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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주 Oct 16. 2024

메타인지 부족

유난히 집중이 안되는 날이 있습니다. 수요일이라 그런 건지, 재미있는 글들을 많이 발견해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교육을 듣는 학생인데 간혹 애매하게 아는 것들이 나올 때, 그럴 때 수업 듣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사실 오늘은 선생님께 꽤 죄송했습니다. 수업 내용 중 일부는 아는 것 같은 내용이거나 전에 들어본 내용일 때 마치 아는 지식처럼 굴 때 그러면 안되지만 자꾸 건성으로 임하게 됩니다. 메타인지라고 불리는 능력은 안 다는 것을 알고,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달리 메타인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날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은 사실 아침부터 아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구경하는데 한참 심취해 있었습니다. 사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안하게 된지 몇 해가 지났는데요. 다른 사람들의 최고로 멋진 순간을 보다 보면 일면 질투가 일어나곤 했습니다. 속 알맹이에 있는 작은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자꾸 생각 밖으로 나오는 걸 부추긴 달까요? 지금와서는 그런 불온한 감정을 꽤 잘 극복하고 있지만 그 때는 저를 더 숨게 하고 비밀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는 조금 다릅니다. 한참 읽다 보면, 글을 쓴 사람이 이 글이 어떻게 보일지가 중요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기록 그 자체로 의미를 둔 것 같기도 합니다. 


와중에 저도 그런 글들을 블로그를 통해 가끔 남겼습니다. 날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은 글을 쓰기도 했어요. 그런 글 사이에서 가끔 제 스스로가 다시 봐도 여전히 공감 가는 글도 있고요. 다른 사람이 쓴 글에 사실 더 공감하곤 합니다. 아, 저 사람도 비슷한 마음을 느꼈구나. 저런 멋진 취향을 가지게 된 계기, 힘들거나 지칠 때 하는 것들, 어떤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지 까지 면밀히 적혀 있습니다. 아마 본인은 시간이 지나면 까먹게 되겠지만요.


그런 의미로 제가 일전에 썼지만 잊고 살았던 감정에 한 여운을 준 날의 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2023. 6. 30 

나는 “그럴 것 같다”는 말을 꽤 자주 한다. 너를 이해하고 네가 하는 말을 곱씹고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너가 아니다. 그런 만큼 너의 내면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

사람은 입체적이다. 선인과 악인은 책이나 드라마에서만 나온다. 아니지 요즘은 책과 드라마에서도 모순적인 면모를 하나쯤은 갖춘 “사람”다운 주인공을 만들려고 한다. 그렇기에 내가 판단하는 단편적인 상대의 모습도 어쩌면 그와 반대되는 모습을 갖춘 사람일지 모른다.

너무 많은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는 말자. 어차피 너는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네가 될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이기 때문에 어차피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과 끝날 때의 마음가짐, 어제의 마음가짐과 오늘의 마음가짐 모두 다르다.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 보다는 약간은 거리를 두고, 너는 그럴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겠구나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만고불변하는 진리에서 나는 가끔 이불을 차곤 한다. 과거의 불변함 때문인지, 누군가에 대한 인식도 잘 변하지 않는다.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도 어쩌면 과거의 경험들의 산물이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성선설과 성악설을 두고 논쟁을 벌인다. 성선설을 믿게되는 과정은 그 사람 개인의 과거에 있고, 성악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는 나 스스로 조차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어쩔 때는 정상을 곧 도달할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이다가도, 가끔은 반대로 순식간에 무너질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모든 템포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간은 흐르기에, 다시 상승 곡선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을 위해서 나는 준비하고 또 준비해나가야 겠다.




어쨌던 얼레벌레 하루가 지나갑니다. 아침부터 부단히 하루를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제가 분명히 알게된 건 없는 날인 것 같습니다. 결국 남는건 정확히는 모를 오늘 같은 날도 있는거고 방향을 잃는 날도 가끔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거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아는 것을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아는 것. 그것 만큼 어려운게 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입니다.


회사 앞 마지막 PT를 받으러 가는, 잠실나루에서 한강을 건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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