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을 취미로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던 건 꽤 오래전부터였는데요. 제가 본 제 글은 방향이 없는 것처럼 느껴왔습니다. 책이나 글, 이야기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간혹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말하는 걸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어디 자랑할만한 글을 쓰는 사람은 더욱 아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제야 용기를 내어 적어봅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하려고요.
지난주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성수에서 열린 <작가의 여정> 전시를 보러 갔습니다. 알게 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제가 참 좋아하는 지원이라는 친구랑 함께 갔는데요. 그 친구는 꽤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친구였습니다. 함께 방문해 각자의 템포로 전시를 구경하며 글을 쓰는 구간에 멈춰, 저는 꽤 오래 제 이야기를 끄적였어요. 제 이야기를 쓰는데도 어렵더라고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수없이 탐구하고 고민해 왔는데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을 진심으로 탐구하기 위해서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해 왔는지를 기록해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애정을 갈구하는 마음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합니다. 한 사람이 오는 건 하나의 우주가 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또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요. 제겐 사람이 다양한 영향을 주는 촉매제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지원이가 블로그에 남긴 그 글들이 제게 하루의 기록을 남기는데 동기 부여가 되었던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마치 제가 대신 그 경험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랑 이야기할 때는 그 경험을 함께 한 사람이 되어서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사랑받고 잘 자란 것 같은 밝은 리엑션도 그렇고요, 그 친구가 말한 내용과 비슷한 책의 문장들을 공유했을 때 "역시 책은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걸 명확히 정리해 주는 매력이 있다"며 말하는 말씨도요. 참 이런 인연을 얻게 되어 운이 좋다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작가의 여정> 전시에서 나눠준 브런치 북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며 생각 없이 써 내려간 문장들을 보며 결국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고민하던 내가, 보고 듣고 만난 많은 이야기들은 사람에서 온 것이구나.' 그래서 제 이야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묻어 나올 것 같습니다. 좋든 싫든 제가 겪은 일들에는 늘 사람이 있었거든요. 앞으로는 정 많고 한 많은 한 젊은이가 사람에게 받았던 감사함과 소중함, 미움, 원망 각기 다른 감정들이 쏟아지는 글들을 쓸 것 같아요. 그러니 제 글은 완벽하지 않겠지만, 한 청춘은 어떻게 부딪히며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배워나가는지 지켜봐 주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