는 동안, 나는 살아야겠어."


그녀는 혼란스러운 인파 속으로 사라졌고, 욥은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가장 가까이 있던 그의 축복, 그의 사랑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욥…

어쩌면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네. “

빌닷이 초점을 잃은 눈으로 읊조렸다.

“우리는 이곳에서… 영원히 헤매다 죽을 것 같네."


빌닷의 말에 소발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동의했다.

“나는 이곳에 미련이 없네! 이곳은 지옥이야!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가겠네!"


그는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저으며 사라진 마법진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아스팔트와 자동차의 경적 소리뿐이었다.


엘리바스만 욥의 곁에 남았다. 그는 욥의 어깨를 잡고 힘없이 말했다.

“자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네. 하지만 우리는 이 도시의 언어도, 질서도 모르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


욥은 이제 온전히 혼자가 되었다. 아내는 떠났고, 친구들마저 각자의 절망에 갇혔다. 그는 비로소 사탄의 저주가 육체의 고통을 넘어, 영혼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이 도시의 가장 무서운 마법은 바로 소외였다.


그때, 욥의 손목에 있던 금속 팔찌(스마트 워치)가 희미한 빛을 내며 진동했다.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문자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머릿속에 새로운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잔액: 0.00 달러…

‘마나‘ 없이는 어떤 축복도 얻을 수 없습니다


마치 사탄이 직접 속삭이는 듯한 음성이었다. 욥은 그 팔찌가 이 세계의 마나의 흐름을 보여주는 도구임을 깨달았다.

그의 영혼에 담겼던 신의 축복은 이 도시에서 '0'에 수렴하는 무가치한 것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